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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방송심의위는 ‘방송빙자 선거운동원’ 출연을 즉각 중단시키라(최진봉)
등록 2016.03.08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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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포커스>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의 엄중 심의의 필요성
선거방송심의위는 ‘방송빙자 선거운동원’ 출연을 즉각 중단시키라

 

 

최진봉(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지난해 말,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선거방송의 공정성과 형평성, 그리고 객관성을 심의하기 위한 기구인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이하 선방위)를 구성했다. 그런데 국회의원 선거를 40여 일 앞둔 현재, 종편을 중심으로 노골적인 편파, 왜곡 보도가 끊이질 않고 있어 선방위가 과연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게 한다. 선방위가 활동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종편들이 이처럼 선거와 관련해 버젓이 편파, 왜곡 방송을 자행하는 이유는 선방위의 ‘처벌’이 종편들에 별 위협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돌아온 이영작 씨의 ‘방송 빙자 선거운동 발언’들
 지난 2014년 5월 15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TV조선 <뉴스1> 프로그램에 패널로 출연한 이영작 씨는 “이번 선거에서 만약에 좌파가 이기면 대한민국이 완전히 마비된다,”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줘야지 다음 거의 4년을 우리가 헤쳐 나갈 수 있는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선거운동방송을 했다. 그런데 당시 선방위는 이 사안에 대해 고작 ‘의견제시’를 결정했다. ‘의견제시’는 아예 문제가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 가장 가벼운 행정조치이다. 어떻게 이렇게 심각한 선거 중립 위반 사안에 대해 고작 ‘의견제시’가 나왔을까. 2014년 12차 선방위 회의록에 보면 그 이유가 TV조선이 수습방안과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했다는 점을 감안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 2월 25일 TV조선 <시사Q> 화면 갈무리


 그런데 20대 총선을 앞두고 또다시 TV조선에 패널로 돌아온 이영작 씨는 2014년과 같이 특정정당에 대한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 그는 지난 2월 25일 TV조선 <시사Q>에 출연해 더민주에 대해 “상당히 반미고 친북적인 인사들이 많다”고 주장했다. “테러법안이 강화돼서 통과되면 북한에 불리하다.…친북인사들이 그런 것들을 참지 못한다”며 더민주를 친북 정당으로 매도하기도 했다. “필리버스터 하는 의원을 당연히 물갈이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는 야당에 대한 흑색선전에 가까운 공격이며, 여당을 지지해달라는 노골적인 선거운동 발언이다. 2014년 ‘의견제시’를 받았던 방송과 달라진 것이라고는 이 씨가 막말과 편파방송을 하는 동안 “출연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라는 자막을 내보낸 것이 전부였다. 게다가 TV조선은 2014년 8월 말부터 <뉴스를 쏘다>에 ‘고언작렬’이라는 코너를 다시 편성해 이영작 씨를 출연시켰으며, 오전에 방송되는 <뉴스9>에는 ‘이영작의 일침’이라는 고정코너를 만들어 이 씨의 발언력을 더욱 높여줬다. TV조선의 이러한 태도는 선방위를 무시하고, 선방위 조치에 개의치 않겠다는 행태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 지난 2014년 선방위에 출석해 약속했던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약속이 얼마나 진정성 없는 것이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이다. 


 더욱이 이영작 씨는 현재 TV조선과 채널A, 뉴스Y 시사토크 프로그램에 단골 출연자로, 야당에 대한 색깔 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이렇게 종편의 막말 편파진행자와 패널들이 여전히 안정적으로 방송을 하는 것에는 선방위의 책임이 크다. 선방위로부터 법정제재를 받는 상황에 처하게 되면 방송 제작진이 회의에 출석해 소명을 하게 된다. 이때 종편 책임자들은 막말과 편파방송의 책임을 출연진의 실수로 돌리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면서 당장 징계위기를 모면하려 한다. 이때 종편은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방송의 특성상 출연자의 막말과 편파적인 발언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가벼운 징계가 내려지고 나면 종편은 태도를 바꾼다. 종편이 진정으로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을 할 의지가 있었다면, 막말과 편파방송으로 물의를 일으킨 패널을 방송에 더 이상 출연시키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종편들은 이들을 버젓이 다시 방송에 출연시키고 있다. 막말 진행자들은 또 어떤가. 대부분 그 자리를 버젓이 차지하지만, 간혹 하차하더라도 곧이어 신설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돌아오는 ‘회전문 출연’을 하고 있다.

 

선거방송심의위, 책무의 막중함 인식하길
 결국, 선방위의 심의와 징계가 선거방송에서 막말과 편파, 왜곡방송을 없애고, 공정성과 형평성을 확보라는 설치목적을 거의 실현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지속해서 유사한 형태의 왜곡, 편파보도를 일삼는 방송사에 대해 가중처벌과 같은 엄중한 조치가 필요하다. 나아가, 선거방송에서 막말과 편파, 왜곡방송 사례가 드러날 경우, 신속하게 심의를 진행해 빠른 시일 안에 징계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 하루하루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선거 시기에 선방위의 조치가 느림보로 이루어지면, 막말과 편파, 왜곡방송을 효과적으로 막지 못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선거방송심의 솜방망이 처벌의 효과는 결코 일 회에 그치지 않는다. 2014년 선방위가 TV조선의 ‘이영작 발언’에 대해 솜방망이 조처를 했기 때문에 2016년 종편이 지금과 같이 버젓이 선거운동원 같은 방송을 하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약 2016년 선방위가 다시 수박 겉핥기, 솜방망이 심의에 그친다면, 2017년 대선에서 종편은 얼마나 더 심각한 편파방송을 해나갈지 알 수 없다. 선방위는 공정선거의 토대를 마련하는 매우 중차대한 책무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그 책무에 걸맞은 엄중한 심의활동을 펼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