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미군차량에 의한 여중생 사망]관련 신문보도에 대한 논평(2002.6.27)
등록 2013.08.02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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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은 더 이상 직무유기하지 말라 
 

 


도대체 우리 신문은 왜 이러나. 우리 신문이 진정 가치있다고 판단하는 뉴스는 무엇인가. 본회는 진지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3일 미 2사단 공병대 소속 미군전차에 여중생 두 명이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 차량은 바로 지난 해 미군 고압선에 감전돼 숨진 전등록씨 사고와 같은 부대 소속이다. 그런데 월드컵으로 전 지면을 도배되다시피 보도하는 것과 매우 대조적으로 각 신문은 이 사건에 단 몇 줄도 할애하고 있지 않다.


본회는 이 사건에 대한 언론의 철저한 외면이 월드컵 열기 때문인지 아니면 미군에 의한 각종 범죄와 사건·사고를 외면하던 평소의 그 관행 때문인지 단언하기 어렵다. 이유가 무엇이든 언론의 직무유기는 용인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리고 사과한 마디 없는 미군의 무성의한 태도와 정부 당국의 무관심 그리고 언론의 외면이 3박자를 이루어 무참히 깔려 죽은 여중생들의 죽음을 억울하게 몰아가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미군은 한미 합동 조사 요구를 무시한 채 17일 유족에게도 알리지 않고 현장조사를 서둘려 벌이는 등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행태를 보이고 있다. 또 사고 당일 주민들에게 훈련 사실을 통보했다고 밝혔으나 이는 곧 거짓임이 드러났다. 현재 사건 대책위가 "맞은편에서 오던 궤도차량과의 충돌이 우려되자 자신들의 장비와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 혹시 학생들을 보고도 그쪽으로 차량을 몬 것이 아닌가"하는 의혹을 제기하는 게 설득력을 갖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미국의 오만함과 거짓 때문이다.


특히 어제는(6/26) 대책위 관계자와 대학생 500여명이 의정부 미 2사단 정문 앞에서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는 격렬한 물리적 충돌도 있었고 기자 두 명이 연행되기도 했다. 그리고 경찰은 시위대 일부에 대해 사법처리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오늘 이에 대해 어느 신문도 단 한 줄 보도하지 않았다. 한겨레도 예외가 아니다. 다만 한겨레는 취재파일 <달라지지 않은 미군의 사고처리>을 통해 미군의 잘못된 태도를 지적했고 토론면인 왜냐면을 통해 <미국이라는 '탱크'아래 깔린 대한민국>이라는 기고문을 실었을 뿐이다.
본회는 이 사건이 '언론이 마땅히 다루어야 할 중대사안'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 동안 미군범죄와 그들에 의한 각종 사회문제는 그 해결과정에서 늘 말썽을 빚어왔고 미국의 오만한 태도와 정부당국의 굴욕적 자세로 제대로 해결된 것이 없다. 이번 사고를 단순 교통사고가 아닌 기존의 미군범죄의 연장선으로 보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지금 언론은 저마다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고 있다. 미군 차량에 깔려 여중생이 죽어도 제대로 해결 못하는 나라, 여중생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미군 부대 앞에 목숨건 시위를 벌여도 신문이 단 한 줄 보도하지 않는 나라, 정부는 여전히 이런 사태에 무관심한 나라, 이런 나라에서 무슨 대한민국 만세란 말인가.

 


2002년 6월 27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