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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민의를 이해 못하는 대통령… “너 자신을 알라”는 충고 새겨야(장행훈)
등록 2016.04.20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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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 총선 결과가 예시하는 박근혜 리더십 불안]
총선 민의를 이해 못하는 대통령… “너 자신을 알라”는 충고 새겨야

 

장행훈(언론광장 공동대표)

 

 

4.13총선이 새누리당의 참패로 끝났다. 박근혜 정부의 새누리당은 152석이던 의석이 122석으로 30석이나 줄어 123석을 얻은 더불어 민주당(더민주당)에게 제1당의 자리를 넘겨주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야권의 분열로 새누리당의 승리가 거의 확실시 된다고 대부분의 언론이 예측하는 가운데 나타난 결과였기 때문에 참패는 더욱 충격적이었다.

 

불통과 오만에 대한 국민의 심판
선거를 앞두고 대통령 박근혜는 국회를 향해 국회와 야당의 심판을 거듭 요구했다. 이에 야당은 오만과 불통으로 민생을 어렵게 만들고 한국의 민주주의를 내리 후퇴시킨 박근혜 정권을 심판해 달라고 맞대응했다. 국민은 총선에서 두 심판론 싸움에서 ‘정권 심판론’에 손을 들어줬다. 총선 결과는 누구보다도 박근혜의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었다는 것이 언론의 공통된 평가다. <문화일보>는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질 ‘선거 참패 5적’-박근혜, 이한구, 김무성, 최경환, 윤상현-의 새누리당 인사들을 거명한 기사(14일자)에서 박근혜의 이름을 선거 참패의 책임을 져야 할 오적의 맨 머리에 올려 눈길을 끌었다.

 

 

△ 4월 14일자 문화일보 갈무리

 

총선 결과 20대 국회는 16년 만에 여소야대가 됐다. 박근혜 정부가 힘을 쓰지 못할 레임덕의 덫에 걸리게 됐다는 뜻이다. 한겨레‧경향 같은 진보 언론 뿐 아니라 친박(親朴)언론으로 공인되다시피 한 조중동까지 총선 결과가 대통령 박근혜 정권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라는데 한 목소리를 냈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선거 참패가 박근혜 정권의 불통과 오만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는 보도다.

 

부정선거에 항의해 일어난  학생들의 봉기로 이승만 정권이 축출되자 정부의 언론통제에 맹종하던 신문들이 하루아침에 반(反)이승만 언론으로 돌변했던 4.19혁명 직후의 언론 상황을 상기시켰다. 진보 보수의 벽을 넘어 한국 언론이 정권 비판에 한 목소리를 낸 것이 과연 얼마만인가! 언론이 정권이나 재벌과의 ‘위험한 관계‘에서 발을 빼고 언론윤리에 충실한 신문과 방송을 만드는데 매진한다면 언제든지 가능한 일이다. 금년은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신문인 독립신문이 창간된 지 1백20주년이 되는 해다. 신문들이 독립신문의 정신을 상기하면서 언론의 제자리를 되찾는 길을 모색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신문의 날 행사도 없이 이 좋은 기회를 날려버렸다는 아쉬움을 느낀다.

 

반성하지 않는 정권, 현 상황을 정확히 직시해야
총선 참패의 충격을 대하는 대통령 박근혜의 반응은 참으로 한심하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를 넘어 일반 정치인으로서도 부적절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주권자인 국민이 총선을 통해 대통령의 정책을 심판한 사실이 명백히 드러났으면 개인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더라도 국민의 심판을 받아들이고 주권자들 앞에 사과하는 것이 마땅한 자세다.

 

그런데 대통령 박근혜는 총선 결과가 공표된 후에 며칠 동안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고 침묵을 지키다 선거가 끝난 지 닷새나 지난 18일에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이번 선거의 결과는 국민의 민의가 무엇인가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민의를  겸허히 받아들여 국정의 최우선 순위를 민생에 두겠다”고 말했다. 총선 후 대통령의 첫 공식 반응이다. 6분 담화에서 총선 관련 언급으로는 따 43초였다. 모든 신문이 강조한 대통령의 짧은 선거 논평이다. 국민을 바라보고 말한 것이 아니라 말을 전하는 제3자를 향해 논평하는 말투라고 신들이 비꼬았다. 오죽 했으면 동이일보가 19일자 사설 제목에서 “반성 없는 朴대통령, 국민에 지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가”라고 대통령을 향해 물었겠는가?

 

같은 날 한겨레는 “한마디 반성 없이 ‘총선 민의’ 말할 자격 있나”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충격적인 선거 결과에 비하면 너무 늦게 나온 건데 그것마저 대통령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는 부분은 단 한마디도 없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도 “박대통령, 野와 대화 열어줄 징검다리 인물 필요하다”는 사설에서 여당의 패배에 대한 어떤 형태의 책임 인정과 반성도 없었고 야당과 대화하겠다는 의지도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총선에 대한 평가나 충격적인 패배에 대한 박 대통령의 반응 역시 진보 보수 신문들의 비판이 거의 동일했다. 모든 언론이 진보 보수의 벽을 넘어 대통령 박근혜의 국정운영 리더십에 심각한 불안을 느끼고 있다는 증거다. 문제는 ‘박근혜 본인이 이것을 감지하고 있느냐’다. 박근혜 본인이이것을 알고 있는 것 같지 않다. 그래서 대통령 박근혜에게 소크라테스의 권고를 전하고 싶다:“너 자신을 알라!”(gnothi seauton)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