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포커스(~2023)_

공영방송 지배구조개선,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

‘방송법 개정’ 약속 잊으셨습니까
박용규(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 상지대학교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
등록 2021.06.14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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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의 언론개혁 공약 이행을 촉구하는 릴레이 1인시위가 진행 중이다.

사진은 6월 7일 시민사회단체 1인 시위 첫 주자로 나선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가운데) ©전국언론노동조합

 

물 건너가는 걸까? 8월 KBS 이사회와 MBC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 9월 EBS 이사회, 12월 KBS 사장 선임이 예정돼 있다. 6월까지 방송법 개정이 이뤄져야만 새 법에 따라 공영방송 이사와 사장 선임이 가능하다는데 벌써 6월 중순이다.

 

올해 들어 많은 사람들이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바꾸기 위한 방송법 개정을 적극 주장해왔고, 최근 그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 6월 7일부터 언론·시민사회단체들이 방송법 개정 등 언론개혁을 요구하는 ‘릴레이 1인시위’를 청와대와 국회 앞에서 매일 벌이고 있다. 전국언론노조는 6월 11일부터 언론개혁 4대 입법 처리를 촉구하며 전국순회 투쟁에 나섰다.

 

“약속을 잊으셨습니까! 언론개혁 대선공약 지금 당장 이행하십시오.” 언론·시민사회단체가 ‘릴레이 1인시위’에서 촉구하고 있는 구호다. 그중에서도 ‘공영언론(KBS·MBC·EBS·연합뉴스) 지배구조 개선’을 주요 과제로 앞에 내세웠다. 언론개혁 과제 중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겠지만, 방송법 개정은 가장 시급하기 때문이다.

 

정치적 독립 부재의 공영방송

 

한국 공영방송 역사는 기구하다. 오랫동안 정부의 직접 통제를 받았고, 그 뒤엔 정치권 입김이 작용하는 이른바 ‘후견’ 대상이 되고 말았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관행적으로 여당과 야당이 공영방송 이사를 나눠 추천해왔다. 추천방식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여야 추천 이사 비율은 대체로 KBS 7:4, MBC 6:3이 된다.

 

정치권이 공영방송 이사를 추천할 때마다 정략적 의도가 작용했고, 정치권 추천으로 이사가 된 사람들은 추천해준 곳을 의식하며 활동할 수밖에 없었다. 공영방송 이사를 추천하거나 사장을 선임할 때마다 논란이 일었고, 으레 공영방송 공정성에 대한 비판이 나오곤 했다. 공영방송이 정치적으로 독립돼 있지 않아 벌어지는 일이었다.

 

야당일 때 공영방송 불공정을 비판하다가 막상 여당이 되면 태도를 바꾸는 일이 반복됐다. 매번 공영방송 공정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시도는 ‘구두선(口頭禪)’에 그치고 말았다. 미디어환경 변화 속에 공영방송 위기는 심화됐지만, 위기 극복을 위해 필요한 정책조차 정파적 대립 속에 휘말리면서 제대로 시행되지 못했다.

 

시민참여 추천방식으로 바꿔야

 

공영방송 독립성 보장을 위한 방송법 개정은 문재인 대통령의 언론분야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공영방송사 노조에서도 이사와 사장 선임 과정의 정치적 독립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공영방송 독립성 보장이란 대의명분 앞에 대놓고 반대할 세력은 없을 것이다. 청와대와 국회가 마음만 먹는다면 공영방송 자율성을 위한 방송법 개정은 충분히 가능하다.

 

정치권의 직접적인 영향력이 작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추천방식을 바꿔야 한다. 정치권 나눠먹기가 아닌 시민참여로 공영방송 이사를 추천하도록 하는 개정안도 이미 나와 있다. 개정안에는 이사, 사장의 자격 요건과 결격 사유도 포함돼 있다. 물론 전문성과 다양성은 높이되 정파성은 배제할 수 있도록 보완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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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의 언론개혁 공약 이행 촉구 릴레이 1인시위 요구사항 중 '공영언론 지배구조 개선' 주축을 이루는 MBC,KBS, 연합뉴스 

©민주언론시민연합

 

방송법 개정만이라도 서둘러야

 

공영방송이 위기에 처해 있다. 경영의 위기이자 신뢰의 위기다. 공영방송 가치를 인정받아야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공영방송 가치를 인정받으려면 독립성이 절대로 필요하다. 공영방송 독립성을 보장하려면 우선 이사와 사장 선임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는 데 대다수가 동의한다. 물론 지배구조 변화만으로 공영방송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공영방송 구성원의 공적 책무에 대한 확고한 인식이 필요하다. 전문성을 높이고 직업윤리를 확립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공영방송 독립성 보장을 위한 방송법 개정을 통해 언론개혁의 진정성도 보여줄 수 있다.  정파적 이해보다 공적 책임에 더 충실한 언론을 만들려는 것이 곧 언론개혁이라는 점을 명확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언론개혁 과제 중에서 독립성 보장을 위한 방송법 개정만이라도 먼저 처리하도록 서둘러야 한다. 자칫하면 이번에도 공영방송 이사와 사장 선임이 과거 방식대로 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그 결과는 언론개혁의 실패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공영방송 위기를 더 격화시키게 될 것이다. 이제 정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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