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이계경 전 여성신문 대표이사 한나라당 입당 건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2.10.29)
등록 2013.08.02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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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대표에겐 지켜야 할 정도가 있다
 
 

 

이계경 여성신문사 대표 이사가 27일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본회는 이 대표이사의 한나라당 입당 소식을 접하매 심히 당혹스럽다. 이 대표이사는 여성의 전화를 창설하고 여성신문을 창간하는 등 여성언론운동의 대표적 주자 중 하나로 꼽힐 만한 인물이었다. 또 여성운동을 통해 사회개혁에 힘써온 인물이기도 하다.
게다가 여성신문이 어떤 신문인가. 여성문제 뿐만 아니라 노동자, 장애인 등 우리 사회의 약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인권향상과 사회진보를 위해 노력해온 신문 아닌가. 바로 엊그제까지도 그런 신문사 대표였던 인물이 우리 사회의 대표적 수구·기득권 정당인 한나라당에 입당한 것은 그 어떤 명분으로도 합리화될 수 없다. 무엇보다도 여성정책에 관한 한 가장 보수적인 정책을 펴고 있는 한나라당에 수 십 년 동안 여성운동을 해온 인물이 입당한 것은 이계경씨의 소신이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고서야 어찌 가능하단 말인가. 아니면 지난 세월 그가 보여온 소신이 가식에 불과한 것이었단 말인가.


무엇보다도 그가 현직 언론사 대표로서 특정 후보캠프에 미디어 담당 부위원장으로 갔다는 사실은 본회를 경악케 한다. 지금 일부 '메이저·족벌' 언론의 편파·왜곡보도를 통한 한나라당 편들기와 이회창 대통령 만들기는 위험수위를 넘어선 지 오래다. 따라서 그 어느 때 보다도 공정하고 균형된 언론보도가 절실한 시점이다. 그런데 대통령 선거를 불과 50여일 밖에 남겨놓지 않은 지금 시점에서 그것도 소위 진보언론에 속하는 여성신문사의 대표이사가 우리사회의 권력과 수구세력의 상징인 한나라당에 입당한 것은 여당보다 더 큰 권력을 갖고 있는 거대야당에 대한 언론사들의 노골적인 줄 서기가 시작된 것이 아닌가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본회는 이번 이 대표이사의 한나라당 입당이 언론인들의 부끄러운 행적의 마지막 사례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비록 메이저 언론이 반민주 반민족 언론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음에도 분명 우리 사회에는 언론 바로 세우기를 위해 애쓰는 참 언론사와 언론인들이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우리는 그들의 진솔한 노력이 해바라기성 언론인 혹은 언론사에 의해서 훼손되는 것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본회는 마지막으로 여성신문에 당부한다. 이계경 대표이사의 한나라당 입당에도 불구하고 여성신문사가 지금까지의 보도태도를 견지해주기를 바란다.

 


2002년 10월 29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