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포커스(~2023)_
KBS <미디어인사이드> 폐지, 누구를 위한 선택과 집중의 전략인가?(김은규)
등록 2016.05.03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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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포커스> 국내 유일의 매체간 상호비평 프로그램의 최후
KBS <미디어인사이드> 폐지, 누구를 위한 선택과 집중의 전략인가?

 

 

김은규(우석대 교수, 웹진 기획위원장)

 

 

지난 4월 중순, 20대 총선 결과에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사이에 KBS의 공영성을 대표하던 프로그램 하나가 폐지됐다. 바로 <미디어인사이드>라는 KBS의 매체비평 프로그램이다. <미디어인사이드>는 2003년 6월 ‘미디어포커스’라는 타이틀로 시작하여 ‘미디어비평’, ‘미디어인사이드’라는 타이틀 변경 과정을 거치면서 13년간 이어져 온 프로그램이다. 지상파, 종편, 보도전문 채널 등을 통틀어 유일하게 남아있던 ‘매체 간 상호비평’ 프로그램이었는데, 4월 17일 마지막 방송을 내보내고 종영한 것이다. 이로써 국내 방송매체에서 ‘매체 간 상호비평 프로그램’은 완전히 사라졌다. KBS는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선택과 집중을 위한 전략적 차원”에서 <미디어인사이드>를 폐지한다고 표명했다. 헌데, 의문이다. 도대체 무엇을 위한 선택과 집중이며, 누구를 위한 전략인지.

 

후속 조치 없는 선택과 집중
그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그리고 KBS의 결정을 이해해보기 위해서는 세 가지 추론이 가능하다. 첫째는 KBS의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여 이해해보는 것이다.
KBS는 “매체 비평 프로그램으로 <TV비평 시청자데스크>, <미디어인사이드>, <KBS뉴스 옴부즈맨> 등이 있는데 선택과 집중을 위한 전략적 차원에서 폐지가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유사한 프로그램을 통합하고 조정하는 차원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해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위 세 가지 매체비평 프로그램의 특성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TV비평 시청자데스크>는 시청자의 민원과 비평을 토대로 자사의 프로그램들을 평가하는 이름 그대로 시청자 평가프로그램이다. 방송법에 의해 종합편성 또는 보도전문편성을 행하는 방송사업자라면 주당 60분 이상의 시청자 평가프로그램을 의무 편성해야 한다. <KBS뉴스 옴부즈맨>은 전문 옴부즈맨의 의견을 토대로 자사의 뉴스를 비평하는 프로그램이다. 현재 6인의 전문 옴부즈맨이 KBS 뉴스를 평가하고 있지만, 그 대상은 뉴스에 한정되며 월 1회 방송된다는 제한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미디어인사이드>는 홈페이지에서 밝히고 있듯이 “언론의 책임을 스스로 다할 수 있도록 매체 간 상호 비평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자사와 타사를 가리지 않고 국내 언론 보도 전반을 심층 분석하는 매체 비평 프로그램이다.
이처럼 세 프로그램의 내용과 성격은 명확히 구분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과 집중을 위한 전략’ 속에서 유독 매체 간 상호비평 프로그램인 ‘미디어인사이드’만 폐지됐다. 전략적 조정이라는 KBS의 해명 그대로를 뒷받침하려면 최소한 관련 프로그램에서 매체 간 상호비평의 내용을 담아내는 후속 조치라도 뒤따랐어야 한다. 결국 매체 간 상호비평 프로그램에 대한 KBS 경영진의 무지이거나 아니면 전략적 죽이기이다. 그러나 KBS 경영진도 세 프로그램의 특성 차이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닐 것이기에, 매체 간 상호비평 프로그램의 전략적 죽이기라는 의혹으로 귀결된다.

 

매체비평 프로그램의 효용성이 끝났나?
둘째는 매체 간 상호비평 프로그램이 그 효용성을 다(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평가에는 어느 누구도 동의하기 힘들다. 매체 간 상호비평 프로그램의 순기능은 아직도 너무나 중요하고 막중하다. 비평 프로그램의 핵심 기능은 건강한 언론 공론장을 형성하는 것이다. 특히나 매체의 정파성이 강하고 특정 성향으로 기울어진 언론 환경에서 매체 간 상호비평 프로그램은 상호 견제와 비판 속에서 균형추를 잡기 위한 중요한 장치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의 효용성은 상황에 따라 소멸되는 것이 아니다. 어떠한 언론 환경에서든 상시적으로 작동되어야 하는 것이다. 더구나 우리의 경우 2008년 이후 보수정권의 재집권과 이들에 의한 폭력적 미디어법 개악, 그리고 언론 장악에 따라 현저하게 기울어진 언론구조를 창출하고 있다.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이 더욱 늘어나야 할 상황이고, 그 효용성이 더욱 필요한 상황이다.     
<미디어인사이드>의 폐지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는 언론학자들 및 언론관계자들의 목소리는 이러한 현실 인식과 더불어 비평 프로그램의 유용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공영방송의 저널리즘 책무 포기, 공영방송의 공공성 후퇴, 침묵의 카르텔로 회귀, 공영방송 거버넌스등의 문제를 지적하며 <미디어인사이드>의 폐지 반대를 한 목소리로 주장하고 있다.

 

외압에 시달려온 매체비평 프로그램
셋째는 <미디어인사이드>의 변천사를 점검해보며, 선택과 집중의 의도를 파악해 보는 것이다. 2003년 6월 <미디어포커스>로 시작된 KBS의 매체 간 상호비평 프로그램은 자사의 잘못된 과거를 반성하는 한편 조중동으로 독과점화 된 언론환경과 보도에 날카로운 비판의 잣대를 들이대 왔다. 타사의 매체 비평 프로그램이 사라져갈 때도 KBS는 타이틀을 바꾸어 가며 그 명맥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프로그램의 변천 과정은 KBS의 독립성과 공정성에 심각한 상처를 입혀왔던 것이 사실이다.
KBS <미디어포커스>가 위기를 맞이하게 된 것은 2008년 11월 가을 개편 때였다. MB정부의 출범 이후 정연주 사장을 쫒아낸 자리에 들어온 이병순 사장은 <미디어포커스>와 <시사투나잇> 이라는 눈엣 가시같은 프로그램의 폐지를 반영한 가을 개편안에 서명했다. KBS 구성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친 것은 당연하다. 이때의 맥락은 당시 <미디어포커스> 제작진 6명이 사내 게시판에 올린 “미디어포커스, 이대로 보낼 수는 없습니다”라는 장문의 글을 통해 상세히 폭로된 바 있다. 제작진들은 <미디어포커스>라는 타이틀을 지키려고 했던 이유를 “조중동과 한나라당이 미디어포커스 폐지를 줄기차게 요구해 온 상황에서, 미디어포커스라는 이름을 버리고 새로운 포맷으로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것은 KBS가 권력에 굴복하는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한 시사보도팀장이 제작 과정에서 여러 압력을 행사한 사실도 공개했다. 제작진은 정치적 입김에 의한 관제 개편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던 것이고, 이에 따른 인사상의 불이익도 감수했다. 이러한 내부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결국 ‘미디어포커스’는 ‘미디어비평’이라는 타이틀로 변경됐다. 이후 비평의 논조는 무디어졌고 비판의 강도 역시 위축됐다. 

 

 


2016년 <미디어인사이드>의 폐지 과정 역시 유사한 맥락이다. 프로그램의 폐지가 거론되자 <미디어인사이드>의 제작진들은 사내 게시판을 통해 폐지 논의를 재고해 줄 것을 요청했다. 제작진들은 <미디어인사이드>가 KBS 공영성을 대표하는 프로그램이기에 “시청률이나 비용 등의 경쟁력으로만 평가해 미디어인사이드의 존폐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고 읍소했다. 아울러 “한국 언론의 정파성이 더욱 커지고 언론이 사회 갈등을 조장하는 상황에서 언론 보도를 균형 있게 분석해 시청자들에게 합리적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매체 비평 프로그램의 필요성은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제작진의 외침과 반발에도 불구하고 ‘미디어인사이드’의 폐지가 결정된 것이다.


경영진의 장밋빛 미래와 맞바꾼 KBS의 공영성
이상의 세 가지 추론과 맥락을 통해 보면, KBS가 내세운 ‘선택과 집중의 전략’이란 결국 껄끄러운 프로그램의 축출을 통해 장밋빛 미래나 닦아보겠다는 KBS 경영진의 보신주의적이고 기회주의적인 전략에 다름 아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보신을 위해 공영방송의 책무를 저버리고 있으며, 한국 저널리즘을 후퇴시키고 있다. 매체간 상호비평 프로그램,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의 복원을 위해 다 같이 노력해야겠지만, 속 뻔히 들여다보이는 이들의 속셈을 보면서 복원하라고 읍소하는 것도 사실 우스운 일이다. 결국 공영방송의 민주적 거버넌스를 확립하는 것이 한국 저널리즘의 건강성과 공영방송의 독립성, 공정성을 확보하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