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2023)_
대중을 개, 돼지로 취급하는 보수 언론(이용마)
등록 2016.07.28 11:59
조회 1306

 

<시시비비> 사드 도입에 대한 언론보도 비평

대중을 개, 돼지로 취급하는 보수 언론

 

 

이용마(민언련 정책위원, MBC 해직기자)

 

 

 최근 이건희 삼성 회장의 성매매 의혹 사건을 보면 우민호 감독의 <내부자들>은 단순한 영화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는 비록 허구를 바탕으로 했지만, 묘사 수준은 마이클 무어 감독이 만드는 현실 다큐멘터리이다. 그만큼 이 영화는 일반인들이 감히 상상하지 못했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내부자들>에 공감하는 사람 중에는 장삼이사도 있지만, 실제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 즉 우리 사회의 정치, 경제 권력을 장악한 상류층이나 스스로를 상류층과 동일시하는 사람들도 포함되어 있는 것 같다. 단적인 사례가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이다.


 나 전 기획관은 “어차피 대중들은 개, 돼지”라는 대사에 상당히 공감한 모양이다. 그 말을 기자들 앞에서 거듭 반복한 것은 자신이 상대하는 수준의 인물들은 당연히 공감할 것이란 착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 전 기획관이 만난 기자들이 실제 <내부자들>의 이강희 주필 같은 존재였다면 어땠을까? 함께 웃고 떠들며 즐거운 식사자리로 끝나지 않았을까? 한 가지 의문이 더 있다. 나 전 기획관은 왜 그렇게 거침없이 상류층의 인식을 기자들 앞에서 터놓을 수 있었을까? 그의 주변에 그만큼 많은 이강희가 있기 때문은 아닐까?

 

현실에서 만나는 이강희와 조국일보

 

△ 영화 <내부자들> 조국일보의 이강희 논설위원


 박근혜 정부가 지난 8일 사드 배치를 전격적으로 발표한 뒤 조중동과 KBS, MBC, 종편 등 보수언론이 보여준 행태를 보면 우리는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 이강희나 조국일보를 접할 수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모니터 결과, 보수 언론은 사드 배치 발표 이후 처음 일주일 동안은 일방적으로 정부의 입장을 옹호하는 보도를 했다. 사드가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막는데 실제 어떤 효용이 있는지, 사드배치로 인해 한중 관계가 어떻게 될지, 중국이 정치·경제적 보복을 할 경우 어떤 일이 발생할지, 동북아시아에 형성되는 신냉전 구도가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 사드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얼마나 위해한지 등 사드 배치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황교안 총리가 성주를 방문했다가 계란을 맞은 지난 15일부터 보수 언론은 실체가 불분명한 “외부세력”, “불순분자”를 거론하며 마녀사냥에 나서기 시작했다. 사드에 반대하는 국민들을 모두 외부세력으로 규정하고 성주를 고립시키는 전략에 나선 것이다. 전라도 말투를 쓴다는 이유로 15년간 성주에서 살아온 한 여성을 외부세력으로 낙인찍는가 하면, 진보적인 시민단체 구성원들을 “외부 전문 시위꾼”으로 매도하기도 했다. 구 통진당 출신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종북으로 낙인찍는 모습도 나타났다. KBS에서는 외부세력을 부각하도록 일종의 “보도지침”을 내렸다가 안팎의 강한 비난을 받자, 오히려 자신들이 언론의 자유를 침해당하고 있다고 큰 소리를 치고 있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는 손자병법을 보수 언론이 앞장서서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보수 언론만 보면 사드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이미 사라졌다. 오직 사드를 반대하는 외부세력들의 문제만 남은 것이다. 성주에 살지 않으면서 사드를 반대하는 자들은 무조건 외부세력이고, 이들이 합류한 사드 반대 행위는 불순한 종북세력의 책략이다. 누구든 외부세력이 되지 않으려면 침묵을 지켜야 한다.
 보수 언론의 이와 같은 행태는 <내부자들> 이강희의 모습과 똑같다. 안상구의 폭로로 재벌 회장과 유력 정치인, 언론사 주필의 난삽하고 부도덕한 실체가 드러나자, 이강희는 ‘깡패 안상구’를 공격하며 언론의 관심을 돌리는데 성공한다.


 이강희와 조국일보의 대처법은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의혹에서 그대로 재현되었다. 이건희 회장의 불법 성매매와 그룹 차원의 불법개입 사실보다 이 회장의 성매매 장면을 촬영한 자들의 불법성과 부도덕성을 거론하며 대중의 관심을 돌리는 것이다. 식물인간 이건희는 순식간에 피해자가 되었고, 불쌍한 동정의 대상이 되었다. 그에 대해서 더 이상 언급하는 자들은 ‘불순’한 “외부세력”일 뿐이다.

 

개, 돼지는 “빚이 있어야 파이팅”!
 보수 언론의 이와 같은 행태는 이강희의 말대로 대중을 “개, 돼지”로 보기 때문에 가능하다. 당장 먹고 사는 일에만 관심을 갖고 아무 생각도 없는 대중에게는 “적당한 시점에 적당한 안주거리를 던져주면 그만”이다. 그러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 잊어버리고 조용해질 것이다. 국민이 권력의 주체라는 민주주의는 다 부질 없는 소리이다. 개나 돼지는 적당히 굶겨가며 부려야 한다. “빚이 있어야 파이팅”하기 때문이다.
 사실 안타까운 것은 나향욱 전 기획관이다. 수천억 원대의 자산가도, 언론사 사주도 아니고, 행정고시 출신으로 위만 바라보고 달리던 그는, 자신을 이미 상류층과 동일시하게 되었다. 상류층을 대변하는 보수 언론의 정신적 노예가 되어, 자신보다 지위가 낮은 이들을 개, 돼지 취급하다 토사구팽 당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