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심의기구’를 ‘권력에 이르는 수단’으로 전락시킨 전광삼 위원, 당장 사퇴하고 사죄하라
등록 2020.02.21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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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 생명인 미디어 관련 공공기관, 심지어는 객관성과 공정성을 기준으로 방송·통신 콘텐츠를 ‘심의’하는 ‘심의위원’이 선거를 맞아 냅다 정치권으로 달려갔다. 자유한국당 추천으로 2018년 1월 방통심의위 상임위원이 됐던 전광삼 위원이 이번 총선에서 미래통합당 대구 동구갑 후보로 공천을 신청한 것이다. 애초 자유한국당에서 추천을 받고 결국엔 자유한국당의 정치인이었음을 드러냈다. 그는 방송통신심의를 국회의원이 되기 위한 발판으로 삼으려했다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보수 종편’ 비호하기 위해 인권까지 내팽개친 심의위원

전광삼 위원은 언론인 출신이기는 하나 그간 심의 과정에서 저널리즘에 대한 전문성은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오히려 자유한국당과 동일한 정치적 입장으로 심의를 하고, 보수 매체를 비호하기 위해 저널리즘 원칙들과 인권을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성폭행 피해 장애인을 비하 용어인 ‘반편이’라 칭한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2018/2/22)을 심의할 때 전광삼 위원은 “부산 사투리로 ‘반편이가’ 이런 얘기를 한다. ‘반편이’라는 말은 국어사전에도 등록돼 있는 말”이라며 비하 용어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정준영 성범죄’를 다루면서 피해자의 신상정보를 노출하고 ‘쓰리썸’ 등 적나라한 성관계 묘사를 남발한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2019/3/13)를 심의할 때도 저급한 인권 의식을 노출했다. 전 위원은 “기자들 사이의 취재경쟁”, “본능적으로 기자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그 경쟁심”이라며 성범죄 피해자 신상노출 보도가 대단히 바람직한 보도인 것처럼 포장했다. 서지현 검사의 ‘미투’를 전하면서 서지현 검사가 당했을 성추행 상황을 과도한 삽화로 묘사한 TV조선 <뉴스9> <8년 전 무슨 일이…장관 옆에서 ‘성추행’>(2018/1/30)을 심의할 때는 심지어 “내가 데스크에 있어도 그렇게 지시했을 것”이라 말했다. 그가 언론사 데스크가 아님을 다행으로 여겨야 하는 걸까?

 

심의에서 맥락도 없이 박근혜 감싸고 돌았던 심의위원

반면 ‘조선일보 유료부수 120만 부라는 숫자를 믿기 어렵다’는 상식 수준의 발언으로 심의 대상에 오른 KBS <저널리즘 토크쇼J>(8/5)에는 독설을 퍼부었다. “천박한 저널리즘 비평” “토크쇼 자체가 오히려 더 천박한 것 아닌가”라는 것이다. 심지어 KBS가 거론한 양승태 대법원의 조선일보 거래 의혹에 대해서는 “단정으로 ‘거래 의혹’이라는 제목을 달았어요”라고 문제 삼았다. ‘의혹’을 ‘의혹’이라 칭한 것도 잘못이라니, ‘보수언론’을 비평한 KBS에 상당한 악의를 드러낸 것이다.

 

온국민을 충격으로 몰아 넣은 ‘기무사 계엄령 문건’을 상세히 파헤친 MBC <스트레이트>(2018/7/29)를 심의할 때도 전광삼 위원은 이른바 ‘보수세력’의 잘못을 감추기 바빴다. MBC가 전혀 그런 내용을 보도한 적이 없는데도 전 위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제가 알기로는 (2016년)12월 달에 이미 다 내려놨어요”라며 ‘박근혜는 관련이 없다’고 제 발을 저렸다. 종국에는 “태극기집회 참가했던 분들이나 아니면 촛불집회 참가했던 분들이 정말 극한의 투쟁 상황으로 갔다고 했을 때 경찰력으로 국민적인 저항을…. 그리고 치안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을 때 어떻게 해야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냥 내버려둬야 된다고 생각하세요?”라며 기무사의 계엄령 준비가 정당하다는 의중을 내비쳤다.

 

전광삼 위원은 무슨 낯으로 심의를 계속하겠다는 것인가?

맘속 깊숙이 정치인이 되고 싶은 욕망을 품고 있는 인물이 심의를 해왔다는 사실만으로도 방송통신심의기구의 신뢰는 뿌리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전광삼 위원은 ‘공천 면접은 정치행위가 아니다’라는 해괴한 이유를 들어 심의위원직을 고집하고 있다. 대체 무슨 낯으로 방송 통신을 심의하겠다는 것이며 그런 자가 한 심의가 공정하다고 누가 믿겠는가? 법에 엄연히 정당원은 심의위원의 결격사유로 규정되어있다. 공천까지 신청한 자가 당원으로는 가입하지 않았다고 뻔뻔스럽게 변명하고 발뺌만 하고 있을텐가? 심의기구의 신뢰를 송두리째 무너뜨린 전광삼 위원은 당장 심의위원직을 자진 사퇴하고 국민에 사죄하길 바란다. 또한 뼛속까지 정파적인 인물이 미디어 관련 기관에 관여할 수 없도록 정치권과 당국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2020년 2월 21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직인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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