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SBS 윤세영 회장의 ‘보도지침’ 하달과 방송통제에 대한 논평

SBS 윤세영 회장, 법적·정치적 책임 물릴 것이다
SBS 적폐세력 청산으로 독립성·공정성 확보해야 한다
등록 2017.09.06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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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의 지주회사인 SBS홀딩스의 윤세영 회장이 이명박·박근혜 정권 내내 친정권 보도를 압박하는 ‘보도지침’을 수시로 하달해 SBS의 정권비판 기능이 파괴됐다는 폭로가 나왔다.

 

SBS본부는 지난 5월부터 벌인 이명박·박근혜 정권 기간 동안 벌어진 방송 독립성과 소유 경영 분리 원칙을 무너뜨린 방송 사유화 사례 조사 결과를 5일 공개했다. 지금까지의 조사 결과만도 상상을 초월한다. 윤세영 회장은 2009년 6월 초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의 허구성을 비판해왔던 박수택 환경전문기자를 회장실로 불러 4대강 관련 비판보도를 하지 말라고 압박했다. 회장이 개별적으로 기자를 부른 것은 SBS 사상 없었던 일이다. 그런데도 박수택 기자가 비판 보도를 이어가자 당사자와 한 마디 상의도 없이 논설위원실로 강제 발령을 냈고, 함께 취재하던 기자도 내근직으로 발령하는 등 SBS의 4대강 비판 기능을 무력화했다. 윤세영 회장이 이런 무리수를 둔 이유는 자명하다. 이후 SBS의 사실상 최대주주인 태영건설은 4대강 공사에 뛰어들어 2,250여억 원을 수주했는데, 당시 태영건설의 한해 국내 매출액 1조 원 가량의 22%에 해당하는 막대한 금액이다. 태영건설의 4대강 공사 수주를 따내기 위해 비판보도의 싹을 자른 셈이다. SBS는 방송의 공익성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소유구조를 2008년에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하지만 실질적 지배주주였던 태영건설이 ‘SBS미디어홀딩스’의 최대주주로 남아 있음으로써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결과가 됐다.

 

윤세영 회장의 보도개입은 경영일선에 복귀한 2015년 1월 1일 이후 더욱 노골화 됐다. 그해 4월 4일 보도본부 부장단 오찬 자리에서 본격적인 ‘보도지침’이 하달되었는데 윤 회장은 이 자리에서 “대통령의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박근혜 정부를 좀 도와줘야 한다”고 했다. 또 9월 보도본부 일부 간부들에게도 “대통령에게 빚을 졌다. 혜택을 받았다”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으며 친정권 보도를 압박했다. 윤세영 회장은 박근혜 정권이 몰락해가던 작년 10월 10일 보도본부 부장 이상 보직자 오찬 때 보도지침이 담긴 ‘SBS 뉴스 혁신’이라는 문서까지 배포하면서 ‘공유가치’, ‘행동규칙’ 등을 세세히 기록해 사실상 박근혜 정권의 국정이념을 따르도록 강요했고, 모든 부서에서 협찬과 정부광고 유치에 적극 나서라고 지시했다. 심지어 “시니컬한 클로징은 비신사적 행위”라면서 앵커 멘트까지 세세히 관여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이런 보도지침은 보도국 간부들을 통해 보도에 철저히 반영됐다. 2015년 12월 박근혜 정권의 굴욕적인 일본과의 위안부 합의에도 비판은커녕 정부 주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찬양보도로 일관했는데, 윤 회장이 보도국장에게 직접 보도방향을 지시했다는 복수의 증언도 나왔다고 한다[한일 위안부 협상 타결 관련 민언련 신문‧방송 모니터 보고서 https://goo.gl/ZUFgea]. 뿐만 아니라 최순실 태블릿 PC 보도가 터진 작년 10월 24일에는 박근혜 발 개헌에 11꼭지를 할애하는 등 SBS의 방송독립성과 공정성은 연일 나락으로 추락했다. 이런 사례 외에도 그동안 우리 단체가 지적했던 SBS의 이상한 정권편향 보도들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지금 KBS·MBC 구성원들은 파업투쟁으로, 각계시민사회단체와 시민들은 이를 지지·지원하면서 공영방송 적폐세력 청산과 정상화를 위해 나서고 있다. 하지만 언론적폐 청산에 공영방송과 민영방송이 따로 있을 수 없다. 방송법은 소유주 또는 경영진의 자의적이거나 과도한 통제를 방지하기 위해 방송제작·편성의 내적 자율성 보장을 규정하고 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 윤세영 회장이 방송법을 수시로 위반하면서 방송에 일일이 개입·통제해왔다는 사실이 밝혀졌으니 윤회장은 법에 따른 엄중한 처벌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SBS홀딩스 회장직에서 물러나는 것 또한 당연지사다. 나아가 권부와 윤 회장과의 부당한 거래행위가 검찰수사를 통해 낱낱이 밝혀져야 하며 윤 회장의 방송침탈을 도왔던 SBS 내의 적폐세력들 또한 반드시 법의 심판을 받아야 마땅하다. 또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삼아 모든 방송의 편성제작 책임자에 대한 임명동의제와 중간평가제를 법제도화해 방송의 내적 자율성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끝>

 

2017년 9월 6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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