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포커스(~2023)_

지금은 방통위의 권한 행사가 긴급하게 필요한 상황

방통위의 방문진 이사 해임권은 ‘합법’
한상혁(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 변호사)
등록 2017.10.24 17:45
조회 231

원론적으로 불필요한 방통위 ‘해임권’,
그러나 방송법 해석상 ‘해임권’은 당연

 

“일부 야당과 방문진은 방통위에 MBC 방문진에 대한 방통위의 검사 감독 권한이 없고, 특히 이사 해임권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법리적으로 정리된 글이 있었으면 합니다.” 이 글을 써달라며 보내온 메일의 내용이다. 직업이 변호사이다 보니 ‘법리적으로 정리된 글’을 요청받은 것이다. 

 

솔직한 심정은 방통위에 방문진에 대한 검사, 감독권은 물론 이사해임권이 없어야 하고, 법리적으로도 그러하다는 답을 주저 없이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은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필수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하지만 결론은 다르다. 이미 답이 나와 있는 문제이다. 해임 제한에 관한 규정이 따로 없는 현행 방송법 규정의 해석상 ‘임면’ 대신 ‘임명’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대통령의 해임권을 배제하기 위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임명권자인 대통령에게 그 해임권한도 있다고 보는 대법원 판결이 있고, 방문진법의 규정 또한 이와 다르지 않으며, 이후 법개정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 다르게 해석할 이유는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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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13일 국회에서 진행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방송통신심의위원회·시청자미디어재단 국감에서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에게 질문하고 있는 박대출 의원.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효성 방통위장은 현재 방송장악 앞잡이로 행동하는데 국감에서 보고를 받아야하는지 모르겠다"며, "방통위원장으로 인정을 할 수 없고, 국감에 나와 이야기할 수 있는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이효성 위원장의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사진 : 국회방송 화면 갈무리)

 

검사, 감독권 또한 마찬가지이다. 방송문화진흥회법 제16조에 의해 준용되는 민법 제37조에는 “법인의 사무는 주무관청이 검사, 감독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이와 관련하여 2002년 당시 방송위원회의 방문진에 대한 검사, 감독권이 존재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고 그 이후 변한 것이라고는 방송위원회가 방송통신위원회로 바뀐 것뿐이다. 따라서 방통위가 방문진에 대한 검사, 감독권을 갖는다는 보는 것이 지극히 상식적인 법해석이다. 이와 다른 법률적 의견이 존재한다고는 하나 이는 어디까지나 개인적 견해에 불과할 뿐 기존의 판례와 법해석을 뒤집을 사정변경이 있다고는 볼 수 없다. 결과적으로 권한의 존부에 관한 논쟁은 그저 각자의 희망 섞인 의견 표명일 뿐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없다.

 

문제는 방통위 권한행사가 ‘가능한가’가 아니라
‘얼마나 긴급한가’이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이처럼 법적으로 인정되는 방통위의 권한행사가 반드시 그것도 긴급하게 필요한 것인가의 문제만 남게 된다. 적어도 현재의 공영방송, 그것도 MBC의 상황이 방송의 독립성이 근본적으로 훼손되어 방통위의 적극적 권한행사가 없고서는 해결되지 않을 지경에까지 이른 것인지가 판단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예전에 누가 무슨 주장을 했고 현재의 주장이 과거의 발언에 모순되고 안 되고는 고려대상이 아닌 것이다. 

 

‘방송문화진흥회를 설립하여 주식을 정부 또는 외부의 간섭 없이 독자적으로 운용·관리함으로써 문화방송의 공정성과 독자성을 보장하고,’

 

방문진법의 제정취지의 일부이다. 국가권력의 언론에 대한 직접적 개입을 일부라도 막아주는 역할을 방문진이 해 주길 바라는 입법권자의 의지가 담겨있는 내용이다. 길지 않은 기간이고 정권마다 다소간 차이는 있다 할지라도 언론에 대한 노골적 간섭 및 장악시도는 자제되어왔다고 보는 것이 개인적 견해이다. 적어도 이명박 정권 이전까지는 그렇다. 아마도 위 방문진의 존재와 공영방송 구성원들의 내적 자율성 확보의지가 맞물려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광우병 보도로 인한 촛불시위를 겪은 이명박 정부는 이전 정부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방송장악 시도를 하였고, 이후 박근혜 정권까지 공영방송은 완전히 독립성과 자율성을 상실하고 정상적인 조치로는 회복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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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고영주 이사장은 국민의 선거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을 향해 공산주의자라며 낙인을 찍고, 이와 같은 자신의 편협되고 왜곡된 사고를 방문진이라는 공적기구를 이용하여 구체적 보도내용에까지 관철시키기 위한 행위를 서슴지 않고 행하고 있다. (사진 : 민중의소리)

 

방문진의 이사장이라는 자가 국민의 선거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을 향해 공산주의자라며 낙인을 찍고, 이와 같은 자신의 편협되고 왜곡된 사고를 방문진이라는 공적기구를 이용하여 구체적 보도내용에까지 관철시키기 위한 행위를 서슴지 않고 행하고 있다. 또한 방문진의 존재와 함께 방송독립성 보장의 한 축을 담당했던 내적자율성과 관련한 노사 간 합의는 방문진 일부 이사들의 집요한 노력에 의해 이미 사라졌다. 누군가에 의해 좌파적 성향의 인물로 낙인이 찍히면 직무에서 배제되어 MBC의 소중한 인적 자산이 점차 소진되어 가고 있다. 다들 의아하게 생각했던 일부 해직자의 해직사유에 대해서도 우연치 않게 전말이 드러나기도 했다. 특정인을 거론하며, 해고사유가 인정되지 않을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노동조합의 활동을 억압하기 위해 해고했다는 범죄행위의 자백이 있었음에도 이를 제지하고 응분의 조치를 취하기는커녕 노조 관련자들의 업무배제를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행위를 주저 없이 행하고 있다. 열거하자면 한도 끝도 없는 방문진 이사장을 비롯한 다수 이사들의 행위와 이들과 공모한 현 경영진의 적극적 배임행위에 의해 MBC는 더 이상 떨어질 수 없는 나락에 빠지고 말았다. 더 이상 공영방송이라는 허울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방통위 권한행사, ‘절실’하고 ‘시급’하다

 

결국 방통위의 권한과 관련한 질문은 우문에 불과하고 다들 알고 있는 답을 애써 외면하는 것에 다르지 않다. 판단의 기준은 오로지 현재 MBC를 비롯한 공영방송의 상황에 비추어 방통위의 권한행사가 꼭 필요한가이며, 그 답은 아주 절실하다는 것이다. 현장을 떠나 방송의 공영성 회복을 위해 싸우고 있는 구성원들이 하루라도 빨리 제작현장으로 돌아와 시청자들과 국민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방송을 만들기 위해서는 방통위의 적극적 권한행사가 절실하고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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