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포커스(~2023)_

KBS 사태를 보면서 

팩트에서 지고 들어가는 기존언론
안성일(YTN 감사)
등록 2019.10.14 14:37
조회 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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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KBS)

 

참고인 김경록씨의 두 인터뷰

 

“한 가지는 제가 KBS에서 인터뷰를 하고 들어왔는데 그 인터뷰를 한 내용이 검사 컴퓨터 대화창에 KBS랑 인터뷰할 때 털어봐, 무슨 얘기 했는지, 조국이 김경록 집까지 쫓아갔대. 털어봐. 그런 내용을 제가 우연찮게 보게 됐어요. 지금 내가 KBS 인터뷰하고 왔는데 조국 교수님이 우리 집까지 찾아왔다고 얘기를 한 적이 없는데, 그런 얘기까지 했다고  그걸 지금 털어보라고 그러고. 그러니까 언론하고 검찰은 매우 밀접, 특히 법조출입 기자들, 걔네들이 먹고 사는 게 서로 상호협조 하는 거니까. 이 사람들이 무리한 수사를 하건, 내 인권이 탄압이 되건 어떻게든 검찰이 수사하는 거에 막 반응을 불러일으켜줘서 자신감 있게 본인들의 생각을 확정적으로 가지고 나가게끔 만들어주는 구나. 구조가 그렇게 돼 있구나. 그걸 제가 말을 할 수도 없고, 반박할 수도 없고”

조국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의 PB(개인투자도우미)인 한국투자증권 김경록 차장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에서 한 말이다. 그대로 옮겼다. 그대로 옮긴 까닭은 김경록씨가 한 말을 ‘그대로’ 전하기 위해서다. 내 생각대로 재단하지 않고.

 

김경록씨는 9월 10일 KBS 법조출입 기자와 인터뷰했다. 그리고 약 한 달 뒤인 10월 3일 유시민씨와 인터뷰를 했다. 두 인터뷰의 녹취록은 공개됐다. 누구나 찾아서 읽어볼 수 있다. 내용은 거의 같다.

 

“출입처와 일심동체가 된 기자”

 

김경록씨는 KBS가 자신의 인터뷰를 제대로, 또는 전혀 방송하지 않았다고 생각해 먼저 ‘알릴레오’에 연락해 인터뷰를 했다. 1시간 30분 정도의 인터뷰에서 앞에서 옮긴 KBS 관련 내용은 중간 이후에 나온다. 유 이사장은 KBS 법조팀과 검찰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는다며 유착의혹을 제기했다. 그후 KBS는 시끄럽다. 회사는 특별취재팀과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했고 보도본부 소속 기자들은 반발했다. 성재호 사회부장은  내부게시판에서 김경록 자산관리인과 인터뷰 내용은 정당했고, 내통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인터뷰 내용을 확인 취재하는 과정에서 검찰이 인터뷰한 사실 자체를 알아챘다고 해서 그걸 마치 기자가 인터뷰 내용을 통째로 검찰에 넘긴 것처럼 비난하는 것은 억지고 ‘거짓 선동’이라고 했다. 그러나 KBS ‘기자’들의 이 반발에 대한 안팎의 지적은 따갑다. 

 

“핵심 관계자의 한 시간  여 인터뷰를 어떻게 취사선택 했느냐에 따라 오늘의 사태까지 이르렀다. 유 이사장은 현재 검찰의 수사방향과 김 차장의 진술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밝히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그러나 KBS 법조팀 아니 사회부는 옳고 그름을 떠나 전체 인터뷰 중 단 두 문장을 활용해 검찰의 논리구조에 집어넣었다. 이 차이다. 지난 두 달 동안 조국 장관 관련보도를 보며 안타까웠다. 솔직히 매일같이 보도되는 사안들의 팩트 하나하나를 장삼이사인 내가 반박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다 이 사단이 났다.” 
KBS 내부 게시판의 글이다.

 

“검사화돼 버렸어요....기자인가 검사인가 생각이 많이 듭니다....검찰의 틀, 검찰의 프레임, 검찰의 논리, 검찰의 자세, 똑같습니다. ....의거라기보다 그와 일심동체된 입장에서 쓰는 것 같아요...검찰이 주장하는 바는 진짜 하나의 검찰이 내세워놓은 가설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걸 마치 기자들은 팩트, 확인된 팩트처럼 생각합니다....그렇게 기사를 쓰고, 그러니까 가령 기사를 쓸 때 가장 정확한 표현은 이겁니다. 어떤 어떤 기사를 쓸 때 ‘검찰은 이렇게 말했다.’ ‘검찰은 이렇게 주장했다’ 이게 가장 정확한 검찰 관련 기사입니다. 그런데 그런 기사 보셨어요?” 
기자 대선배인 정연주 전 KBS 사장의 말이다.

 

밖을 보라, 세상은 이미 바뀌었다.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는 배나 기차, 자동차 안에 있는 사람들이 그 안의 물체만 보고 있으면, 움직임을 감지할 수 없다. 창밖을 보아야 한다. 언론의 지평은 이미 바뀌었다. 15세기 중반 활판인쇄술 덕분에 성경이 교회의 독점에서 풀려나자 성경 해석의 혁명이 일어났듯이, 언론과 기존체제가 정보를 독점하고 재단하던 시대는 끝났다. 한정된 플랫폼과 미디엄, 한정된 시간과 지면을 독과점했던 기존 체제에서 만들어진 언론은 이제 유물이 되어간다. 당신의 말이 실시간으로 팩트 체크가 되는 세상이 왔다. KBS 보도본부의 기자들이 당황스러울 수도 있다. 동조하는 다른 언론사들의 ‘기자’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틀렸다. 창밖을 보아야 한다. 그러면 당신이 탄 배가 어디로 가는지, 제대로 가고 있기는 한지, 아니면 침몰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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