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포커스(~2023)_
‘빈손’ 종료한 미디어특위,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혁은 지금 해야 한다
박석운(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 민주언론시민연합 이사)
등록 2022.05.30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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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언론‧미디어제도개선 특별위원회가 24일 전체회의를 열었다. 이날 미디어특위는 자문위원회 최종보고를 받고 특위활동결과보고서를 채택하며 활동을 종료했다. Ⓒ대한민국 국회 영상회의록시스템 화면 갈무리

 

지난 6개월간 활동해온 국회 언론‧미디어제도개선 특별위원회가 5월 24일 특위 활동결과 보고서를 채택하고 활동을 종료하였다. 6개월 가동되었지만, 특위 활동결과는 한마디로 ‘빈 깡통’ 수준이나 다름없다.

 

박근혜퇴진 촛불항쟁 당시 광장의 시민들은 “재벌도 공범이다”, “검찰도 공범이다”, “언론도 공범이다”라고 외쳤고, 촛불광장에서 故 이용마 기자는 공영방송 사장 선임에서 정치권이 손 떼게 하는 대신 국민배심원제 방식으로 사장을 선출하자고 제안하였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법적 장치를 확실하게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약속하였다. 그러나 공영방송 지배구조 관련 제도는 개혁되지 않은 채 문재인 정부 5년 임기는 끝났다. 기가 막힐 지경이 되었다.

 

개혁의 핵심 “정치권 손 떼라”

 

여·야당 간 7:4(KBS) 또는 6:3(MBC) 비율로 추천(사실상 지명)하는 이사들로 공영방송 이사진이 구성되고 이들이 참여하는 이사회에서 공영방송 사장을 선출하는 방식이 반복되었다. 정권이 바뀌면 새로 집권한 여당 측에서 다수의 이사를 추천하고, 새로 야당이 된 종전의 여당은 소수의 이사를 추천한다. 일종의 공격과 수비를 교대하는 격이었다.

 

그러나 방송법이나 방송통신위원회법 등을 보면 이러한 ‘정치적 후견주의’(정치권에서 추천 또는 지명하는 방식)는 실정법적 근거가 전혀 없다. 그럼에도 관행적으로 또는 탈법적으로 여야 정당이 추천하는 사람들이 예외 없이 공영방송 이사로 임명돼왔다. 여당과 야당 모두 공영방송 이사 추천권을 포기하려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정치권의 방송장악 논란은 끊임없이 되풀이됐다.

 

방송장악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출발점은 공영방송 경영진 인선에서 정치권이 손 떼게 하는 것이다. 공영방송의 진짜 주인인 국민이 공영방송의 경영진을 직접 선택하자는 방안이 그것이다. 이 방식은 민주주의 정신에도 부합하는 방안이다. 그런 점에서 지난 4월 말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하여 제출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은 미흡하지만, 나름대로 의미 있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이는 공영방송 개선을 위해 4개 법안(방통위법, 방송법, 교육방송법, 방문진법) 개정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 내용을 요약하면 우선 공영방송 이사회 대신 각 25인씩의 운영위원회를 설치·운영하는 방안이 있다. 운영위원은 국회, 학계, 시청자위원회, 방송사업자, 공영방송종사자, 각 직종별 단체, 시도의회의장협의회(KBS,MBC) 또는 교육단체와 교육감협의회(EBS) 등이 나눠서 추천하여 구성하는 방안이다. 또한 공영방송 사장은 시청자사장추천평가위원회(이하 ‘사추위’)가 복수의 사장 후보자를 추천하고 운영위원회에서 특별다수제(3분의 2 이상 찬성)로 선출하되, 사장임명 건이 2회 이상 부결될 경우에는 운영위원회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별도의 공론조사 방식을 통하여 사장 후보자 임명을 제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그리고 사추위의 구성과 운영에 대해서는 운영위원회 의결사항으로 하는 방안이다.

 

사추위 구성 방식, 법률에 명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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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영방송 KBS와 MBC는 각각 여야 7:4, 6:3 비율로 이사를 선임한다. 법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나 20년 넘는 기간 동안 이어져온 관행으로 자리잡았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이 법안은 정치권의 관행상(탈법적) 이사 추천권을 양성화하되 그 비율을 32% 수준으로 낮추고, 사장 선임절차에 사추위 과정을 법에 명시한다는 진전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여전히 정치적 후견주의를 완전히 탈피하지 못한다는 한계도 있다.

 

방송장악 논란을 탈피하고 공영방송 사장을 국민이 뽑는다는 취지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추가로 보완되어야 할 지점이 있다. 우선, 사추위는 지역·성별·연령을 안분해 국민 중에서 100~200명 수준으로 무작위 추출하는 방식으로 구성하도록 법률에 명시해야 한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이 있듯이, 자칫 사추위 구성의 투명성이 훼손될 위험을 예방할 필요가 있다.

 

둘째, 시청자위원회의 권한과 구성상 투명성을 강화하여 시청자위원회에서 추천하는 운영위원의 시청자 대표성을 강화·보완할 필요가 있다. 현재 각 공영방송의 시청자위원회는 사장이 임명하여 구성하게 되어 있다.

 

셋째, 사추위 과정에서 다수의 후보자들이 제출한 서류와 동영상 소견 발표를 보고 4인 내외로 1차 컷오프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대면하여 심사하는 사추위 회의를 거쳐 복수의 후보자를 추천하되, 운영위에서 2회 이상 특별다수 지지를 받지 못해 부결될 경우에는 사추위에서 비공개상태로 제출된 우선순위 후보자를 선출하도록 절차를 제도화하는 방안이 더불어민주당 법안의 절차보다 더 합리적이고 또 효율적일 것이다.

 

한편, 사추위 구성과 운영과정에서 사장 후보자들의 ‘비공식 사전 접촉’을 차단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내년(2023년) 2월 24일로 예정된 MBC 사장의 임기 만료를 시기상 중요한 변수로 살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국회 내 입법 논의가 신속하게 진행되어야 하는데, 만일 국회 내에서 순리적인 입법 논의가 교착상태에 빠질 때는 국회법상 안건의 신속처리절차(패스트트랙) 회부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혁, 지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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