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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공공성 보다 산업논리로 점철된 방송산업발전종합계획 (김종규)
등록 2014.02.04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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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포커스] 정부의 방송산업발전종합계획

방송 공공성 보다 산업논리로 점철된 방송산업발전종합계획



김종규(민언련 정책위원)




지난해 12월 10일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는 합동으로 소위 방송산업발전종합계획(이후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그 주요내용으로는 방송산업 규제혁신, 차세대방송 인프라 구축, 글로벌시장 진출 확대 등이다. 전체적인 내용으로는 방송의 공공성에 입각한 무료 보편적 서비스의 정착 내지는 확대 보다는 방송을 산업으로 보는 시각이 두드러지고 있어 매우 염려스럽다. 


박근혜정부 들어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관련 업무 중 일부가 미래창조부로 이관된 이후 처음 나온 정부 정책이어서 그런지 정책이 발표되기 전부터 상당한 논란이 있었다. 박근혜정부 인수위에서 미래창조과학부의 신설과 방송정책의 일부를 미관부로 이관하겠다는 발표가 있은 후부터 그동안 약간이나마 유지하고 있던 방송의 사회적 합의 기능을 무시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어 왔다. 이러한 우려가 최근 발표된 종합계획에서 확인된 듯하여 걱정스럽다.




                           12월 10일,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합동 <방송산업발전종합계획>

                            발표 장면이다. SBS<8시 뉴스> 보도 화면.




유료방송 위주의 지원 및 발전 대책

종합계획에서 정부는 양질의 무료보편적 서비스 제공자인 지상파의 손발을 묶고 방송계의 미래계획을 유료방송 위주로 재편하겠다는 의사를 노골적으로 드러내 보이고 있다. 많은 내용들이 있지만 지상파와 관련된 지원 및 발전 계획은 전무하다시피 하다. 그 중에서도 중요한 내용은 UHD실험방송에 대한 정책, 케이블전송방식의 8VSB 전환 등 유료방송 위주의 정책이다. 종합계획에서는 그 동안 논란이 뜨거웠던 UHD(Ultra High Definition)방송에 대한 입장을 모호하게 함으로써 700MHz 대역 정책에 의구심을 가지게 만들고 있다. 


UHD방송은 HD 방송보다 4배의 해상도를 가지는 초고화질 방송으로 차세대 방송의 핵심기술이다. 초고해상도 방송으로 미국은 이미 지상파를 중심으로 실험방송을 시작할 정도로 차세대 방송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위한 실험방송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종합계획에는 ‘기술적 선도를 위한 UHD실험방송 및 UHD콘텐츠 제작 등은 매체별 역량에 따라 추진하도록 지원’ 한다는 입장을 표명함으로써 지상파든 케이블이든 자기들 마음대로 실험방송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실험방송이 가능한 지상파는 실험방송에 필요한 700MHz 주파수 대역을 허가하지 않음으로써 발을 묶고 향후 유료방송사업자가 UHD방송을 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이 될 때 까지 기다리다 유료방송 위주의 UHD방송을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문화계에 상당한 영향을 주었던 한류의 중심적 개척자가 지상파 콘텐츠이고 실제로 HD방송 보다 많은 제작비가 필요할 수 밖에 없는 UHD방송 콘텐츠에 대해 현실적으로 지상파 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실험방송을 미룬 것은 다분히 유료방송 편향적인 결정이며, 종합계획 전반에 녹아 있는 콘텐츠의 글로벌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내용에도 맞지 않는 주장이라 할 수 있다. 


더욱이 심각한 것은 정부가 UHD방송에 대한 정책을 이렇게 결정한 배경에 지상파가 향후 차세대 방송 도입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꾸준히 요구한 700MHz 대역에 대한 정부의 반대 입장이 녹아 있다는 것이다. 방송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주파수는 이미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새로운 주파수 대역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상파의 입장에서 700MHz 대역 확보가 중요한 것은 UHD 방송은 물론 향후 등장하게 될 차세대 방송을 실시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만약 지상파가 새로운 주파수를 확보하지 못하면 향후 어떠한 차세대 방송도 불가능하게 되어 지상파는 현재의 HD방송 이외의 방송이 불가능하게 되어 향후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게 될 것이고 머지 않은 미래에 무료 보편적 서비스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게 됨을 의미한다.


종편에 대한 특혜 노골화

또 하나의 심각한 문제는 이명박 정부에서 무리하게 설립된 종합편성에 대해 과도한 특혜를 주겠다는 의사를 노골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케이블방송의 디지털화를 촉진하겠다며 케이블방송의 전송방식을 8VSB로 바꾸겠다는 것인데 이는 현재 400만 가구에 달하는 아날로그 케이블 가입자의 편의 보다는 아날로그 가입자에 대해 종편을 HD방송으로 시청이 가능하게 함으로써 종편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케이블 전송방식을 8VSB로 바꾸게 되면 현재 아날로그 가입자도 별도의 셋톱박스 없이 디지털 방송 시청이 가능하게 된다. 하지만 아날로그에 비해 월시청료를 더 내야 하는 디지털방송 가입유무는 시청자의 판단이지 정부가 강요할 일이 아니다. 또한 이는 케이블방송사가 아날로그 시절의 저가의 시청료를 디지털로 전환하는 것을 계기로 시청료 체계를 정상화 하려는 케이블방송사 입장에서도 그다지 환영할 만한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정책을 추진하려는 것은 종편시청율 제고 이외에는 설득력 있는 명분을 찾기 어렵다.


이밖에도 여러 가지 많은 문제가 있지만 대부분의 내용이 방송을 사회문화적인 측면을 무시한 채 고용효과니 경제효과니 부풀리면서 산업적 측면으로 재편하려는 의도를 뚜렷이 드러내고 있다. 사실 이러한 정부의 정책은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그나마 독립적 합의기구인 방송위원회를 해체하여 정통부와 합친 후 독임제 성격이 강한 방송통신위원회가 출범한 이후 방송정책은 지상파의 위상을 축소하고 유료방송을 확대하는 정책으로 일관해 왔다. 이는 통신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정통부 출신관료와 끊임없는 유료방송사들의 로비, 그리고 방송에 대한 철학이 없는 정책입안자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만약 앞으로 종합계획대로 정책이 추진된다면 머지 않은 시일 내에 지상파의 위상이 급격히 축소되면서 모든 국민이 누려야 할 양질의 무료보편적 서비스는 사라지는 심각한 상황을 맞게 될 지도 모른다. 이러한 오해를 받지 않으려면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케이블 전송방식을 8VSB로 바꾸려는 시도를 중단하고 지상파가 UHD실험방송을 실시할 수 있도록 700MHz 대역을 허가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