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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집회보도, 갈등 양상에서 벗어나 본질에 다가가야

‘촛불 VS 태극기’ 보도 괜찮으세요?
등록 2017.02.15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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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VS 태극기’ 보도 어떻게 보셨어요? 지난 2월 11일 정월 대보름 날에 두 개의 집회가 서울 도심에서 각각 열렸습니다. 한쪽은 태극기를 흔들며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를 외쳤고, 다른 한쪽은 촛불을 들고 탄핵을 촉구했습니다. 이날 밤 지상파 저녁 뉴스는 두 집회를 어떻게 다뤘을까요?먼저 뉴스 시작 때 나오는 헤드라인은 아래와 같습니다.

 

 <“특검수사 연장” … “탄핵은 선동 탓”>(KBS), <탄핵 찬반 집회-“탄핵 빨리” … “탄핵 기각”>(MBC), <정치권도 가세-여야 집회 참여해 세 대결>(MBC), <‘촛불 VS 태극기’ … 탄핵 찬반 세 대결>(SBS)

 

갈등 양상만 부각하는 지상파의 집회 보도

 

지상파 3사 저녁 뉴스 헤드라인의 공통점은 ‘촛불 vs 태극기’라는 대립항을 형성해 “특검 연장 및 조기 탄핵”과 “탄핵 기각, 특검 해체”을 갈등 양상을 보여주기만 했다는 것입니다. 


이후 따라오는 보도는 헤드라인의 내용을 풀어줄 뿐입니다. 탄핵 정국이라는 사안의 중대함, 각 집회에서 나온 주장들의 타당성을 꼼꼼히 따져보는 보도는 찾기 어렵습니다. 그렇다 보니 사실관계 및 합리성 등을 따지기보다는 ‘균형’이란 이유로 각 주장을 나열하기만 했습니다. 

 

보도의 흐름과 구성도 약속이나 한 듯 똑같습니다. KBS·MBC·SBS는 조기 탄핵 집회·탄핵 반대 집회·정치권의 집회 참여 순으로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KBS, MBC는 각 흐름마다 한 꼭지를 할애했고 SBS는 2꼭지씩 보도를 냈죠. SBS는 후반부에 ‘집회 상황’을 다시 한 번 짚기도 했고 다음날(12일) 집회 내용을 정리하면서 탄학 반대 집회 관련 문제제기를 해 KBS·MBC와 차이를 보이기는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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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뉴스9(2.11) : <“특검연장 대통령 대면조사”> → <“탄핵기각 특검 해체”> →  <여야 장외 공방 … “탄핵 기각” “조속 인용”>
○MBC뉴스데스크(2.11) : <“조기 탄핵” … 이 시각 광화문>  →  <“탄핵 기각” … 태극기 집회>  →  <정치권도 가세 … 장외 세 대결>
○SBS 8뉴스(2.11) : <두 개의 광장 … 탄핵 찬반 격돌>, <“탄핵 심판 지연전술에 분노”>  →  <성조기까지 들고 “탄핵은 사기극”>, <‘태극기’ 시위대 … 그들은 누구인가>  →  <여야 의원들도 대거 광장으로>, <장외서 헌재 압박 왜?>  →  <이 시각 촛불 집회 행진>
○SBS 8뉴스(2.12) <올 최대 ‘촛불’ … “탄핵 반대”도 세 불려> <서울광장 옆 도서관 토요일마다 ‘수난’>

 

공정성은 ‘산술적 균형’이 아닌 ‘정의의 추구’가 잣대

 

지난 2015년 3월 KBS에서 발표한 ‘공정성 가이드라인’은 “제작자는 갈등적 사안을 다룰 때는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여기서 공정성을 다시 아래와 같이 설명합니다.

 

△공정성은 비례적이거나 산술적인 균형 또는 외견상의 중립성에 의해 확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는 정의를 추구하는 윤리적 자세로 접근할 때 확보할 수 있다. 권력에 대한 맹종이나 맹목적인 비판에 대해 주의한다.

 

방송사들은 두 집회를 보도하면서 외견상으로 산술적 균형을 맞췄을 뿐, 집회의 본질을 들여다보지는 않았습니다. 그나마 SBS가 12일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들의 민폐 사례’를 언급해 조금 더 실체를 보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SBS의 11일 보도 <‘태극기’ 시위대 … 그들은 누구인가>는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들의 구성이 주로 고령층이고 그들이 촛불 집회를 모방하고 있다는 사실을 짚어내기도 했습니다. KBS와 MBC는 이런 분석 없이 ‘자유주의를 수호하자는 뜻이라며 성조기를 들고 있다’는 말을 그대로 인용(KBS)하거나 ‘가족과 젊은 세대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습니다’(MBC)라고 전했습니다. 

 

탄핵 반대 집회에서 나온 극단적이고 사실과 어긋나는 발언들이 그대로 전파를 탔다는 점에서는 지상파 3사 모두 별 차이가 없습니다. “탄핵은 처음부터 불법적”, “처음부터 조작되고 계획됐다는 걸 확실히 느꼈습니다”(KBS), “야당 입맛대로 조사할 수 있는 야당 특검”, “죄가 밝혀지지도 않은 탄핵”(MBC), “좌익 종북 세력들과 맞서고”(SBS) 등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들의 인터뷰가 그대로 방송됐습니다.  

 

 

탄핵 찬성 집회

KBS<“특검연장 대통령 대면조사”>

MBC<“조기 탄핵”… 이 시각 광화문>

SBS<두 개의 광장… 탄핵 찬반 격돌>

SBS<“탄핵 심판 지연전술에 분노”>

주최 및 규모

-15번째 촛불집회

-퇴진행동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15번째 촛불집회

-올해 들어 가장 많은 인원

15번째 주말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

시민 촛불 행렬

요구사항

대통령 특검 대면조사

특검 수사 기간 연장

2월안 탄핵 인용

특검 연장 촉구

신속한 탄핵 인용

특검 수사 연장

즉각 퇴진과 구속

황교안 사퇴

인터뷰

<인터뷰> 이예지(서울시 동대문구) : “당당하다면 대통령이 (특검에) 나와서 먼저 조사에 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검 기간은 필요하면 연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인터뷰> 이준섭(경기도 성남시) : “박근혜 대통령 탄핵은 당연하다고 생각하고요. 황교안 총리도 공동 책임이 있기 때문에 물러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수억 “특검에서도 재벌총수 구속을 요구했고 잠자는 국회도 박근혜와 다를 바 없는 공범이다”

[정우록/서울 도봉구 :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탄핵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빨리 어떤 지도자가 나오든지 안정된 나라를 좀 꾸렸으면 좋겠어요.]

[손승원/인천 부평구 : 본인 입으로 검찰 조사도 받겠다. 특검(조사)도 받겠다, 다 얘기했는데. 압수수색도 거부하고. 탄핵이 기각될 수 있다고 언론에서 조금씩 나오고 있는데 그래도 걱정했던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한 시민이 ‘탄핵 지연 전술에 분노’했다고 전함

특이사항

대기업 총수 구속 요구 집회도 도심 곳곳에서 개최

소등행사, 퇴진풍선

1박2일 행진

탄핵 기각설로 긴장된 분위기. 비상시국 선포, 1박2일 집회, 소등

나팔 등 퍼포먼스

행진 경로

청와대, 헌재 방향

청와대 총리 공관

나뉜 행진 대열 종착지는 헌재로

특검에서 청와대 1박2일

향후 계획

다음 주 대규모 인원 집중 집회

다음 주 토요일 촛불권리 선언을 위한 시민대토론회.

 

곧 헌재로 행진

 

 

탄핵 반대 집회

KBS<“탄핵기각 특검 해체”>

MBC<“탄핵 기각”…태극기 집회>

SBS<성조기까지 들고 “탄핵은 사기극”>

SBS <‘태극기’ 시위대…그들은 누구인가>

주최 및 규모

탄핵기각 국민행동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 

-사상 최대의 인원

박사모 등 50여 개 친박과 일부 보수단체

12차 탄핵반대 총궐기

*분석 기사

요구사항

탄핵 정국이 검찰 증거조작, 언론과 종북세력 선동으로, 특검 해체

탄핵 기각과 특검 해체/고영태와 그 일당의 사기사건

탄핵 무효, 특검 해체.

탄핵반대

인터뷰

<인터뷰> 박노철(충북 제천시) : “이번 탄핵은 처음부터 불법적으로 이뤄진 거예요. 그래서 우리가 꼭 탄핵을 반대를 해야 하고, 특검은 말도 안 되는 걸 수사하고 있어요.”

 

<인터뷰> 정태종(경기도 수원시) : “이거는 처음부터 조작되고 계획됐다는 걸 확실히 느꼈습니다. 우리 태극기 집회에서 아무리 말해도 그건 나오지 않고 일부만 살짝 나오고….”

[서석구 변호사/박근혜 대통령 법률대리인] 

“대통령을 탄핵사유로 만들기 위해서 야당의 입맛대로 조사할 수 있는 야당 특검을 구성한 것이기 때문에….” 

[이장우] 

“특검이 끝나기도 전에 죄가 밝혀지지도 않은 탄핵이 돼 버리는 이런 것이 대한민국 정치의 습관이 돼 버린다면….” 

[안재철/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 : 지금 사태는 대한민국을 흔드는 좌익 종북 세력들과 맞서고, 자유민주주의 국가체제와 시장경제체제를 유지할 것을 촉구하는….]

[배종철/박사모 부산지역 회원 : 부산에서 지금 버스 25대 왔어요. (다 박사모 회원인가요?) 박사모, 애국시민연합회원….]

 

[강철진/경기 수원시 : (어디에서 나오셨습니까?) 수원의 ***교회에서 나왔습니다.]

 

[박원식/육사 31기 구국동지회 : 우리는 대한민국 육군사관학교 구국동지회에서 나왔습니다.]

 

[이종옥/경기 안양시 : 탄핵 무효고 우리는 (미국에)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성조기는 우리와 한 몸이에요.]

 

[강민구/경기 성남시 : 박정희 대통령을 가장 존경합니다. 또 박근혜 대통령께서 따님이시고도 하시고 이 상황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거짓말 탄핵이기 때문에….]

 

특이사항

자유주의를 수호하자는 뜻이라며 성조기도 들고 나옴

대형 태극기와 성조기, 자녀와 함께 나온 가족, 대학생을 포함한 젊은 세대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습니다.

노년과 장년층

태극기와 성조기

-최근 집회 참가 늘고 있음

-오늘 집회는 지방에서 올라온 참가자가 많음

-성조기와 박정희 대통령 사진, 태극기 등장 

촛불집회 모방하며 세력확장

행진 경로

숭례문과 중앙일보 사옥을 거쳐 4km 행진 다시 서울광장

시청과 청계광장 두 집회 모여 숭례문까지 도심 행진 

을지로, 한국은행 숭례문 3km

 

향후 

3월1일 총력집회

 

선고 가까워질수록 반대 목소리 거세질 전망

삼일절 자유총연맹 회원 등이 총 참가하는 대규모 집회 예정

 

 

집회 보도, ‘탄핵 찬반’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가야


벌써 15차례나 집회가 있었고 그때마다 보도도 나왔지만 이런 보도 양상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습니다. 단순히 이쪽에서 이런 집회를 하고 저쪽에서 저런 집회한다는 식으로 ‘대결 구도’만 보도하는 겁니다. 모 방송사 저녁 뉴스가 만들어낸 유행어처럼 ‘한 걸음 더 들어가’ 봐야 합니다. 11일 집회에서 지상파 3사가 놓친 그 한 걸음은 탄핵 반대 집회에 제기되고 있는 관제데모 의혹과 가짜뉴스입니다. 지상파가 놓친 그 한 걸음을 종편인 JTBC가 내딛었습니다. JTBC는 집회 전날인 10일 4건의 보도로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하는 자유총연맹이 정부지원금을 받는 법정단체로서 집회 참여가 부적절하다고 지적하는 한편, 그간 청와대의 압력으로 관제데모를 해왔다는 내부 고발을 전했습니다. “왜 거리에 나왔을까?”라는 질문을 단순히 ‘탄핵 찬반’으로만 풀어낸 지상파와는 대조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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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가 어떤 사람들이 참여했고, 어떤 주장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런 민심이 정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더 살펴보는 보도가 나와야 합니다. 무엇보다 집회 안의 다양한 요구들. 즉 사드 배치, 세월호 진상규명, 언론장악 방지법, 재벌 적폐 청산 등 ‘시민과 유권자의 의제’도 짚어줘야 합니다. 이것이 공정성과 저널리즘의 잣대입니다.  
 

이기범(민언련 웹진기획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