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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노조 기자회견문] 밀실주총, 부적격 사장선임 더는 용납할 수 없다!
등록 2014.03.10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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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주총, 부적격 사장선임 더는 용납할 수 없다!

 

 

지역MBC의 주주총회가 시작됐다. 오늘부터 사나흘 간 진행될 주주총회에서는 지역사의 지난 한해 살림살이를 결산하고, 지역MBC의 대표인 사장을 새로 선임하게 된다. 회사의 경영을 정리하고 대표자를 결정하는 일, 지역사의 주주총회는 실로 중차대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지역의 구성원들은 주총이 끝나는 순간까지 주총장에서 어떠한 결정이 내려지는지 전혀 알 수 없다. 특히, 구성원들이 몸담고 있는 자사의 대표임에도 어떠한 과정을 거쳐 누가 사장이 될 것인지, 유임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정황조차 알려지지 않는다. 우리는 이 같은 상황이 지역MBC가 처한 독립성의 부재, 자율경영의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역사장 공모제’는 수년전부터 아예 자취를 감춰버렸다. 지역MBC의 방송과 경영을 책임질 대표를 선정하는 일인데, 공개적이고 투명한 절차는커녕 복수 후보자의 공모조차 실시하지 않는 게 오늘의 지역MBC 사장 선임의 현실이다. 대주주인 서울MBC의 사장이 결정하고 방문진과 협의한다는 극히 일방적이고 형식적인 절차만으로 지역 사장들은 임명되거나 면직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다. 최근 들어서는 지역MBC의 사장 자리가 서울MBC와 방문진 간 힘겨루기와 정치권까지 가세한 추악한 청탁과 로비전이 난무하는 가운데, 나눠먹기 식으로 전락했다는 게 방송계와 정관계 안팎의 전언이고, 조합 역시 이런 정황을 도처에서 목격하고 있다.

 

그 결과, 지역에 대한 이해나 애정은커녕 관심조차 없던 인물들이 하루아침에 지역사 사장으로 임명되고 있다. 전형적인 밀실인사에 낙하산 인사라 아니할 수 없다. 오로지 줄대기와 청탁을 통해 지역사장으로 둔갑한 이들은 임기 내내 무능과 부패, 그리고 철저한 서울 눈치보기만 반복하며, 도무지 지역의 사장이라고 인정할 수도, 인정받을 수도 없는 행태만 드러내고 떠나기 일쑤였다.

 

서울의 지시 한마디에 구성원들의 신성한 노동의 대가인 임금을 일방적으로 체불하고, 유료매체 재송신료 분쟁에서도 서울 입장을 대변하는 지역 사장들의 모습을 우리는 애끓는 심정으로 목도해야 했다. 지역사 사장은 서울의 총독이요, 연락사무소장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넘어 지역 구성원들은 ‘이런 식이라면 지역에 사장이 왜 있어야 하나?’라는 자조 섞인 탄식을 쏟아내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지역 사장의 무용론’까지 등장하고 있는 현실이다.

 

우리는 투명한 절차를 통해 지역을 이해하고 이를 방송으로 구체화하기 위해 적합한 인사를 지역 사장에 선임해야 함을 누차 강조해 왔다. 특히 이번에는 서울과 지역 조합원들의 중지를 모아, 사장추천위원회나 공모제를 도입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안광한 사장 체제 역시 구성원들의 정당한 요구는 묵살한 채, 오로지 대주주로서 지역사 사장 선임에 대한 일방적이고 왜곡된 권한을 행사하며 이번 주총을 강행하고 있다.

 

비뚤어진 MBC 네트워크를 회복하고 지역의 정당한 이익을 보전하며 노사가 함께 참여하는 자율경영의 틀을 회복하는 것이 바로 지금, 지역MBC 사장에게 요구되는 시대적 사명이다. 따라서 분명히 경고한다. 우리는 서울의 지시에 단순 복종하는 허수아비 사장을 더는 용납할 수 없다. 자리보전, 보은 인사의 전형인 낙하산 사장을 단호히 거부한다. 더 이상 망가질 수 없는 우리의 일터와 지역방송을 지키기 위해 조합은 모든 역량을 동원해 투쟁할 것이다.

 

 

2014년 3월 10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