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포커스(~2023)_
올림픽이 끝나면 나올까요?
등록 2016.09.19 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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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우리들의 죽음’을 떠올리게 하는 언론 보도 행태

정태춘의 ‘우리들의 죽음’이란 노래 가사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온다. “밤에 보는 텔레비전도 남의 나라 세상 / 엄마, 아빠는 한 번도 안 나와 우리 집도 우리 동네도 안 나와” 

언론의 역할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내용이다. 물론 신문 방송 등 미디어는 모든 사건을 취재하고 내보낼 수 없다. 취재인력과 시간과 지리적 한계 등이 고려가 될 것이고, 시의성 등 각종 고민을 통해 뉴스 아이템을 선정할 것이다. 신중에 신중을 다해 그날 역사적이고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전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엄선한 아이템은 매일 저녁 밤 뉴스로 내보내진다. 하지만 뭔가 빠져있는 남의 나라 세상을 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곤 한다. ‘우리들의 죽음’이란 노래가 지금 다시 생각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리우 올림픽’으로 뒤덮힌 지상파 뉴스

2016년 리우올림픽이 시작될 즈음 우리 사회에서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사드 배치 문제, 생존권을 요구하며 파업 및 농성 중인 노동자들의 목소리, 우병우 민정수석, 각 대학에서 벌어지고 있는 농성, 세월호 특조위 단식, 서울시 청년수당 등 결코 간과할 수 없는 굵직한 내용의 사건이다. 

 

특히 월드컵을 비롯해 올림픽 등 전 세계의 축제(?)가 있을 때마다 각종 사회적 이슈가 사라져 버린다는 내용의 비평은 그동안 많이 되어 왔다. ‘월드컵에 빠진 대한민국’, ‘올림픽만 있나’ ‘올림픽의 이면’ 등의 내용이다. 이번에도 지상파가 올림픽에 빠져있다는 내용이 비평이 나오고 있다. 지난 8월10일자 미디어오늘 1면 제목은 <올림픽으로 뉴스 도배, 우병우가 웃는다>다. 뉴스의 절반 이상이 올림픽 소식이고 사드, 세월호, 특별사면 등의 사라지고 있다는 내용이다. PD저널 역시 8월9일 민주언론시민연합의 보고서를 토대로 “지상파 뉴스, 개막 이전부터 올림픽으로 도배”되고 있다며 과다 편성 문제를 제기했다. 리우 올림픽 개막 하루 전인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사흘 동안 지상파 3사는 모두 54건의 올림픽 관련 보도를 했으며, 개막 이전부터 톱 보도를 포함해 내리 5~6건의 보도를 올림픽 소식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또 페이스북 등 SNS에서는 지상파 뉴스가 ‘리우’로 시작해 ‘전기 누진제’로 끝난다고 꼬집는 말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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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우올림픽 관련 KBS <뉴스9> 화면 갈무리

 

리우올림픽 개막식이 있었던 8월6일(토)부터 8월13일(토)까지 8일간 MBC, KBS, SBS 등 지상파 3사의 저녁 메인 뉴스의 아이템을 헤아려 봤다. 주요 뉴스 소개와 날씨 소개를 제외하고 꼭지수를 집계해 보니 방송 3사 전체 뉴스 꼭지 633개 중 282개(44.5%)가 리우 올림픽 관련 소식이었다. 또 폭염 및 전기 누진제 등과 관련된 꼭지는 112개(17.7%)였다. 지난 8일간 지상파에서 올림픽과 더위와 관련된 뉴스가 394개(62.2%)를 차지했다. 리우 올림픽 비중은  KBS(47%), MBC(43.8%), SBS(42.4%) 순이었다. 리우 올림픽 뉴스는 연일 맨 처음에 보도됐고, 다른 뉴스가 톱으로 나온 날은 8월9일 새누리당 대표가 이정현 의원으로 됐을 때(KBS, MBC, SBS)와 8월11일 7~8월 누진제 완화 소식(MBC, KBS), 12일 경산 40.3도를 기록한 날씨(MBC, SBS), 13일 ‘밤에 잘 수가 없다’는 폭염(MBC)을 전한 4일 정도뿐이다.  

 

8. 16~13일 메인뉴스 MBC KBS SBS 합계
전체 꼭지 수 201개 234개 198개 633개
리우올림픽 88개 (43.8%) 110개 (47%) 84개 (42.4%) 282개 (44.5%)
폭염/누진제 등 48개 (23.9%) 30개 (12.8%) 34개 (172%) 112개 (17.7%)
남는 꼭지 수 65개 (23.3%) 94개 (40.2%) 80개 (40.4%) 239개 (37.8%)

 

‘우리 세상’을 말하는 지상파가 돼야

세계적 축제인 올림픽 뉴스가 지상파 메인 뉴스의 44.5%를 차지하고 톱기사로 나오면 어떠냐고 할지 모른다. 더위를 물리칠 시원한 금메달 획득 소식과 열심히 뛰는 대한민국 선수의 모습, 승부를 떠나 올림픽 정신을 전하는 것에 크게 반대할 생각은 없다. 다만 올림픽과 폭염만이 뉴스가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그리고 좀 ‘불편한 뉴스’ 좀 하자는 것이다. 자본과 정치권력에 각이 선 뉴스, 고민과 토론을 던져주는 뉴스, 특히 노동자들의 삶과 밀접한 뉴스 말이다. 

조선 산업 위기 문제, 노조 파괴에 맞선 갑을오토텍의 투쟁, 두 달 넘게 진행되고 있는 용인정신병원의 파업, 10일 마무리된 건설노동자들의 고공농성, 김포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외침, 해고된 언론노동자들의 삶 등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동의 문제를 지상파 텔레비전을 통해 보고 싶다. 

잠시 올림픽 기간이기에 눈을 살짝 감고 기대를 미뤄두자고 생각해 볼 수 있으나 올림픽이 끝나고 폭염이 물러가더라도 내가 원하는 뉴스는 보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우리들의 죽음’에서 두 아이는 어른에게 미디어에게 이런 슬픈 세상에서는 ‘천사’가 내려올 수 없다고 말한다. 이 한 여름 천사가 우리 곁에 내려오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밤에 보는 텔레비전은 우리 세상이고, 엄마와 아빠가 나오며 우리 집과 우리 동네가 나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