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이동재 기자 보석 석방, ‘채널A 검언유착 의혹’ 흐지부지 끝나선 안 된다
등록 2021.02.04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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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언론계뿐 아니라 우리 사회를 강타한 ‘채널A 협박취재 및 검언유착 의혹 사건’ 핵심 피고인 이동재 전 기자가 2월 3일 법원의 보석 허가로 석방됐다. 지난해 7월 17일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된 지 201일 만이다. 그러나 사건의 진상규명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핵심 증인인 ‘제보자X’의 증인채택이 불발되고 채널A 진상조사위원회 보고서 작성자로 알려진 강 모 기자의 소재파악이 안 되는 등 재판은 난항을 겪고 있다. 검찰은 검언유착 공모정황이 담겨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한동훈 검사장의 잠긴 휴대폰도 아직 열지 못하고 있다. 핵심 인물이 풀려나고 증인들은 불출석하는 등 검언유착 의혹 사건의 진상규명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진상규명은 안되고 핵심 피고인은 풀려나고

불구속 재판은 모든 형사피고인에게 적용되는 권리다. 그러나 이동재 전 기자는 언론권력을 악용해 피해자를 협박하고 검찰권력과 협잡하여 무고한 여권 인사를 범죄자로 만들어 선거에 영향을 주려는 시도를 했다. 민주주의를 유린한 중대범죄다. 게다가 그는 범죄를 시인하고 반성하기는커녕 재판에서조차 혐의를 부인했다.

이 전 기자는 채널A 진상조사위원회 보고서 증거채택을 강력 거부하는 등 재판 내내 불성실한 태도로 임했다. 이 전 기자가 구속된 후 사정의 변경이 없었고, 풀려나면 말을 맞추거나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욱이 사건 초기 자신의 휴대전화 2대를 초기화하고 노트북PC 1대를 포맷하는 등 주도적으로 증거인멸을 한 전력이 있다. 그런데도 법원은 구속기간 만료를 하루 앞두고 보석을 허가했다. 지난해 사모펀드 의혹 등으로 구속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5촌 조카 조범동 씨 구속이 만료 직전 추가 연장된 사례와 비교된다. 재판부가 검언유착 의혹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할 의지가 있는지 우려된다.

핵심 증인들이 잇달아 재판에 나오지 않아 난항을 겪고 있기도 하다. 이 전 기자 측이 채널A 진상조사보고서 증거채택을 거부한 가운데, 보고서 작성자로 알려진 채널A 강 모 기자의 소재 파악이 안된다는 이유로 재판은 공전 중이다. 검언유착 의혹을 언론에 처음 제보한 핵심 증인 ‘제보자X’의 증인채택은 결국 불발됐다. ‘제보자X’는 “한동훈 검사장의 수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관련자들이 재판에 나가 증언을 한다면 한 검사장이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고 왜곡할 부정행위를 도와주는 꼴”이라며 불출석 사유를 주장해왔다.

 

검찰‧법원 애초 진상규명 의지 있었나

국민들은 재판과정을 통해서라도 검언유착 의혹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질 것을 기대했다. 그런데 결과는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팀은 핵심 인물인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무혐의 결재를 계속 올리고 있고, 조선일보‧중앙일보 등 보수언론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결재를 미룬다며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이 공모한 정황이 담겨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한 검사장의 휴대폰을 확인하지도 않은 채 ‘혐의 없음’이라는 성급한 결론부터 내리라는 것이다. 검찰은 한술 더 떠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이 SNS 등에서 검언유착 의혹과 관련해 언급한 발언을 두고 이 전 기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추가 기소까지 했다.

애초 검찰의 수사의지는 의심을 받아왔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2020년 4월 7일 검언유착 의혹 사건을 고발한 이후 윤석열 검찰총장은 직무범위에서 벗어나 대검 감찰부 감찰을 중단시키고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강행하는 등 노골적으로 수사를 방해했다. 그의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이 연루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로 인해 헌정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가 이뤄지기도 했다.

검찰 수사팀의 ‘봐주기’ 수사는 계속되고 있다. 수사팀은 1월 29일 강요죄 공동정범 등의 혐의로 고발된 홍성규 채널A 전 사회부장과 배혜림 전 법조팀장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두 간부가 당시 사건에 관하여 수시로 사전 보고를 받고 취재방향과 관련된 지시 등을 내리면서 적극 개입한 정황은 곳곳에서 드러났다. 이동재 전 기자는 2020년 12월 17일 제15차 공판에서 “(이철 전 벨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 집이 있는) 양주에 갈 때 배혜림 채널A 법조팀장 지시 아래 갔나”는 재판부 질문에 “배 팀장 지시 하에 갔다”고 답했다. 보고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그렇다고 답했다. 채널A 진상조사위원회도 배 전 팀장과 홍 전 부장에게 각각 6개월, 3개월 정직 처분을 내렸다. 배 전 팀장은 재판 증인으로 출석해 “보고 받은 적 없다”고 주장했으나, 핵심 당사자 간 진술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전대미문의 검언유착 의혹 사건이 이렇게 흐지부지 끝나선 안 된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언론과 검찰이 자신의 권력을 남용하거나 악용하지 않도록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게 해달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적극적인 수사와 재판을 통한 철저한 진상규명이 우선되어야 한다. 검찰과 법원이 검언유착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첫 단추부터 제대로 꿰지 못한다면, 촛불시민의 염원으로 탄생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2021년 2월 4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직인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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