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600억대 회계조작 MBN에 ‘6개월 유예’ 업무정지라니 언론은 어떤 불법을 저질러도 치외법권인가
등록 2020.10.30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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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가 10월 30일 종편 출범 과정에서 600억대 금융범죄와 회계조작을 벌인 MBN에 6개월 ‘방송전부 업무정지’ 행정처분을 내렸다. 그것도 업무정지 시점을 6개월 유예했다. 그야말로 무늬만 ‘업무정지’인 ‘봐주기’ 처분이다. 6개월 유예기간 동안에 MBN이 행정소송을 제기한다면 그조차 효력이 정지된다. 도대체 방송통신위원회는 무슨 처분을 했다는 말인가.

 

그동안 민주언론시민연합을 포함한 언론‧시민단체는 불법으로 최초 승인받은 MBN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법이 정한대로 승인취소를 내려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해왔다. MBN은 2011년 출범 당시 임직원을 동원한 차명투자로 600억대 자금을 조성했으며, 이를 숨기기 위해 지속적인 회계조작을 벌이고 광범위한 허위서류 제출을 통해 두 번의 재승인을 통과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불법으로 태어나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특혜로 생존하며 불법행위를 지속해온 MBN은 법대로 처분한다면 승인취소 외엔 답이 없다. 하지만 방송통신사업의 공익성과 공공성을 지켜야 할 국가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는 ‘불법 백화점’이라고 표현해도 모자랄 만큼 다양한 범죄행위를 지속적으로 벌여온 MBN에 또다시 ‘봐주기’ 처분을 했다. 오늘의 결정은 실망을 넘어 앞으로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정책 행정기관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근본적인 의문이 들게 한다.

 

‘6개월 유예, 6개월 업무정지’는 무늬만 처벌

방송통신위원회의 이번 결정은 2009년 미디어법 날치기로 탄생해 이명박-박근혜 보수정부에서 수많은 특혜를 받아온 종편에게, 어떤 불법을 저질러도 솜방망이 처벌만 받는 탈법적 지위까지 더해준 것이나 다름없다. 방송법 시행령 별표에 따르면 MBN과 같은 악의적 범죄에는 ‘등록의 취소’ 말고 다른 처분을 내릴 수 있는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행정처분을 앞두고 방송통신위원회 안팎에서는 근거 없는 ‘종편 봐주기’가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0월 12일 MBN 경영진 대상 청문회에서 청문위원들이 이미 ‘승인취소’ 의견을 냈음에도 방송통신위원들끼리 의견 대립이 있다며 행정처분 결정 이틀 전에 MBN 최대주주 대표로서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과 류호길 MBN 대표를 불러 또 한 번 의견청취 절차를 거쳤다.

 

각 정당이 자당 정치인 출신으로 방송통신위원 회전문 인사를 하다 보니 국민의힘 출신 ‘종편 사수대’가 승인취소에 반대하는 것은 일견 예상된 일이다. 그러나 국가기관으로서 우리나라 방송정책을 총괄하는 방송통신위원회와 그에 대한 엄중한 책무를 부여받은 방송통신위원이 법과 제도는 잊고 정치적 결정을 내렸다면 앞으로 우리나라는 방송법이 휴지조각에 불과한 나라가 될 것이다.

 

언론계의 자정노력 부재도 매우 실망스럽다. 10월 중순 MBN 구성원들은 방송통신위원회에 선처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잇따라 제출했다. 다른 언론도 방송통신위원회 행정처분 결정이 다가오는데도 ‘의도적 무관심’으로 대응해 제 식구 감싸기이자 언론카르텔의 전형적인 행태를 보였다. 자산 20억의 시민단체 회계문제가 의혹단계에서조차 사실확인 없이 대서특필된 세상에 행정기관의 승인을 받아 설립된 방송사의 600억대 회계조작은 보도가치가 없었는지 묻고 싶다.

 

방송통신위원회, 재승인 심사가 마지막 기회다

2011년부터 종편에 지속적으로 ‘불법 면허’를 내주고도, 2020년 법원의 유죄판결로 그 불법성이 명명백백하게 확인된 MBN에 엄정한 처벌을 해달라는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고 ‘봐주기 처분’을 내린 방송통신위원회에 대해서는 더 이상 할 말도 없다. 그동안 반복된 MBN의 특혜 승인과 특혜 생존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책임을 다할 기회를 스스로 날려버렸다.

 

이제 방송통신위원회에 마지막 기회가 있다면 앞으로 남은 종편 재승인 심사과정이다. 최근 TV조선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법정제재 6건을 받아 재승인 조건을 위반한 상황이 되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4월 TV조선에 조건부 재승인을 결정하면서 ‘1년 내 법정제재 5건 이내 유지’ 조건을 달았으나 결국 ‘심판의 시간’만 미뤘을 뿐이라는 사실이 입증됐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각종 불법을 저지르고 심의기준을 위반한 수준미달 막말·오보·편파·왜곡을 일삼는 방송사들에게 면죄부를 내주던 역할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는 11월부터 진행될 방송통신위원회 MBN 재승인 과정을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다. 이번이 정말 마지막 기회다. 국민들이 언제까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주식회사외부감사법 위반, 자본시장법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른 업무상 배임, 조직적 증거인멸과 허위진술 강요 등 중대범죄를 저지른 방송사를 안방에서 지켜봐야 한단 말인가.

 

방송통신위원회는 11월 시작될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오늘의 행정처분 과오를 만회하고, 앞으로는 이런 잘못된 판단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것만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방송의 공공성을 회복하고, 방송통신위원회의 본분을 되찾는 길이다.

 

2020년 10월 30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직인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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