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포커스(~2023)_
편성위원회의 독립과 기능 보장에 집중해야
등록 2016.08.17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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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포커스>언론지형과 여론지형으로 본 핵심과제

편성위원회의 독립과 기능 보장에 집중해야


신태섭(민주언론시민연합 전 상임대표, 동의대 교수) 



언론지형과 여론지형

20세기 이래 미국 언론의 시청취구독점유율(제도권 언론지형)은 친공화당 60% 친민주당 40%로 고착돼 있다. 반면, 각종 여론조사와 선거에서 확인되는 양당 후보와 정책에 대한 지지(실제 여론지형)는 사안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팽팽한 균형을 이뤄왔다. 시민들이 제도권 주류 미디어 밖에서 능동적으로 자신의 공론장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만들어 활용함으로써 기득권 편향의 구조적 불균형의 폐해를 완화시키거나 극복하고 있는 양상이다.

우리나라 제도권 언론지형은 95 대 5 구조다. 이는 이명박 정부의 작품으로, KBS, MBC, 연합뉴스, YTN 등을 불법부당하게 장악해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시키고, 방송관련법을 개악해 종편을 출범시킨 결과다. 이에 더해 이명박 정권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해 방송과 인터넷 표현의 자유를 탄압·축소시켰다. 또한 유죄판결을 받은 국정원과 군 사이버수사대의 대선개입 댓글공작에서 보듯, 정권유지를 위한 여론조작으로 인터넷과 SNS 공간을 유린했다.

그럼에도 여론조사와 선거에서 드러나는 실제 여론지형은 미국처럼 팽팽한 균형이다. 극단적으로 기울어져 기득권층의 목소리가 일방 압도하는 운동장에서 나타나는 이 같은 경이로운 50 대 50의 각축은 1987년 6월 항쟁 이후 지금까지 계속돼왔다. 대통령직선 쟁취로 절반의 민주주의를 얻은 6월 항쟁 이후, 돈과 권력으로 조직된 기득권에 맞서 ‘시민의 각성과 소통 및 관심과 참여’만으로 맨땅에 헤딩해 각축하는 일이 ‘고장 난 레코드’처럼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지형

그간 치러진 여섯 번의 대통령선거에서 돈과 권력에서 크게 열세인 민주진영은 극적인 바람몰이로 두 번을 이겼고 네 번을 졌다. 국민의 대표를 뽑는 다른 선거들도 이와 비슷했다. 부와 권력을 독점한 특권적 기득권과 맨손 국민의 민주적 열망 간의 대치와 각축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요즘 나오는 개헌논의들은 이 구조를 고착시키려는 것인가? 아니면 파훼해 새로운 시대를 열려는 것인가? 이야기가 옆으로 갔다.

국민의 강압에 의해 국민에게 절반의 민주주의를 내준 기득권층은 중요한 고비 때마다 제도권 언론지형을 틀어쥐는 등 특단의 조치들을 취해왔다. 노태우 정부는 재벌신문과 종교신문 및 SBS 등 상업방송을 언론시장에 신규 진입시켜 새로 창간된 한겨레신문을 자본과 시장의 힘으로 누르는 ‘권경언 수평유착’의 ‘보수대연합’을 시도했고, 음성적인 ‘보도협조’ 시스템 운영으로 전두환 정권의 ‘보도지침’을 재현하려 했다.

민주정부 10년을 거짓 경제공약으로 밀어낸 이명박 정부는 공영 미디어를 하수인으로 장악하고, 온갖 특혜로 무장한 종편을 진입시키고, 비제도권 공론장을 검열·압살하고, 댓글부대를 양성했다. 이는 수구기득권층의 야심찬 백년대계였고, 당장 권력도 재창출했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은 녹녹치 않다. 이번 4·13선거는 언론지형의 압도적 우세에도 불구하고 여론지형이 그들에게 불리하게 변화했음을 보여줬다. 이제 가만있을 그들이 아니다.




당면과제 두 가지

이제 맨손 국민의 민주적 열망을 자산으로 한 민주진영은 언론과 관련해 무엇을 해야 하나? 핵심과제는 두 가지로 보인다. 

하나는 민주주의와 정의를 열망하는 현금의 여론지형을 수호하고 확대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선 제도권 언론의 여론조작 기도를 분쇄하고, 시민들이 자신의 의사를 인터넷과 SNS 등 다양한 공간에서 자유롭게 표현하고 소통하도록 돕는 일이 요구된다. 전자를 위해선 언론모니터링을 재미있게 공유하고 확산하는 일이, 후자를 위해선 심의를 빙자한 검열을 반대하고 정치적 의제에 관한 심의 자체를 해소하도록 입법할 것을 촉구하는 일이 필요하다.

다른 하나는 시민의 자산인 공영 미디어를 정권의 노리개에서 당장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이는 금년 정기국회에서 편성위원회의 독립성과 기능을 보장하는 방송법 개정을 다수를 점한 야당들이 합심하여 전력 추진할 경우 가능한 일이다. 이는 그 추진 자체만으로도 공영 미디어 내부의 각성과 분발을 초래해 공영 미디어를 여론 통제와 조작의 도구에서 비껴내는 효과를 산출할 수 있다.

한편, 공영방송 이사회를 여야 7 대 6으로 바꾸고 특별다수제를 도입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우려도 있다. 다수독재를 당연한 권리로 오해하는 여당의 생리에 비추어볼 때 7 대 6 구조로는 공영방송의 정권도구화를 막을 수 없고, 방송을 소모적인 정쟁의 도구로 빨아들이는 등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작금의 여론지형을 잘 수호하고 발전시켜 2017년 대선을 계기로 우리나라가 더 이상 옆으로 기지 않고 힘차게 앞으로 쭉 뻗어나갈 수 있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