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월드컵 일색 방송편성]에 대한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 논평(2002.6.27)
등록 2013.08.02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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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 있는 '방송'을 기대한다!


 

 

월드컵이 시작된 이후 방송은 월드컵 일색이다. 우리나라가 월드컵에서 사상 첫 승리를 거머쥔 이후, 꿈에 그리던 16강을 넘어 4강까지 진출한 것은 분명 쾌거다. 온 국민들이 이번 월드컵으로 축제 분위기에 젖어 있으며 월드컵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보여주고 있는 방송3사의 월드컵 편향은 너무 심하다.


월드컵 경기가 있으면 방송3사 모두 똑 같은 내용을 아나운서와 해설자만 다르게 방송하고 있다. 이는 '전파낭비'일뿐 아니라 시청자들의 채널 선택권을 무시하는 방송행태다. 중계방송 전후에도 방송에는 월드컵과 관련된 내용이 홍수를 이룬다. 월드컵을 다루지 않는 프로그램은 드라마와 어린이 프로그램 등 일부에 지나지 않으며, 그나마도 월드컵으로 인해 수시로 시간이 변경되고 있다.
월드컵과 관련해서 가장 심각한 것은 방송보도다. 방송3사는 자사 보도프로그램의 60% 가량을 월드컵 관련 소식으로 내보내고 있다. 경기내용 요약, 각 지역별 거리응원 소식, 앞으로의 경기 전망, 외신 반응 등 연일 비슷비슷한 월드컵 소식이 대부분이다. 월드컵소식 이외의 내용은 정치권 동향과 사건사고 보도 등에 그치고 있어 언론 본연의 사회비판과 감시 기능은 찾아보기 힘들다.


월드컵을 맞아 실시하고 있는 방송3사의 종일방송도 준비가 부족해 보인다. 방송3사의 낮 시간 방송은 주로 월드컵 경기와 다큐멘터리 재방송, 월드컵 특집 프로그램이다. 대부분이 재방송 프로그램이며, 월드컵 특집 역시 여러 차례 다른 프로그램을 통해 접한 내용이라 새로울 것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종일방송이 필요했는지 의문이 앞선다.


요즘 우리 방송을 보면 우리나라에는 월드컵 외에는 아무런 중요한 사건이 터지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정말 우리나라에는 월드컵 이외에 아무런 사건도 일어나지 않고 있는가.
방송에서는 외면했지만 보건의료노조의 파업이 장기화되고 있으며 공권력마저 투입되었다. 미군의 운전 실수로 여중생 두 명이 장갑차에 치이는 끔찍한 사고가 있었지만 이에 대한 처리과정은 제대로 조명되지 못하고 있다. 새만금 방조제 공사 중지를 외치며 목숨을 걸고 일주일간 절벽에 매달려 시위를 벌인 환경운동가도 있다. 이런 중요한 사태에 대해 왜 방송은 침묵해 왔는가. 왜 우리 방송은 월드컵과 중요사안에 대해 균형 있는 태도를 취하지 않는가.


이제 월드컵도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 이제라도 방송사들은 월드컵 중심의 보도태도를 돌아보고 다른 중요사안에도 눈을 돌려주길 바란다. 또 월드컵 기간 중에 실시한 종일방송 체제 역시 정상으로 돌려야 할 것이다.

 


2002년 6월 27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방송모니터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