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포커스(~2023)_

언론 ‘쥐어패려’ 한 국정원장은 물론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불법행위까지 밝혀야

국가기관의 반민주적 언론 탄압
등록 2017.08.02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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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장 녹취록, ‘위험’하고 ‘반민주적’이며 ‘황당’하다

 

검찰이 지난달 24일 ‘국정원 댓글’ 사건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에서 공개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녹취록은 보수정권이 어떻게 국가 정보기관을 동원해 언론을 탄압해 왔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녹취록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4대강 사업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통과 등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보도를 하는 언론매체에 대해 억압과 탄압을 가하라고 노골적으로 지시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언론 통제를 국정원장이 직접 나서서 시도했음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녹취록에 따르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정부정책에 비판적인 언론매체에 대한 대응에 소극적인 국정원 직원들에게 “잘못할 때마다 (언론을) 쥐어패는 게 정보기관의 역할”이라고 질책하는 내용이 나온다. 국정원의 수장인 국정원장이 정보기관의 역할을 정부정책에 비판적인 언론매체를 억압하고 탄압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위험하고 반민주적인 황당한 인식이 아닐 수 없다. 언론은 국민의 알권리를 부여받아 국가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부기관과 우리사회 각종 권력기관에 대한 감시와 견제의 역할을 수행하는 사회의 공적 기구이다. 그런데 언론이 이러한 사회적 공기(公器)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도록 억압하고 탄압하는 것을 국가 정보기관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직원들에게 지시하는 사람이 국가정보원장의 역할을 수행해 왔다면 그동안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얼마나 치밀하고 교묘하게 언론을 탄압하고 억압해 왔을지 짐작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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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정권 시절 국가정보원장이었던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7월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국정원 댓글 사건'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등 파기환송심 공판을 위해 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 : 오마이뉴스)

 

선거 개입 지시한 국정원장과
이명박-박근혜 두 전 대통령의 ‘책임’

 

한편, 녹취록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언론에 대한 억압과 탄압을 노골적으로 지시하는 것을 넘어서 지난 2010년 지방선거 공천에까지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2009년 6월 9일 자 녹취록에 따르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지자체장이나 의원 후보들을 잘 검증해 어떤 사람이 (정부에) 도움이 되겠느냐 (판단해) 시·구의원에 나가게 해야 한다”고 직원들에게 지시한 장면이 나온다. 19대 총선 때도 원 전 국정원장은 국정원 직원들에게 선거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라는 지시를 한 것으로 녹취록을 통해 밝혀졌다. 2011년 11월 18일 자 녹취록에 따르면, 원 전 국정원장은 “지부장들은 현장에서 교통정리가 잘되도록 챙겨보라”고 지시하면서, “오프라인이 제일 중요하고, 온라인 쪽에는 우리 직원들이 나서서 계속 대처해 나가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선거에 개입하는 방법까지 밝히면서 직원들에게 선거개입을 지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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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언론에 대한 탄압을 지시한 것을 넘어서 선거에도 적극적으로 관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사진 : KBS 화면 갈무리)

 

우리나라 국정원법은 정보기관의 국내정치 개입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공개된 원세훈 전 원장의 녹취록은 정보기관의 수장이 직접 나서서 국정원의 국내정치 개입을 독려하고 지시했다는 사실을 명백하게 보여주고 있다.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불법적인 행위를 국가정보원장이 직접 나서서 지시하고 독려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국정원의 비민주적이고 불법적인 국내정치 개입과 언론탄압 행위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임명한 이 전 대통령의 측근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의해 자행되었고, 지난 2012년 대선과정에서 불거진 국정원 댓글 사건 재판 과정에서 공개될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공개하지 않은 박근혜 정부에 의해 지금까지 은폐되어 왔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언론탄압과 국내정치 개입 등 불법적인 행위를 스스럼없이 자행하는 인물을 국가정보원장에 임명한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이러한 사실을 인지했을 개연성이 높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밝혀서 처벌하지 않은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원세훈 녹취록을 통해 밝혀진 불법 행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국가정보기관이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하고, 언론의 정상적인 활동을 탄압하는 과정에 이를 묵인하고 은폐한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검찰로 넘어간 ‘공’, 불법행위 낱낱이 밝혀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녹취록에는 “기사 나는 걸 미리 알고 기사를 못 나가게 하든지, 안 그러면 기사 잘못 쓴 보도 매체를 없애버리는 공작을 하는 게 여러분이 할 일”이라고 국정원 직원들을 독려하며 지시하는 내용이 나온다. 이 발언은 언론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쥐어패는 게 정보기관이 할 일”이라는 발언과 함께 국정원장이 국정원 직원에게 특정 여론 형성을 위해 언론매체에 적극적으로 공작 정치를 하라고 지시한 명백한 증거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언론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다는 원 전 국정원장의 이러한 비민주적인 인식은 민주주의의 핵심축인 언론을 국가가 통제 대상으로 삼으려는 시도를 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증명해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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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2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원세훈 국정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 : 청와대)

 

이제 공은 검찰로 넘어갔다. 검찰은 국정원이 언론탄압과 국내정치에 불법적으로 개입한 명백한 증거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녹취록을 근거로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불법행위를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국정원을 동원한 언론탄압과 불법행위에 대해 철저히 밝혀내 책임자들을 엄벌에 처함으로써 다시는 국가 정보기관이 불법적인 방법으로 민주주의의 근간인 언론의 자유를 파괴하는 반민주적인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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