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중앙노동위원회 '방송작가 근로성' 판정 불복하며 ‘반노동’ 선택한 MBC가 부끄럽다
등록 2021.05.07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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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가 5월 6일 방송국 보도국 방송작가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라는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에 불복하고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MBC <뉴스투데이>에서 10년 가까이 일해 온 두 명의 방송작가는 지난해 6월 하루아침에 해고를 당하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고, 중앙노동위원회는 방송작가가 방송사 정규직의 지휘감독을 받는 등 종속적 관계에 놓인 노동자로 판단하고 근로기준법상의 절차를 지키지 않은 해고는 부당하다고 판정했다.

 

그동안 방송제작 환경의 특수성을 무시하고 형식적 계약관계에 치중해 방송작가를 노동법 보호 밖으로 내몰던 고용차별을 깬 역사적 판정이었다. 방송사 대부분이 ‘무늬만 프리랜서’로 방송작가를 채용해온 비정규직 관행을 바꿀 수 있는 좋은 계기였다. 그러나 MBC는 중앙노동위원회 판정마저 받아들이지 않고 소송전에 돌입했다. 우리는 공영방송의 책무를 망각한 MBC의 반노동적, 시대착오적 선택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방송작가들은 ‘해고될 위협을 느끼지 않고 정당한 대우를 받으며 건강하게 일하고 싶다’는 기본적인 권리를 요구하고 있다. 방송작가가 노동법을 적용받게 되면 노동환경은 크게 개선된다. 각종 야근․연장수당 지급으로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4대보험 가입으로 사회 안전망의 혜택도 누린다. 무엇보다 말 한마디에 일터를 잃을 수 있다는 불안과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보장받아야 마땅한 권리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은 방송계가 ‘노동존중’ 사회로 한 걸음 더 나아가게 했다. 그런데 이를 무시하고 해고 방송작가들을 길거리로 내몰겠다는 MBC의 선택은 얼마나 잘못된 것인가.

 

시민이 지켜온 MBC, 노동존중에 앞장서야

우리는 MBC에 묻지 않을 수 없다. MBC가 어떤 방송사인가. 엄혹했던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언론 자유를 지키고자 나선 구성원들이 부당하게 해고당한 아픔을 가진 곳이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점과 4대강․자원외교의 허구를 지적한 <PD수첩>부터 2021년 기득권의 온갖 부정비리를 끈질기게 파헤친 <스트레이트>, 우리 사회 작은 목소리를 크게 듣겠다는 뉴스데스크 <소수의견>까지 공정보도와 노동인권을 위해 앞장서온 공영방송이다. 방송사 신뢰도 조사에서 줄곧 1~2위를 다투며 시민들의 지지와 사랑을 한 몸에 받았고, 정권으로부터 부당한 탄압을 받을 때는 시민들이 직접 촛불을 들고 지킨 역사를 갖고 있다. 이런 과정은 ‘좋은 콘텐츠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MBC 전체 구성원들이 함께 일군 값진 노력의 결실이다.

 

MBC가 이렇게 쌓아 올린 역사엔 방송작가들의 노동도 녹아 있다. 더 좋은 방송을 만들기 위해 방송제작 전 과정에서 협업하며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는 방송작가들이 존재한다. 해고의 아픔을 누구보다 이해하고 낮은 자세로 사회의 어두운 곳을 돌아볼 줄 아는 MBC ‘정규직’ 구성원들의 시선은 정작 옆자리에 앉아 있는 방송작가엔 가닿지 않는 것인가.

 

MBC는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에 영향을 받을 방송작가가 수백 명이라며 이들을 노동자로 인정하게 될 경우 지금 같은 제작시스템을 유지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그러나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TBS는 2018년부터 방송작가들과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직접 고용을 하고 있다. 사람을 비용으로 보는 자본의 논리에서 벗어나 방송을 함께 만드는 구성원으로 인정한다면 방안을 찾을 수 있다. MBC는 지금이라도 역사적 오판인 불복 소송을 취하하라. 방송작가를 노동자로 인정하고 노동법이 정한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라.

 

2021년 5월 7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직인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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