기자회견문_
[언론단체 기자회견문] ‘제대로 된 특별법 제정’이야말로 유가족들의 뜻이다
등록 2014.08.21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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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특별법 제정’이야말로 유가족들의 뜻이다

- 여야의 밀실야합, 침묵하는 대통령, 왜곡하는 보수언론을 규탄한다 -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넉 달이 넘었다. ‘유민아빠’ 김영오 씨의 목숨을 건 단식은 오늘로 39일째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참사는 끝나지 않았다. 보수언론의 ‘보도참사’에 이어 새누리당의 ‘망언참사’도 모자라 여당과 야당의 ‘밀실야합’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참사는 유가족들의 가슴에 거듭 대못을 박고 있다.  

 

유가족들이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다. 그러나 진상조사위원회에 기소권과 수사권을 보장해 주는 세월호 특별법 없이는 진상규명도 책임자 처벌도 할 수 없다. 지난 8월 7일 여야 대표들이 내놓은 특별법 합의안은 기소권과 수사권은 안중에도 없이 새누리당에 유리하도록 특별검사 추천권을 보장하는 내용이었고 유가족들은 그러한 ‘밀실야합’에 당연히 동의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보수언론은 야당과 유가족들에게만 합의안 파기의 책임을 물었다.

 

임시국회 마지막 날이었던 8월 19일, 여야 원내대표들은 2차 합의안을 내놓았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직접 유가족들을 찾아가 이야기를 들었고, 유가족들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만나 합의안의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했음에도 유가족들의 의견은 2차 합의안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여당에 특검추천권이 있다는 것은 최종 결정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이 얼마든지 여당 측 인사를 특별검사로 선출할 수 있다는 뜻이지만 여야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또 한 번 ‘밀실야합’을 저지른 것이다. 보수언론은 이번에도 합의안의 근본적인 결함은 전혀 언급하지 않고 야당 ‘강경파’와 유가족들이 합의안 타결을 막았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세월호 참사의 총책임자인 박 대통령은 유가족들에 대해 아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광복절 축사에서조차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와 유가족들에 대해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해야 했던 일을 대신 한 것은 지구 반대편에서 날아온 교황이었다. 참사 이후 유가족들을 딱 한 번 만난 것이 전부인 박 대통령과 달리 교황은 방한 일정 내내 유가족들을 찾아 위로의 말을 건넸다. 세월호 특별법 논의 과정에서도 박 대통령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대통령은 표류하는 특별법을 지켜보기만 하면서 빨리 잊히기만을 바라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과 여당을 감싸고돌며 이젠 세월호를 잊고 ‘민생’과 ‘경제’를 챙겨야 한다고 부추기는 보수언론 역시 제대로 된 특별법 제정에 전혀 관심이 없다. 오보와 은폐를 서슴지 않았던 ‘보도참사’를 벌써 잊었는지 보수언론은 ‘세월호 피로감’, ‘세월호발 경기침체’를 연일 들먹이며 대통령의 ‘모르쇠’를 감추고 여당의 ‘폭주’를 비호하고 있다. 

 

이제 더는 정치권에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맡길 수 없다는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두 번에 걸쳐 발표된 합의안은 여야 대표들에게 특별법이 정치적 흥정의 대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똑똑히 증명했다. 박 대통령에게도 이젠 아무런 역할을 기대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보수언론은 정부와 여당의 나팔수로 전락해 버렸을 뿐이다. 이 상황을 좌시하다간 제2의 세월호 참사가 터져 나올 것은 시간문제고 40일 가까이 단식을 진행 중인 ‘유민아빠’의 생명도 위험해질 수밖에 없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20일 밤에 안산에서 열린 총회를 통해 ‘기소권과 수사권이 부여된 진상조사위원회’가 포함되지 않은 여야 합의안에 절대로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이에 우리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는 광화문 단식 농성장에 들어간다. 폭주하는 여당, 제 구실 못하는 야당, 침묵하는 대통령, 권력의 앞잡이가 된 언론을 규탄하기 위해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이다.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는 ‘유민아빠’의 투쟁을 지지하며, 제대로 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이 관철되는 그날까지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과 함께할 것이다. 그것만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는 ‘참사’들을 멈추게 하는 유일한 길이다. 

 

2014년 8월 21일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민주언론시민연합, 

방송기술인연합회, 방송기자연합회, 방송독립포럼, 새언론포럼,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광장,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PD연합회, 한국기자협회 

(가나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