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포커스(~2023)_

한국 언론, 아프간 사태와 난민 이송 어떻게 보도하고 있나

미국 아프간정책 실패엔 ‘무관심’, 정부 모호한 난민대책엔 ‘모르쇠’
고승우(80년 해직언론인협의회 상임대표, 민주언론시민연합 이사)
등록 2021.09.09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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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가니스탄인 국내 이송작전이 시작된 카불공항 인근에서 한국의 우방국 병사가 외교관과 함께 한국행 아프간인을 찾고 있다. ⓒ외교부

 

한국 정부는 지난 8월 25일,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이 외국 대사관에서 일한 자국민을 ‘서방의 부역자’로 간주하자 한국 정부에 협력한 현지인과 그 가족 378명을 국내로 이송하고, ‘인도적 특별체류 조치’를 취한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난민인권네트워크는 입장 발표를 통해 “정부가 난민을 난민이라 당당히 부르지 않고 ‘특별공로자’에 해당한다고 하면서 난민보호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며 “2018년 예멘 난민 사태에 대한 대응 시와 마찬가지로 일부 반대 여론을 무마하려는 데에만 급급하고 난민보호 취지에 맞지 않는 부당한 발언만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8월 27일 성명에서 “난민 보호는 국제사회와의 약속이자 인류 보편의 가치를 세우는 일로 국내에 이미 거주 중인 아프간인들이 우리 정부에 난민신청을 한다면 난민법에 따라 심사하되, 아프간의 열악한 상황이 충분히 고려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한 "우리 정부는 낮은 난민 인정률과 난민 등에 대한 부족한 처우로 인해 국제사회와 시민단체로부터 난민정책에 대한 변화를 요구받아 왔다”며 “1994년 이후 2021년 6월까지 우리나라에 보호를 요청한 난민신청자 7만2217명 중 인정자는 1,112명으로 3%도 안 되는 낮은 인정률”이라고 지적했다.

 

난민 혐오와 갈등 부추기는 편협한 보도

 

탈레반을 피해 아프간을 탈출한 난민 수용과 관련해 온라인 공간에서 일부 누리꾼들이 “범죄 우려가 있다”, “난민들을 받을 경제적 여력이 없다” 등의 주장을 내놓고 있다. PD저널은 8월 29일 “난민 혐오 조장 보도 달라졌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래지향적인 관점으로 난민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며 부적절한 보도 사례를 아래와 같이 소개했다.

 

조선일보_난민 수용 놓고 찬반논쟁… “인도적 차원서 받아줘야” vs “이슬람교도 대거 유입 우려”_2021-08-26.jpg

△ 조선일보는 8월 26일 해당 기사에서 진천 주민들이 아프간인들 입국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으나,

입국 직후부터 8월 말까지 진천 주민들이 환영 현수막을 걸었다는 긍정적 반응은 보도되지 않았다.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26일자에 실린 <“난민 수용 놓고 찬반 논쟁... ‘인도적 차원서 받아줘야’ VS ‘이슬람교도 대거 유입 우려’>에서 아프간인들의 입국을 진천 주민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진천 주민들이 국내로 들어온 아프간인들을 응원하는 플래카드를 걸었다는 소식은 다음날 지면에 싣지 않았다.

 

<머니투데이>의 25일자 기사 <아프간 체류자 일용직 허가? 공사판 '불법체류자' 문제는 손놓고...> 보도는 ‘일자리 갈등’을 키우는 전형적인 보도다. <머니투데이>는 법무부가 국내 체류 아프간인에 대해 ‘인도적 특별체류’ 조치를 시행한 것을 두고 “현재도 공사현장에 불법체류자들이 가짜 신분으로 일하고 있어 한국인 근로자들이 현장 일자리를 뺏기고 있는데, 아프간 사태를 계기로 불법체류 외국인들이 특별체류란 이름으로 합법적으로 공사현장 노동일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일보는 8월 29일 충북 진천 인재개발원 입소 아프간 특별기여자들의 얼굴 사진을 보도해 신원노출 위험성과 함께 본국에 남은 그들의 가족들이 탈레반 정권의 공격 대상이 될 우려가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미국은 선, 탈레반은 악' 관점에 갇힌 언론... '황제의전' 논란에나 몰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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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ixabay

 

아프간 사태와 관련해 한국의 자성론도 제기되고 있지만, 대부분 언론은 외면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 주도의 대테러전쟁 지원과 아프간에 '정상 국가'를 세우겠다는 명분으로 2002년 동의·다산부대, 2010년 지방재건팀(PRT)과 오쉬노 부대 등을 파견한 바 있어 아프간 사태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이 지난 20년 동안 아프간에서 벌인 전쟁으로 민간인을 포함해 약 24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현재 아프간 난민은 약 260만 명, 국내 실향민은 약 350만 명에 달한다. 아프간 상황은 이라크에 대한 미국 침공처럼 전쟁과 군사 개입, 강압과 점령에 의해서는 평화도 재건도 모두 불능하다는 점에서 미국 주도의 대테러 전쟁과 그에 대한 지원 등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

 

한국 정부의 아프간 사태 개입에 대한 한국 정치권의 반성적인 평가는 아직 찾아볼 수 없다.  언론도 침묵하기는 마찬가지다. 대부분 언론은 아프간 특별공로자의 한국 도착 후 이들을 위한 지원 정책 등에 대한 보도보다 법무부 차관의 ‘황제의전’ 논란에 몰입하면서 현장 기자들의 갑질엔 눈을 감은 채 특정 부분만 부각시키는 어설픈 목탁의 태도를 반복했다.

 

김영미 분쟁지역 전문PD와 이유경 국제분쟁 전문기자, 주간경향 박병률 편집장은 지난 9월 1일 미디어오늘 인터뷰를 통해 아프간 사태 중 벌어진 국내 언론보도 문제를 지적했는데 우리 사회가 귀 기울일 내용이다. 이유경 전문기자는 “대다수 보도가 ‘탈레반은 악이고 반대편에 선 미국은 아프간을 구하는 입장인데, 그 작전이 실패했다’는 관점에 그친다”며 “탈레반 폭정뿐 아니라 미국의 드론 공격 등 공습으로 인한 민간인 피해, 이것이 어떻게 민간인을 적으로 돌렸는지, 탈레반은 어떻게 세를 확장했는지 등 훑어볼 사안이 많은데 한국 언론에선 특히나 찾아보기 어려운 보도”라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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