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포털은 ‘혐오 보도’가 노출되지 않도록 즉각 방안을 모색하라
등록 2020.01.31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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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0일 국내 첫 확진자 발생 이후 심각성이 커지고 있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우리 언론계에는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무분별한 중국인 혐오 정서를 언론 보도가 자극하고 확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헤럴드경제 <르포/대림동 차이나타운 가보니가래침 뱉고, 마스크 미착용 위생불량 심각’>(1/29)이다. 이 기사는 이미 제목에서부터 발병지인 중국 우한과 아무 관계도 없는 대림동을 특정하여 마치 대림동 주민들이 잠재적 전염원이 될 것처럼 암시하고 있다. 전염병 공포를 빌미로 특정 집단에 대한 배제와 차별, 혐오를 심화시키는 전형적인 방식이다. 이 기사는 확진자가 나오지도 않았으며 모두 중국에서 입국한 사람들이라고 볼 수도 없는 ‘대림동 주민’들을 콕 집어 “남성들이 모여 담배를 비운 후 가래침을 길바닥에 뱉는 경우”, “음식 대부분이 바깥에 진열”, “맨손으로 (음식을)만지는 상인들” 등을 부각시켰다. 이런 일들은 비단 대림동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닌데도 말이다. 심지어 “중국인 또는 화교처럼 보이는 사람 중에는 마스크를 착용하는 비율이 극히 낮았다”는 황당한 표현까지 등장한다. 국적조차 확인하지 않고 ‘중국인 혐오’를 조장하고 있다. ‘다음’의 해당 기사 댓글란은 이미 ‘혐오 정서’로 도배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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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주목한 것은 이런 기사가 최소한 1시간 이상 ‘다음’ 홈페이지 첫 화면의 톱보도 위치에 노출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포털 뉴스 서비스의 영향력은 상당하다. 대부분의 시민이 포털사이트에서 뉴스를 접하고 있어 다음카카오와 네이버의 뉴스제휴사가 되지 않으면 언론사의 기사가 대중에 도달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따라서 뉴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양대 포털 다음카카오와 네이버는 막강한 영향력에 걸 맞는 공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양대 포털이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면 심사 기구인 뉴스제휴평가위가 엄중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포털과 뉴스제휴평가위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모양새다.

 

포털의 뉴스 서비스 원칙은 대체 무엇인가

현재 ‘다음’ 뉴스는 실시간 이용자 반응형 콘텐츠 추천 시스템 루빅스(RUBICS)로 제공된다. 이용자의 다양한 취향을 고려하여 개별 이용자에 맞춤형 콘텐츠를 ‘알고리즘’을 통해 자동 추천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다음’은 뉴스 서비스 운영원칙으로 △다양한 정보제공 △이롭고 바른 정보 제공 △정치적 중립 △개인의 인격과 명예 및 초상권 침해 방지 △쌍방향 서비스를 내세웠다. 이 중 ‘이롭고 바른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원칙 아래에는 “국민생활에 도움이 되는 공공정보 제공에 힘쓰겠습니다. 사회 구성원들이 성적, 신체적, 계층적인 이유 등으로 차별 받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다음카카오’는 헤럴드경제의 해당 보도가 이 원칙에 현저하게 위배된다고 보지 않았던 것일까?

 

양대 포털 모두 뉴스 편집의 편향성 논란이 커진 이후 ‘알고리즘’을 통한 자동 뉴스 배열 시스템을 내세웠다.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고 객관적 기준으로 뉴스를 노출하겠다는 선언이었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논란은 끊이지 않았고 노골적인 ‘혐오 보도’가 첫 화면에 배치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는 포털이 분명히 언론의 역할을 하면서도 뉴스 가치 판단, 의제 설정 기능, 보도의 질 검토 등 사람의 손을 거쳐야 하는 ‘뉴스 서비스 사업자로서의 책무’를 방기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이다. 포털 뉴스 서비스로 인한 사회적 논쟁이 발생할 때마다 ‘그 부분에서는 손을 떼겠다, 안 하겠다’는 입장으로 일관한다면 이 문제는 해결될 수가 없다.

 

네이버‧카카오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어떤 역할을 하는 걸까

이러한 현실에 있어 네이버‧카카오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의 책임도 묻지 않을 수 없다. 포털 뉴스 서비스의 공공성과 저널리즘적 가치 구현을 목표로 양대 포털이 내세웠던 기구가 뉴스제휴평가위원회다. 하지만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우리는 네이버‧카카오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혐오‧차별 보도를 낸 매체에 엄중한 심사를 해왔다면 신종 바이러스 감염 확산이라는 사회적 재난을 악용해 특정 국적이나 지역민을 터부시한 기사가 포털 메인화면을 장식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본다.

 

네이버‧카카오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2015년에 양대 포털이 출범시켰다. 뉴스제휴평가위 <네이버‧카카오 뉴스 제휴 및 제재 심사 규정>(이하 심사규정)에 명시된 ‘목적’은 포털 뉴스 제휴 매체를 희망하는 언론사들에 대한 심사, 그리고 이미 제휴를 맺은 언론사들의 부정행위를 제재하는 것이다. <심사 규정>은 “인터넷 생태계가 저널리즘의 가치를 바탕으로 건전하게 육성 발전할 수 있도록 이바지”하겠다고도 명시하고 있다. ‘양대 포털’을 거치치 않고서는 생존조차 어려운 언론사 입장에서는 이런 기구가 부담스러워야 하는데 지금까지의 행보는 전혀 그렇지 않다.

 

전염병 빌미로 한 ‘혐오 보도’, 뉴스제휴평가위 심사 기준에도 위배

뉴스제휴평가위 <심사 규정>에 혐오‧차별 보도를 송고한 매체에 대한 제재 근거가 없는 것도 아니다. 제15조(부정행위 등)은 ‘기사 위장 광고’, ‘선정적 기사’, ‘중복‧반복 기사’ 등을 ‘부정행위’로 규정해 제휴사 평가에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 제휴사 ‘정성평가’ 항목에는 ‘저널리즘 품질요소’와 ‘윤리적 요소’를 두고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와 이슈를 보도하는지”, “악의적으로 편향성을 띠거나 부정적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지”, “개인 또는 집단에 대한 차별, 혐오, 비방, 비하 표현이 있는지”,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을 과도하게 보도하거나 강조하는지” 등을 심사하고 있다. 정량평가와 ‘어뷰징’과 같은 부정행위도 당연히 평가한다. 이를 총체적으로 심사해 부정행위를 한 매체에 벌점을 부과하고 벌점이 누적되면 포털 사업자에 ‘경고’, ‘모든 서비스 노출 중단’ 등 제재를 권고하게 되어 있다. 심지어 “'제휴매체'의 부정행위가 단기간에 과다하게 발생하거나 인터넷 언론의 객관성, 공정성이 심각하게 침해되어 제1항의 단계적 조치를 취하기 적절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판단되는 경우, 각 조치의 단계를 거치지 않고 즉시 계약의 해지를 포함하여 별도의 제재 조치를 권고할 수 있다”는 조항도 있다.

 

제도적 한계? 이용자 권익 외면하지는 않았나

물론 뉴스제휴평가위의 권한과 역할로 혐오 보도의 노출을 직접 막는 일은 불가하다. 뉴스제휴평가위의 이러한 ‘제휴 매체 심사’가 제재를 ‘권고’하는 수준에 그쳐 강제성이 없고, 혐오 표현 등을 제재할 수 있는 <심사 규정> 조항들이 개별 매체에 대한 배점 중 일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금 당장 ‘혐오 보도’를 낸 헤럴드경제의 퇴출을 권고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제도적, 현실적 한계를 모두 감안해도 뉴스제휴평가위가 분명히 가지고 있는 보도의 ‘내용’에 대한 심사 및 제재 권고 권한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간 뉴스제휴평가위의 제휴 매체 제재 사례는 대부분 어뷰징, 제3자 기사 전송, 기사형 광고에만 집중됐다. 뉴스제휴평가위의 ‘혐오 보도’ 심사가 직접적인 제재나 제휴 해지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해도, 스스로 지니고 있는 역할과 권한을 행사함으로서 포털과 언론사에 경각심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비단 이번 ‘중국인 혐오 보도’뿐 아니라 그간 숱하게 포털에서 노출됐던 특정 연예인을 향한 악성 댓글과 모욕적‧성희롱적 연관 검색어, 선정적 기사와 게시물들에 대해 뉴스제휴평가위가 꾸준히 벌점을 부과해왔다면 지금보다는 포털 뉴스 환경이 훨씬 더 건강했을 것이다.

 

뉴스제휴평가위가 이용자들의 권익보다 언론사들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비판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2018년 7월, 조선일보가 타 매체이자 포털 제휴매체도 아닌 ‘더 스타’의 기사를 무려 4,890여 건이나 자사 보도인 것처럼 양대 포털에 송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제재는 ‘48시간 포털 노출 중단 및 재평가’에 불과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뉴스제휴평가위가 ‘기사 위장 광고’를 제재하겠다는 기존 원칙과 <심사 규정> 조항을 뒤집어 애드버토리얼(advertorial, 광고성 기사, 협찬·광고비 목적의 기사) 송고를 허용하기도 했다. 포털 뉴스 환경이 사회적, 공적 가치를 무시한 채 상업화 일변도로 변질되는 배경을 심사 기구인 뉴스제휴평가위가 깔아준 셈이며, 이렇게 뉴스의 질을 방치한 사이 포털 뉴스 환경은 망가진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로 책임 떠넘기는 제평위와 포털, 이제는 함께 행동에 나서라

포털은 뉴스 서비스 사업자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의제 설정 기능, 노출 기사에 대한 데스킹, 뉴스 가치 판단 등 공적 책무를 이행해야 한다. 이번 ‘혐오 보도’ 노출 사태로 하여금 양대 포털이 자부해왔던 ‘인공지능 알고리즘 기사 배열’의 허점이 재차 드러났다. 결국은 사람의 손을 거쳐 ‘언론으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사실을 네이버‧다음카카오가 인정하고 개선 의지를 밝혀야 한다. 뉴스제휴평가위 역시 포털의 공적 책임에 대한 면책 기구로 머물 것이 아니라, 포털 뉴스의 저널리즘 가치를 지키는 기구임을 입증해야 한다. 가장 시급한 것은 지금도 권한을 갖고 있는 제휴 및 제휴 탈락 심사의 기준을 강화하는 일이다. 현 <심사 규정>이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혐오, 차별, 성인지감수성 등 새로운 저널리즘 가치를 평가 항목에 추가해야 하고, 단 1건의 악의적 오보나 혐오 보도로도 제재가 가능한 수준으로 심사의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

 

애초 양대 포털이 뉴스제휴평가위를 출범시킬 당시 청사진은 지금처럼 포털과 뉴스제휴평가위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 아니었다. 포털은 뉴스제휴평가위에 제휴사 심사에 대한 책임을 미루고, 뉴스제휴평가위는 포털 뉴스 배열의 문제점을 남의 일처럼 여기는 지금의 구조는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다. 포털과 뉴스제휴평가위는 포털 뉴스가 지닌 사회적 영향력과 공공성의 막중함을 인정하고, ‘혐오 보도 노출’과 같은 사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함께 행동하길 촉구한다.

 

2020년 1월 31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직인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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