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선거법 위반한 사람이 ‘선거방송’을 심의한다고?
등록 2020.02.02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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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선거법 위반 사범이 선거 방송 심의를 맡는 경악할 일이 벌어졌다. 지난해 12월 16일 출범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의 위원이 된 김인원 변호사는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후보 낙선을 목적으로 조작된 제보를 수차례 공표한 혐의로 2018년 9월, 벌금 500만 원 형이 확정된 인물이다. 이로 인해 피선거권도 5년 간 박탈된 사람을 바른미래당이 추천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그대로 위촉한 것이다.

 

희대의 ‘제보조작 사건’의 일원이 선거 방송을 심의한다?

법 위반 내용을 보면 바른미래당이나 방통심의위가 어떻게 이런 인물을 선거방송심의위원으로 위촉할 생각을 했는지 도대체 납득을 할 수 없다. 김 위원은 2017년 19대 대선 당시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던 희대의 ‘제보 조작 사건’의 일원이다. 2017년 5월, 바른미래당의 전신인 당시 국민의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 씨의 취업 특혜를 증명할 결정적 증거라며 음성 파일을 공개했다. 문준용 씨의 파슨스 디자인스쿨 대학원 동료라고 주장하는 자가 “(문준용이)아빠가 얘기를 해서 어디에 이력서만 내면 된다고 얘기를 했다”라고 증언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불과 한 달 만에 국민의당 최고위원이었던 이준서 씨, 국민의당 선거대책본부 2030희망위원회 부위원장 이유미 씨가 이유미 씨 동생을 동원해서 만든 가짜 음성 파일임이 들통 났다. 정당이 상대 당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해 가짜 의혹과 가짜 증거를 만들어낸 초유의 사건이었다. 당시 국민의당 공명선거추진단 부단장을 맡고 있었던 김인원 위원은 이 부실한 제보를 확인도 하지 않고 기자회견 등을 통해 수차례 유포했다. 결국 1‧2심 재판부가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제보자료를 충분히 검증하지 않거나 제보자료를 조작한 후 선거일에 임박한 시점에 기자회견 형식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한 것으로서 죄가 매우 무겁다”며 유죄를 선고했고 대법원이 이를 확정한 것이다.

 

선거법 위반해도 괜찮다? 바른미래당은 언론관이 의심스럽다

김인원 위원은 공직선거법 위반 중에서도 가장 치명적인 ‘허위사실 공표’로 처벌을 받았다. ‘허위사실’은 선거 방송, 선거 보도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금기시 되는 것이다. 특히 특정 후보를 흠집 내거나 낙선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조작한 ‘허위사실’을 방송한다면 그 방송국은 관계자 징계, 과태료, 프로그램 중지 처분과 같은 방통심의위 최고 수준의 제재를 각오해야 한다. 이와 비슷한 혐의로 형이 확정된 사람에게 선거 방송이 그런 짓을 하는지 심의하라니, 바른미래당의 뻔뻔함과 무신경함에 혀를 찰 수밖에 없다. 바른미래당에게 선거 방송, 그리고 심의기구는 자기 당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선거법 위반 사범이라도 밀어 넣어 이용해야 하는 도구에 불과한 것일까? 실제로 이번 사태가 알려진 이후에도 바른미래당은 뭘 잘못했는지 모르는 것 같다. 이 사안을 처음으로 보도한 미디어스 <선거 방송 심의를 피선거권 박탈자가?>(1/30)에 따르면, 김인원 위원을 추천한 것으로 알려진 바른미래당 당대표 비서실장은 “김인원 전 검사는 법률가고 파렴치한 뭘(범죄) 했던 건 아니다. 제보조작을 잘 확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유죄를 받았기 때문에 (심의위원으로 모셨다)”라고 해명했다고 한다. 법원이 분명 ‘허위사실 공표’로 유죄를 판결했는데도 아무 문제가 없다니 어처구니가 없는 수준이다.

 

심의는 심의 전문가에게…이 간단한 상식이 통하기가 그렇게 어려울까

언론에 대한 공적감시를 하는 사람에게 준법의식이 기장 기본적 자격 요건임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나아가 심의위원들은 다양한 분야를 대표하면서 전문성을 지닌 인물들로 구성되어야한다. 시민사회의 꾸준한 문제제기로 방통심의위 등 미디어 관련 기관에 여성‧시민단체‧학계‧종사자 비율이 꾸준히 증가해왔으나 지나치게 정당 중심 인물들로 구성된다는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선거법을 위반한 인물을 심의위원으로 보낸 바른미래당, 이를 그냥 받아준 방통심의위 모두 상식과 역사를 역행했다고 볼 수도 있다. 더구나 김인원 위원은 선거법 위반 혐의를 차치하더라도 검사‧변호사 경력 외에 언론계나 심의 분야에 이렇다 할 전문적 이력조차 없다. 바른미래당과 김인원 위원이 진심으로 이번 총선에서 언론 보도가 공정하고 객관적이기를 원한다면 하루빨리 선거방송심의위원직을 내려놔야 한다.

 

선거는 우리 사회와 시민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할지 그 향방을 결정하기 때문에 공직선거법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선거 기간마다 선거방송심의위원회를 따로 설치하여 전문적으로 심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 목적은 “선거방송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 명시되어 있다. 이 간단하면서도 소중한 원칙을 정파적 나눠먹기로 포기하는 일은 결코 있을 수 없다.

 

2020년 2월 2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직인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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