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포커스(~2023)_
국민을 무시하는 KBS의 ‘후안무치’
등록 2016.07.29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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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포커스> 언론 장악 민낯을 드러낸 정치권력

국민을 무시하는 KBS의 후안무치’


최진봉(성공회대 교수,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




일반적으로 언론의 자유는 끊임없이 경제(자본)권력과 정치권력으로부터 위협을 받는다. 특히, 정치권력의 언론자유에 대한 위협은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에서 주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임을 스스로 자랑하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아직까지도 정치권력에 의해 언론자유가 위협을 당하는 행태가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6월 30일 전국언론노조 등 7개 언론 단체가 공개한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과 김시곤 KBS 보도국장 사이의 통화 녹취록은 정치권력이 공영방송의 보도내용에 어떤 형태로 압력을 가하고 수정을 요구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전형적인 정치권력의 언론자유 위협 행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해당 녹취록에 따르면, 이 전 수석은 세월호 참사 직후인 지난 2014년 4월 21일과 30일 김 전 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KBS 저녁종합뉴스인 <뉴스9>의 해경 비판 보도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회유와 협박을 활용해 가면서 노골적으로 정치적 외압을 행사하고 있다. 특히, 4월 30일 통화에서는 국방부의 보도자료와 관련해, “아예 다른 걸로 대체를 좀 해 주든지 아니면 말만 바꾸면 되니까 녹음 좀 한 번만 더 해주시오”라고 요구하며 뉴스 아이템 교체까지 요구하고 있다. 



이날 공개에서는 김시곤 전 보도국장과 이정현 전 홍보수석의 전화통화 녹취록 이외에 ‘보도국장 업무 일일기록’이라는 김 전 국장이 직접 작성한 비망록도 함께 공개되었다. 이 비망록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 당시 길환영 KBS 사장이 자사가 단독 취재한 국가정보원 댓글 관련 리포트를 빼라는 지시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미국 성추행 사건을 톱 기사에서 내리라고 지시하는 등 길환영 전 사장이 보도국의 편집권을 노골적으로 침해했다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이와 함께, 길환영 전 사장이 ‘기계적 중립마저 포기하라고 지시’하고, ‘박근혜 대통령 리포트는 앞쪽으로 전진 배치 또는 수를 늘리라고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정현 홍보수석이 박 대통령의 청와대 행사 리포트가 맨 뒤에 배치되자 항의전화’를 했다는 등의 내용도 담겨져 있다. 결국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의 녹음파일과 비망록은 그동안 정치권력이 공영방송 KBS의 보도에 어떤 형태로 개입해 왔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사죄는커녕 '신 보도지침' 내린 KBS


그런데, 이처럼 정치권력이 공영방송 KBS의 보도에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증거가 명백하게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KBS는 수신료를 지불하고 있는 국민들 앞에 사죄하기는커녕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녹취록관련 아이템을 전혀 보도하지 않고 침묵만 지키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KBS 보도국의 잘못된 행태를 비판한 KBS 경인방송센터의 정연욱 기자를 느닷없이 제주KBS로 전출시키는 보복인사를 단행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7월 11일 <뉴스광장> 프로그램에서 사드의 한반도 배치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외교적 마찰 가능성에 대해 언급한 김진수 해설위원의 뉴스해설 내용에 대해 고대영 사장이 임원회의에서 불만을 표시하고, ‘안보 문제는 다른 목소리가 나서는 안 된다’며 사드와 관련된 이슈의 보도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그리고 김진수 해설위원 역시 수원에 있는 KBS연수원으로 전출되었다. 


KBS가 비판과 견제의 대상인 정치권력과 밀월관계를 유지해 왔다는 사실이 만 천하에 드러난 마당에 반성은커녕, 이러한 삐뚤어진 공영방송의 행태에 대해 반성할 것을 요구하는 내부 종사자들을 전출시키는 KBS의 태도는 수신료를 지불하는 국민들을 무시하는 ‘안하무인’의 태도요, 부끄러움을 모르는 ‘후안무치’의 행태라고 할 수 있다. KBS의 이러한 태도도 국민들을 우습게보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정권의 공영방송 보도통제, 그 피해는 국민의 몫


이번 김시곤-이정현 녹취록 파문은 공영방송 KBS가 얼마나 정권의 압력과 통제에 취약한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권력기관에 대한 감시와 견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공영방송 KBS의 사장이 공영방송의 주인인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자신을 사장 자리에 앉혀준 정권의 눈치만 보고 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증명해 주는 사건이었다. 특히, 청와대 홍보수석이 공영방송 KBS의 보도국장과 사장에게 압력을 가해 보도에 영향을 미치려고 했다는 사실은 국민이 주인인 공영방송에 대한 청와대의 인식이 얼마나 왜곡되어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정치권력의 언론 통제와 장악은 언론을 통한 정보와 의견의 자유로운 소통을 막아 정보와 의견이 원활하고 균형적으로 소통되는 것을 방해하게 된다. 즉, 언론제도와 언론자유 영역에 대한 정치권력의 무리하고 의도된 개입이 정보와 의견의 자유롭고 균형적인 소통을 방해하게 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언론의 공공성은 특정한 정치적 이해관계를 구현하고자 하는 정치권력의 개입으로 심각한 도전을 받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언론은 일반인들의 의사소통과 참여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민주주의와 이를 지탱하기 위한 철학적, 제도적, 정책적 차원의 기획과 실천이 유지, 모색되는 사회내의 매우 중요한 공간이다. 따라서 언론자유가 탄압을 받게 되면 민주주의는 그 근간이 흔들리게 된다. 정치권력이 정권의 안위를 위해 언론자유를 억압하거나, 경제(자본)권력이 자신들의 이윤추구를 위해 언론자유를 탄압하게 되면 민주주주 체제는 흔들리게 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으로 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이번 김시곤-이정현 녹취록 파문 역시 정치권력이 언론자유를 억압하는 행태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후진적이고 삐뚤어진 우리나라의 언론현실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정치권력의 영향력 아래서 정권 지향적인 방송을 제작해 온 공영방송 KBS가 정치권력으로 부터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첫 걸음은 바로 공영방송 KBS 사장의 선임과정에 정권의 개입을 방지하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