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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총선, 선감연이 지켜봤다(김수정)
등록 2016.04.19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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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보도감시연대를 마무리하며_2]
4.13총선, 선감연이 지켜봤다

김수정 정책위원

 

 

더 이상 그 누구도 선거 예측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최대 168석까지 내다봤던 거대 여당 의석수는 선거결과 당시만 놓고 보면 122석에서 상승을 멈췄다. ‘야권 분열은 곧 필패’라는 장담 속에서 100석도 어렵다고 내다봤던 더불어민주당은 123석으로 선전했다. 더민주 표를 갉아 먹을 줄로만 알았던 국민의당은 새누리당 의석수를 가져와 38석이라는 기염을 토했다. 누구도 ‘여소야대’는 꿈으로 꾸는 것이지 실현될 것이라고 장담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4.13총선의 표심은 모든 예측을 비껴갔다. 유권자들은 정치 문제는 해결하지 않고, 정치인 문제를 놓고 싸우는 정당을 심판했다. 눈앞에 보이는 경제 문제를 해결해 주길 바랐고, 지역주의를 털고 ‘새 정치’를 선택했다. 그리고 언론을 심판했다.

 

선감연, 지상파는 ‘관망’했고 종편은 ‘집중’했다 
‘2016 총선보도감시연대(선감연)’의 4·13 신문방송 선거보도 양적분석 최종보고서가 나왔다. 1월 13일 방송보도와 1월 14일 신문보도를 시작으로 선거투표 하루 전인 4월 12일까지 선거를 언급한 기사, 선거와 연관한 제목이나 단락이 있는 기사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90일 동안의 선거보도 감시 모니터는 6개 신문의 7,047건 기사와 8개 방송의 4,057건의 리포트를 일일이 읽고, 기사유형, 특집유무, 전달태도, 소재, 문제점 여부 등을 분류했다.


먼저, 이번 선거에서 종편채널은 어떻게 활약했을까? 지상파 방송은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전까지 2건 수준의 보도를 내보냈다. 반면, 종편은 MBN이 8건을 다루는 식으로 5건 이상의 선거이슈를 다뤘다. 선거운동이 시작된 3월 31일 이후에는 지상파 방송 SBS가 일평균 7건을 보도했지만, 종편 채널A는 15건을 보도하는 식이었다. 종편은 선거운동 개시 이후부터 절반에 가까운 리포트를 선거 이슈로 다뤘다. 종편의 시사토론 프로그램에서 선거와 관련해 다룬 프로그램까지 감안해 본다면, 그야말로 하루 종일 ‘정치’ 이야기만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복되는 정치 이슈를 조금씩 다르게 전달하려다 보니 정치 토론이 아니라 ‘정치 수다’가 될 수밖에 없고, 출연진들은 종편 방송마다 겹치기 출연하여 같은 얘기를 반복하거나, 가십성 주제를 꺼내들고 정치 토론을 하는 경우도 허다해질 수밖에 없었다. 한마디로 지상파 방송은 선거관련 보도에서 ‘관망’한 수준으로 보도의 한계를 보였다면, 종편 방송은 ‘속없는 집중’ 방송에 목을 맸다.

 

신문의 문제가 있는 보도 411건 중 불공정‧주관적 지적만 304건
선거보도 행태가 전보다 나아지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신문에서 문제가 있는 보도는 5.8%, 방송에서 문제가 있는 보도는 10.0%에 불과했다. 그러나 수치로 따질 문제가 아니다. 신문에서 문제가 있는 보도로 지목된 411건 중에서 불공정 보도는 252건, 주관적 보도는 42건이 있었다. 방송에서 문제가 있는 보도로 지목된 404건 중에서 불공정 보도는 232건, 주관적 보도는 22건에 해당했다.


본격적인 선거운동을 시작한 3월 31일부터 4월 12일 사이 신문의 불공정 보도 절반은 칼럼 혹은 사설에서 나타났다. <막장 공천에 지역감정 자극하다 ‘사죄 쇼’로 표 구걸하나>(조선, 4/8, 사설), <약도 없는 ‘단일화병’>(조선, 4/4, 데스크에서), <삼성 끌어들여 ‘광주 표심’ 사려는 김종인의 5공식 발상>(동아, 4/7), <여 “김종인, 고가시계 차고 억대 금 보유”…더민주 “저질공세”>(동아, 4/11), <“김종인 금괴 8kg 보유, 손목시계 4000만원”>(조선, 4/11), <13일은 친노와 친박 심판의 날?>(중앙, 4/11, 기자칼럼) 등이 있다. 기사 제목만으로도 알 수 있듯이 여당보다는 야당인 더민주당에 불리한 이슈들인 데다가 야당 비대위원장의 손목 시계과 금괴 보관까지 언급하며 흥미성 보도로 야당 이미지를 깎아내렸다.


방송보도에서는 MBC의 불공정 보도가 심각했다. <인신공격‧막말 모욕 총선 구태 도지나?>(3/31)에서 과거 총선의 막말논란이 다시 도지고 있다면서 더민주 주진형 대변인의 발언과 국민의당 임내현 의원의 발언만 문제 삼아 리포트를 하고, 새누리당에 대해서는 막말주의령이 내려진 상태라고만 언급하고 말았다.

 

종편, 여전히 ‘설익은 감자’같은 보도 한계 보여
방송 가운데 종편에서 유독 문제가 있는 보도로 지적된 것이 부정적 보도, 선정적 보도, 가십성 보도 등이었다. 채널A 1월 27일자 <김무성 또 직격탄…청 “일단 참겠다”>에서는 ‘직격탄’, ‘십자포화를 퍼붓기 시작했다’는 표현이 있었고, TV조선 2월 11일자 <거친말 격화…‘감정 싸움’>에서는 ‘맹공을 퍼부었다’, 2월 19일 TV조선과 MBN은 ‘공천학살의 기억’을 떠올렸다. 4월 6일 TV조선 <뉴스쇼판 정치분석>에서는 “친노‧정세균계‧운동권 계파가 피의 숙청을 당했다”는 발언이 그대로 방송을 탔다. 정치 냉소주의를 부추기고 정치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부정적 보도도 많았다. 특히 ‘친박계 유승민 쳐내기’류의 보도라든가, 무소신‧무책임 공천을 거듭 언급하면서 정책 현안에 대한 보도는 뒷전이었다. 종편에서 공약이나 정책에 관한 보도는 총 16건에 불과하다. 일반 판세분석만 157건만 내보낸 것과 비교하면 초라하기까지 하다. 한마디로 누가 당선되고 안 되는가가 중요한 것이지, 어떤 공약과 정책을 가졌는가는 관심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종편은 4.13 총선 결과에 겸허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