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포커스(~2023)_

사회주의 국가에 대한 삐딱한 시선, 언론부터 바로 잡아야

‘시진핑, 마오쩌둥 반열에 올랐다’는 보도, 사실인가?
김동민(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강사)
등록 2017.11.07 11:51
조회 381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에 대한 무지가 ‘추측 보도’를 낳았다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최근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이른바 ‘시진핑 신시대 사상’을 공산당 당장(黨章)에 올렸다는 사실을 두고 ‘개인 숭배’, ‘덩샤오핑 시대와의 단절 선언’ 등 사실에 기반 하지 않은 추측 보도가 난무하다. 중앙일보의 10월 25일 자 1면 머리기사는 ‘시진핑, 마오쩌둥 반열에 올랐다’였다. 같은 날 한겨레신문도 1면 머리기사 제목이 ‘시진핑, 마오쩌둥 반열에 올랐다’로 똑같았다. 한겨레 기사를 보자.

 

“장쩌민과 후진타오 전 국가 주석은 자신의 이론에 이름을 명기하지 못했던 데 비해 시 주석이 자신의 이름을 단 사상을 당장에 올림으로써 ‘시진핑 1인체제’를 굳혔음을 과시했다. 특히 덩샤오핑 사후인 1997년에야 덩샤오핑 사상이 당장에 명기된 것과 비교하면, 첫 임기가 끝난 뒤 ‘시진핑 사상’이 들어간 것은 시 주석이 마오쩌둥과 비슷한 급의 지도력을 장악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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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이른바 ‘시진핑 신시대 사상’을 공산당 당장(黨章)에 올렸다는 사실을 두고 ‘개인 숭배’, ‘덩샤오핑 시대와의 단절 선언’ 등 사실에 기반 하지 않은 추측 보도가 난무하다. 사진은 한겨레 10월 25일자 신문.

 

이러한 인식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시진핑의 신시대 사상이란 것은 1982년 9월 공산당 제12차 전국대표대회에서 덩샤오핑(鄧小平)이 제시한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를 현시점의 중국 경제와 국제정세에 조응하여 발전시킨 것이다. 1987년의 제13차 대회에서 조자양 공산당 총서기는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노선을 따라 전진하자>라는 제목의 보고에서 사회주의 노선, 공산당 영도, 인민민주전정, 마르크스레닌주의 및 모택동 사상 등 4개항의 기본원칙과 개혁·개방 견지라는 두 가지 기본점을 토대로 생산력 발전을 추진하여 경제건설에 매진할 것을 강조하였다. 

 

경제건설은 구체적으로 덩샤오핑이 제시한 온포(溫飽), 소강(小康), 중부(中富)의 3단계 목표의 실현으로 21세기 중엽까지 자본주의 중등발전 국가수준에 이르게 하여 인민생활을 비교적 부유하게 만들겠다는 계획이었다. 중국의 1인당 GDP는 개혁·개방이 시작된 1978년의 100달러에서 시작하여 2010년에 4천 달러를 넘어섰다. 2050년으로 잡았던 ‘중부’의 목표를 40년이나 앞서 달성한 것이다. 

 

그래서 시진핑이 집권한 2012년 이후 5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이번에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목표를 새롭게 설정한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과학기술의 진화도 고려했을 것이다. 이것을 두고 시진핑 개인의 창조적 사상으로 오인하여 마오쩌둥 반열에 올랐다든지 1인 체제를 구축했다든지 하는 것은 지적 태만과 무지의 소치다.

 

인류역사 초유의 실험, 자본주의를 품은 사회주의

 

장쩌민(姜澤民) 총서기는 1992년의 제14차 대회에서 발표한 <개혁·개방과 현대화 건설의 발걸음을 더욱 빠르게 하여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사업의 더욱 큰 승리를 쟁취하자>는 보고서에서 과학기술을 제1의 생산력으로 삼아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를 건설할 것을 독려하였다. 여기서 장쩌민은 안 되고 시진핑은 된 까닭은 자명하다. 당초의 목표를 앞서 달성했으니 새로운 목표 설정이 필요하게 되어 공산당 지도부의 합의에 의해 당장(黨章)에 명시하게 된 것이다. 시대의 변화가 시진핑 사상을 낳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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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2년에 열린 중국공산당 제14차 전국대표대회 모습.  (사진 : chinatoday.com)

 

중국은 세계사의 거대한 실험을 하는 중이다. 일찍이 리영희 선생님이 1960~70년대에 중국 연구에 매진했던 까닭이다. 선생님은 덩샤오핑의 등장 이후 그 실험은 끝났다면서 관심을 한반도 평화 문제로 전환했는데, 끝나지 않았던 것이다. 사회주의 노선을 원칙으로 하여 자본주의의 생산양식을 수용해 경제건설에 매진함으로써 인민생활의 향상을 도모하되 부정·부패와 양극화 등 자본주의 고유의 병폐는 공산당이 통제한다는 인류역사 초유의 실험이다. 

 

이번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는 바로 그 점을 보다 명확하게 했다. 특히 빈부차 해소와 환경생태계 회복을 강조한 것이 눈에 띈다. 자본주의 진영의 정부로서는 긴 호흡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과제다.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1989년에 발표한 논문 <역사의 종말>에서 자본주의 사회의 자유민주주의에 최고의 가치를 부여하면서 역사의 종말을 선언했지만 아직 아닌 것이다.  

 

언론은 중국에 대한 ‘색안경’을 벗어야

 
문재인 정부가 한미일 군사동맹에 거리를 두면서 중국과의 관계회복에 나선 것은 대단히 현명한 결정이다. 우리는 미국과 중국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는 균형을 유지하면서 지혜롭게 국익을 도모해야 한다. 앞으로는 상대적으로 중국에 대한 바른 이해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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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외교부는 지난 10월 31일 오전 10시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과 중국 정부의 사드 문제 협의 결과문을 중국과 동시에 게재했다. 이 문서에서 외교부는 "양측은 한-중 관계를 매우 중시하며, 양측 간 공동문서들의 정신에 따라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 발전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사진 : 허핑턴포스트코리아 보도화면 갈무리)

 

그 점에서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마오쩌둥은 사회주의 국가든 자본주의 국가든 모든 국가의 좋은 경험을 배워야 한다고 했으며, 덩샤오핑은 개혁·개방을 거부하는 것은 좌경사상으로 배격해야 한다고 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중국이 사회주의 국가라고 해서 삐딱한 시선으로 보는 우경사상과의 단절이다. 언론인들부터 색안경을 벗고 중국을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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