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언론은 유명인의 죽음으로 장사하며 고인을 모독하지 말라
- 언론은 인격 보호와 모방 시도 예방에 힘쓰고 포털은 대처 시스템 마련해야
등록 2019.10.14 21:07
조회 4152

가수이자 배우인 최진리 씨가 14일 사망했다. 고(故) 최진리 씨의 명복을 빈다. 유명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에 언론은 또 다시 이성을 잃고 ‘사연 팔이’에 나섰다. 지난해 보건복지부와 중앙자살예방센터, 한국기자협회가 개정 발표한 ‘자살보도 권고기준 3.0’을 지켜달라는 점잖은 주문을 내놓을 수준도 넘어섰다.

 

 

무엇보다 그의 사망 사고를 전하면서 쓰는 사진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최진리 씨의 사망 소식을 가장 먼저 전한 것은 연합뉴스로 오늘 오후 5시 4분에 기사를 게재했다. 이후 속보가 쏟아지는 와중에, 서울신문이 오후 5시 11분, 헤럴드경제가 오후 5시 28분, 톱데일리가 오후 5시 29분, 국민일보가 오후 5시 35분에 기사를 올리면서 고인이 살아 있을 때 구설수에 올랐던 사진을 썼다.

 

사진에 대한 누리꾼들의 비난이 이어지자 현재(오후 6시 40분경)는 4개 매체가 모두 사진을 바꾼 상태다. 그러나 자사 홈페이지와 포털 인링크에서 볼 수 있는 기사의 사진만 바뀌었을 뿐, 포털에 뉴스를 검색했을 때 보이는 썸네일은 그대로다.

 

포털의 즉각적인 수정이 필요함은 물론, 언론사들은 아무리 자신들의 과오를 가리고 싶어도 쉽게 가릴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 그러나 사망 소식을 전하면서 최근 논란이 됐던 사진을 쓰겠다는 발상을 한 기자들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이는 저널리즘의 측면을 넘어서 인간에 대한 도의적 차원에서도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몰상식한 행태이다.

 

 

사진으로 고인을 욕보이며 장사를 하는 언론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간 고인을 둘러싼 논란을 정리하느라 바쁘지만, 그런 정리 어디에도 언론에 대한 성찰은 없다. 국민일보는 오후 5시 35분에 올린 기사에서 “노브라를 주창해온” 등의 표현을 썼다가 현재는 수정했다. 한국경제는 오후 5시 57분에 올린 기사에서 설리와 관련된 이전 논란을 미주알고주알 담아냈다.

 

‘자살보도 권고기준 3.0’은 “고인의 인격과 비밀은 살아있는 사람처럼 보호해야 합니다”라고 권고하고 있다. 지금 언론의 보도 행태는 고인의 인격을 보호하기는커녕 오히려 인격을 무참히 해치고 있다. 살아있을 당시에도 언론의 클릭 장사에 자주 희생되곤 했던 고인의 인격은 숨진 이후에도 한낱 클릭 장삿거리에 불과한가? 도대체 언제까지 누구의 죽음을 조장하고 이를 팔아 돈벌이로 삼을 것인가?

 

 

부적절한 수식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자살보도 권고기준 3.0’은 “자살을 합리화하거나 극적으로 묘사하지 않습니다. : ‘벼랑 끝 선택’, ‘어쩔 수 없는 선택’, ‘마지막 탈출구’, ‘~ 이기지 못해 뒤따라 자살’ 등과 같은 표현을 사용하지 않습니다”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경제는 오후 5시 57분에 <종현 뒤따른 설리…하늘의 별 되다 [종합]>라는 제목을 내놨다. 그나마 현재는 <설리, 하늘의 별 되다 [종합]>로 수정됐다. ‘죽음의 뒤를 따른다’는 표현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를 감정적으로 묘사하는 것임과 동시에 먼저 사망한 이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표현으로 이 상황에서 절대 나와서는 안될 제목이다.

 

 

시민들은 유사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자살보도 가이드라인과 권고기준에 부합하는 기사를 작성하고, 고인의 죽음으로 상업적 이익이나 탐낼 생각을 하지 말라고 요구해왔다. 그러나 매번 똑같은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 시민들의 의식은 저만큼 앞서 가는데 언론 행태는 퇴행적이다.

 

경고한다. 지금 이 순간부터라도 고인의 사망 소식을 다룬 기사에선 ‘자살보도 윤리강령’이나 ‘자살보도 권고기준3.0’을 지켜 보도하라. 각 언론사는 그의 죽음을 장사에 이용하는 것을 당장 그만두고, 그의 인격을 보호함과 동시에 비슷한 모방 시도가 일어나지 않도록 언론의 책임을 다 하라. 특히 이번의 경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기 때문에 이를 보도할 때 꼭 마지막엔 자살예방 관련 기관 정보나 긴급 도움 요청 관련 이미지를 제공하라.

 

언론사뿐만 아니라 뉴스의 유통을 맡고 있는 포털 또한 책임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번 경우는 물론, 유명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을 다룬 뉴스들을 전할 때 언론이 이를 가지고 장사를 할 수 없도록 검색어 노출을 제한하거나 부적절한 사진 등이 사용되었을 경우 즉각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끝>

 

2019년 10월 14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직인생략)

 

comment_20191014_043.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