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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1] 종편대해부_종편 탄생의 비밀과 비리(102호)
등록 2013.09.14 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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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의 방송 뉴스 진출을 위해 기획된 종편


김서중_ 성공회대 신문방송학 교수




종편의 탄생은 미디어 관련법 개악과 떼어 생각할 수 없는 사안이다. 2009년 날치기 통과로 얼룩진 미디어 관련법 개악은 절차의 문제점 이전에 내용상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었지만 그 핵심은 방송법과 신문법을 개정해 대기업과 신문이 뉴스를 할 수 있는 방송 영역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시장의 현실을 무시한 소위 ‘조중동매’ 4개 종편의 승인으로 이어졌다.

이명박 정부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잘못된 통계를 기반으로 방송시장이 잠재적 성장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리고 이를 근거로 방송사업자를 늘리면 산업의 성장 그리고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며, 방송산업이 전체 산업의 신산업성장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통계의 오류는 곧 밝혀졌고, 성장 잠재력 판단에 오류가 있는 이상 정부의 모든 성장 예측은 근거가 없어졌다. 그러자 이명박 정부는 지상파 독과점 논리로 방송시장의 개방 주장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이때 당시 정부 측에 가까운 학자들의 조사 결과, 오히려 신문시장이 더 여론독과점 상태라는 결론이 났고 지상파 독과점 논리도 부정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당시 정부•여당은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미발위)>라는 논의기구를 만들어 형식적 운영을 하고 이를 핑계로 국회 날치기 통과를 강행했다. 애초 민주당이 미발위라는 틀을 수용하는 것이 적절했는지 여부도 논란거리지만, 한나라당 추천 위원들의 회의 지연, 공청회 방해, 여론조사 거부 등은 도를 넘어 섰다. 그렇게 운영을 방해하고도 미발위 활동이 끝났다는 명분만으로 위헌•위법한 절차를 통해 미디어 관련법들을 강행 통과시켰다.

헌법재판소는 신문법을 통과시킬 때 안건 상정 후 제대로 심의할 수 있는 시간을 갖지 못하고 표결했음을 인정하면서도 전자 표결 시스템의 특성과 야당의 반대 상황을 들어 문제없다고 판단했다. 방송계 지각 변동을 일으킬 수 있는 법의 개정 과정에 제대로 논의 시간을 갖지 못한 것이 절차상의 문제가 아니라면 무엇이 문제일까? 국회의원을 내용도 모르고 투표하는 거수기 정도로 치부하지 않고는 이런 결론을 내릴 수 없다. 하지만 이런 말도 안 되는 결론을 수용하더라도 헌재도 인정한 위헌, 위법한 절차는 있었다.


신문법 표결 과정에서 국회의원이 자리에 없는데 투표가 이루어진 대리투표 건수가 확인된 것만 3건이나 있었다. 이에 대해 헌재는 헌법적 정당성을 상실한 표결절차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방송법 표결과정에서는 당시 사회를 맡았던 이윤성 국회부의장이 투표 종료를 선언한 순간 과반수 투표가 넘지 않아 투표 재개를 선언했다. 과반수가 투표하지 않음으로써 의사정족수, 의결정족수에 미치지 못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표결은 국회의장의 종료선언으로 끝나는 것이며, 따라서 투표 재개는 동일한 안건을 재상정하지 못하도록 하는 일사부재의 원칙을 위반했다고 할 수 있다. 즉 위법한 절차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헌재는 위헌 위법성을 인정하면서도 법을 무효화하지 않고 그 해결의 공은 국회로 넘겼다. 한나라당이 국회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정치 현실을 간과하거나 교묘히 이용한 것이다. 위헌, 위법한 절차가 있었음을 지적함으로써 법적 양심을 지키는 체하면서 현실 해결의 책임은 정치적으로 회피한 것이다. 헌재는 ‘위조는 했지만, 화폐라 아니할 수 없다’라는 비아냥을 당하면서 스스로 권위를 추락시켰다.


미디어 관련법 개악 과정은 치욕으로 남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무리함을 무릅쓰고 법을 개정한 이유가 뭘까? 바로 신문과 대기업이 뉴스를 하는 방송 영역에 진출하도록 하는 것이고 이는 장기적으로 자본과 보수 정치세력 그리고 수구 언론이 지배하는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단계였다고 할 수 있다. 종편이 작년 대선에 보여준 노골적인 여론 왜곡 행태가 그것을 입증한다.


신문, 대기업이 종편에 진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생긴 이후에도 종편의 도입은 여전히 논란 거리였다. 종편이 방송 시장에서 정상적으로 존립가능하지 않다는 주장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조중동을 정치적으로 고려할 때 세 개의 종편을 승인할 것이라는 예상, 그렇게 되면 다 망할 것이기 때문에 정책 실패를 피하기 위해 한 개만 승인할 것이라는 예상 등 설이 분분했다. 하지만 뚜껑을 여니 조중동만이 아닌 이미 보도전문채널을 가지고 있던 매일경제까지도 종편으로 옮겨 탔다. 방송 시장에 재앙이 내려진 것이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당연히 심사 과정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차기 대통령 후보로 유력한 박근혜 의원이 설립한, 사실 상 선거캠프였던 국가미래연구원에 참여한 서울대 이병기 교수가 심사위원장이 됐다. 그리고 조중동매가 승인을 받았다. 당시 심사위원회는 어느 하나를 배제하는 것도 정치적 모험이라 보지 않았을까? 또 심사 시 계량적 평가에서 1, 2위를 한 신청 사업자들은 비계량적 평가에서 밀려 승인받지 못했다. 계량 평가와 비계량평가 결과가 일관되게 뒤바뀌는 것이 무엇을 의미할지는 삼척동자도 알 것이다.


종편사업자의 사업승인신청서를 보면, 승인된 사업자들의 주주 중 과반수가 비상장회사로 구성됐다. 투명성이 그만큼 떨어진다는 뜻이다. 당시 파산의 위험이 있던 저축은행들이 대거 종편에 투자하겠다고 나섰다. 보험을 들겠다는 뜻이었을까? 사업 승인 신청 당시로부터 승인장 부여 사이에 25% 전후의 주주 변동이 있었다고 한다. 주주 구성을 재심사해야 마땅했지만 이도 그냥 넘어갔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 다양한 압력을 견뎌내고 막았던 외국 자본의 뉴스 방송 영역 진출이 이루어진 것도 주목해야 한다.


종편 도입의 문제점은 특혜 부여에서 극에 달한다. 동일한 수용자를 대상으로 지상파와 동일한 종합편성을 하는 종편이 의무전송, 24시간 방송, 중간광고 허용, 국내 프로그램 편성 비율 완화, 외주제작 프로그램 비율 완화 등 시장에서 유리한 특혜를 받도록 돼 있다. 아무리 신규사업자를 우선적으로 보호하는 것이라는 명분을 내세워도 이상의 특혜는 불공정 경쟁을 야기한다. 그런데 더 나아가 유료방송사업자들이 아직 검증도 되지 않은 종편들에게 낮은 채널의 황금연번채널을 배정하고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통신발전기금 면제와 같은 특혜를 부여했다. 그리고 2011년 말에는 종편의 미디어렙 편입 3년 유예라는 특혜의 방점을 찍었다. 언론과 광고주 즉 자본의 유착을 막기 위한 직접광고영업금지(미디어렙)가 뉴스를 하는 종편에는 해당사항이 없다는 결론이다. 이야 말로 특혜가 아닐까? 종편이라는 괴물을 올 가을 재승인 과정에서는 제대로 걸러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