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TV조선 재승인 거부 촉구 언론단체비상시국회의 긴급 논평

불합격 점수 받았으면 불합격 시키는 것이 답이다!
등록 2017.03.23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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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가 내일 종편 재승인 결과를 의결한다. 관건은 TV조선에 대한 재승인 거부이다. TV조선이 1,000점 만점에서 650점에 이하인 불합격점을 받았다는 사실은 이미 언론을 통해 다 공개되었다. TV조선이 비공개 청문을 받았다는 사실도 다 밝혀졌다. 청문은 행정청이 부여한 인가·허가·면허·등록·승인·지정 등의 권리·권한을 박탈하려할 때 실시하는 것이다. 이는 방통위도 TV조선에 대한 재승인을 거부한다는 것을 전제로 당사자의 소명을 듣고자 했음을 뜻한다. 우리는 방통위가 종편 재승인 심사에 착수하는 지난 2월부터 4차례 기자회견을 열어, 제대로, 원칙대로 처리하라고 주장했다. 불합격점이 나온 방송사는 의당 재승인을 거부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현재 분위기는 방통위가 노골적으로 TV조선을 살리기로 작정한 것으로 감지된다. 

 

입이 아플 지경이지만 반복하여 말해보자. TV조선이 어떤 방송인가. 국민은 모두 알고 있다. 민언련이 2월 2일부터 28일까지 촛불집회 현장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14,231명의 시민 중 93%에 달하는 13,297명의 시민이 퇴출 1순위로 TV조선을 꼽았다. 사실은 방통위도 알고 있다. 지난 3년 동안 오보·막말·편파보도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받은 징계가 2014년 95건에서 2016년 161건으로 오히려 크게 늘어났다. 편성비율도 문제다. ‘막말 시사토크쇼’는 여전히 편성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콘텐츠 투자는 더 엉망이다. 출범 당시 콘텐츠 투자 계획서에 밝힌 금액의 16%밖에 이행하지 않아 3750만 원의 과징금을 냈다. 2016년에도 마찬가지였다. 2014년 제출한 투자계획을 82%만 이행해 또다시 4500만 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이는 모두 2013년 재승인 당시 조건부로 약속했던 내용인데, 3가지 모두 명백하게 불이행한 것이다. 규제기관이 내건 조건을 안 지키기를 밥 먹듯 했다는 의미이다. TV조선이 아무리 이번에는 다르다고 강조해도 이미 두 번이나 주어진 기회를 놓쳤다. 약속을 어기고 또 불합격점을 받은 방송사에게 거듭 기회를 줄 필요가 없음은 명약관화하다. 

 

만에 하나 방통위가 OBS도 650점 이하의 심사결과를 받았는데 조건부 재승인을 했다며 자신들의 정당성을 주장한다면 이는 가당치 않은 변명이 될 것임을 미리 밝힌다. OBS가 재허가 심사에서 불합격점을 받은 배경은 TV조선과 완전히 다르다. TV조선처럼 콘텐츠 투자부터 방송의 공공성까지 모든 조건을 깡그리 어긴 것이 아니다. OBS의 재허가 취소가 유력했던 이유는 자본잠식 상태라는 경영상의 이유였고 여기에도 종편에는 갖은 특혜를 주면서 OBS는 옥죈다는 ‘방통위 책임론’이 거론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OBS 구성원들은 3번의 임금 반납과 호봉 동결 등 50억 원이 넘는 돈을 회사에 반납하면서 회사 정상화에 최선을 다했다. 이에 시민들은 ‘경인지역 시청주권 사수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려 ‘재허가 승인’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TV조선은 어떤가. 막말 방송과 반저널리즘 행태로 인해 국민에게 손가락질을 받는 것은 물론, TV조선을 구명하겠다고 나서는 이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는 경고한다. 방통위는 또 다시 TV조선에게 기회를 주겠다며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국민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지 말라. 방통위가 TV조선 재승인을 인가한다면, 방통위는 TV조선과 함께 해체의 길을 걸어야 할 것이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자본과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하여 오로지 국민을 바라보고 방송통신의 공적 책무를 지켜내야 할 방통위가 정치권의 압력과 TV조선의 사탕발림에 넘어가 제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그런 정부기구는 존재 가치가 없다. 방통위는 자신들이 어떤 역할을 하기 위해 존재하는 기관인지 근본부터 생각하라. 법의 도리는 처음에 고통이 따르지만 나중에는 오래도록 이로운 법이다.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보여준 것처럼 방통위는 법과 규정이 정한 대로 의결하기를 거듭 촉구한다. <끝>


2017년 3월 23일

언론단체비상시국회의
(민주언론시민연합,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새언론포럼, 언론개혁시민연대, 자유언론실천재단, 전국언론노동조합,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 한국PD연합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언론위원회, 한국기자협회, 한국인터넷기자협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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