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언론노조 SBS본부의 방송독립과 공정방송 쟁취 투쟁을 지지하는 논평

언론노조 SBS본부의 공정방송 투쟁을 지지한다
방송 사유화 끝장내고 공정방송으로 돌아오라
등록 2017.09.14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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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언론노조 SBS본부가 윤세영 회장의 보도통제를 폭로하면서 민영방송 SBS의 대주주로부터 독립과 편성 자율성 확보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그러자 11일 윤세영 회장은 SBS 회장과 SBS홀딩스 의장직에서 사퇴하고, 아들인 윤석민 씨 또한 SBS 이사와 이사회 의장직, SBS미디어홀딩스 대표이사를 내려놓는다고 전격 발표했다. 하지만 윤세영 회장은 SBS본부에 ‘대주주로서 이사 임면권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고, 나아가 윤석민 의장이 SBS홀딩스 비상주 이사 직위는 유지하기로 해 책임은 지지 않은 채 인사권을 통해 SBS를 좌지우지 하려 한다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더군다나 윤세영 회장의 소유·경영 분리 선언은 2005년, 2008년, 2011년에 이어 무려 네 번째라는 점에서 언제든 경영에 복귀해 SBS 보도를 통제할 수 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한편 SBS본부는 윤세영 회장이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위한 보도통제에 그치지 않고 SBS의 최대주주나 마찬가지인 태영건설을 위해 방송을 사유화하고 관계사 등 인적·물적 자원을 총동원했다고 추가 폭로했다. 태영건설은 2014년 자동차 레이싱 경기장이 포함된 자동차테마파크인 ‘인제스피디움’ 경영권 인수 이후 재무상태가 급속히 악화돼 2014년 334억원의 영업손실과 78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데일리 프로그램인 ‘모닝와이드’는 물론 간판 예능인 ‘런닝맨’, 모터스포츠를 소재로 한 ‘더 레이서’, ‘더 랠리스트’ 등의 프로그램 등을 통해 ‘인제스피디움’ 홍보에 열을 올렸다는 것이다. 우리 단체는 2015년 8월 SBS가 ‘인제스피디움’을 홍보하기 위해 국민의 재산인 전파를 사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SBS의 태영건설 밀어주기, 국민과 시청자에게 사과하라 https://goo.gl/nM8oAy) 이뿐만이 아니다. 심지어 ‘인제스피디움’ 경영난 타개를 위해 억대가 넘는 숙박권을 SBS를 포함한 전체 계열사에 강매시켰는데,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계열사들에게 손해를 떠넘긴 것이다.

또한 2006년부터 지지부진했던 태영건설의 광명역 역세권 개발 사업을 위해 SBS가 나서 전사적인 로비와 지원을 벌였고, 분양 사업 성공으로 2014년 344억 원의 영업손실, 2015년 25억 원의 영업이익에 그쳤던 태영건설은 2016년 영업이익이 무려 581억 원대에 이르는 ‘대박’을 터트렸다. 이렇듯 윤세영 회장 일가는 SBS를 태영건설의 배를 불리는데 활용했고, 언론사인 SBS의 공공성과 공정성은 땅에 떨어지는 등 일개 건설사의 로비 창구로 전락했다.

 

SBS의 지배구조를 들여다보면 윤석민 전 의장(태영건설 부회장)이 태영건설 지분 약 27%를 소유하고 있고, 태영건설은 SBS홀딩스 지분 61.2%를 소유해 SBS를 포함한 SBS홀딩스 자회사들에 대한 경영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윤세영 회장의 네 번째 소유·경영 분리 선언은 그 진정성이나 실현가능성이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사실 급작스런 퇴진 선언도 소나기 피하고 보자는 속셈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SBS는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자사 출신들이 청와대 요직에 기용되면서 정권과 유착되었다는 비판을 줄기차게 받아왔다. 이명박 정권 청와대 홍보수석이던 최금락 전 보도본부장을 시작으로, 하금렬 전 사장이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활약했다. 이런 활약은 박근혜 정권에서도 이어졌다. 이남기 전 보도본부장이 초대 홍보수석을 맡았고, 이어 김성우 전 보도국장, SBS 남북교류협력단 단장 출신인 배성례 씨가 홍보수석 자리를 꿰찼다. 홍보수석만 4명으로 모든 언론사를 통틀어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정권의 감시견이 되어야할 언론이 도리어 감시견을 옭죄는 역할을 하러 정권의 심장부로 들어간 것은 개인적인 행보가 아니라 SBS 차원에서 진행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런 객관적인 상황에 더해 실제로 대주주가 친정권 보도를 지시하고 압박했다는 증거들이 드러나자 허겁지겁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것이라는 게 정설이다. 게다가 재허가 심사를 목전에 두고 정권의 눈치를 살핀 결과라는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이렇듯 정권에 빌붙은 윤세영 일가가 SBS를 좌지우지 하는 상황에서 SBS의 방송독립성과 공정성, 편성자율성을 지키겠다고 하는 것은 나무에서 고기를 구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때문에 ‘인적, 제도적으로 불가역적인 소유·경영의 완전한 분리’를 현실화 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언론노조 SBS본부의 주장은 전적으로 옳다.

 

더불어 윤세영 회장 체제에서 SBS를 태영건설의 로비창구로 전락시킨 박정훈 현 사장과 그동안 SBS 경영과 제작·편성의 책임자로서 SBS의 방송사유화에 가담했던 인사들도 또한 즉각 퇴진해야 한다. 그 길만이 SBS의 공정성과 방송정상화를 담보할 첫 걸음이다. 아울러 편성제작 책임자의 임명동의제와 중간평가제 실시 등 SBS방송의 내적 자율성 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이번 기회에 확립하여야 한다. 우리는 공정방송, 방송정상화에 공영방송과 민영방송이 따로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SBS 구성원 모두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공정방송 SBS를 위한 담대한 여정에 나서길 바라며 우리는 이를 적극 지지하고 함께 할 것이다. <끝>

 

2017년 9월 14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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