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호] [회원인터뷰] 민언련, 재미있다 참 좋다 (조성지 회원)
등록 2017.12.13 19:10
조회 197

민주언론시민연합은 회원 참여 행사와 캠페인을 자주 벌인다. 행사를 준비할 때마다 매번 몇 명이나 참여할지 항상 조마조마하다. 그런 가장 걱정스럽고 조마조마한 순간에 조성지 회원은 매번 나타났다. 행사를 준비한 입장에서 그때만큼 고마울 때가 없다. 

 

과장을 조금 보태 조성지 회원은 올해 총회부터 회원캠프까지 민언련 행사와 종편 재승인 캠페인, 돌마고 파티 등 거의 모든 캠페인에 참여했다. 그래서 올해 마지막 회원 인터뷰 대상자를 찾는 데 오래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11월 29일 저녁, 퇴근을 마친 조성지 회원이 공덕동 민언련 사무실을 찾아왔다. 회원 가입 후 열성적으로 민언련과 함께해 온 조성지 회원. 그가 민언련 활동에 열심히 참여해 온 이유를 들어보자.

 

20171213_03.jpg

 

 

어쩌다 민언련 회원이 되었나?

 

2016년 5월에서 6월 사이였다. <김어준의 파파이스>를 보는데 ‘종편때찌 프로젝트’를 한다고 하더라. 김어준 총수가 좀 짓궂지 않나. 김 총수가 종편 감시 활동이 중요하다며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해달라’고 하는데 김언경 사무처장이 생긋 웃으면서 ‘해볼게요’라고 답했다. 사람도 없고 돈도 없다고 거절하는게 보통인데, 선뜻 하겠다고 하니 왠지 믿음이 갔다. 그런데 종편을 전방위적으로 모니터하려면 돈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래서 다음 날 회원 가입을 했다. 

 

사실 민언련 회원 가입은 그동안의 회원 가입 속도 중에 제일 빨랐다. 프리랜서 신분이어서 정기 후원을 하는데 고민을 많이 한다. 중간에 후원을 그만두면 미안하니까 섣불리 후원을 시작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사실 세월호 관련 단체에도 1년을 고민하다 후원을 시작했다. 

 

20171213_05.jpg

 

 

민언련 후원 결정은 정말 빨랐다고 했는데, 이유가 뭔가?

 

나도 그게 좀 신기하다. 민언련은 최민희 전 의원이 예전에 일했던 단체라고 알고 있었다. 그만큼 역사가 오랜 언론감시 단체라고 알고는 있었다. 민언련이 저력이 있는 단체인만큼 조금만 도와주면 종편 감시를 제대로 해낼 것 같다고 생각했다.

 

 

유가족을 헐뜯은 

세월호 1주기 보도, 

이건 상식이 아니다

 

 

종편을 자주 보는 편이었나?

 

종편을 보지는 않았다. ‘쓰레기’라는 말만 들었다. 채널 돌리다 가끔 보는 정도였다. 가끔 보다가 화가 나는 경우가 많았으니까. 그런데 부산 고향 집에 내려가면 아버지는 스물네시간 TV조선만 보신다. 집에 내려가면 지겨워 죽을 지경이다. 드라마 볼 때만 KBS와 MBC를 봤다가 다시 TV조선으로 채널을 고정하신다. 신문은 조선일보를 보시고. 

 

아버지가 종편을 좋아하시는 게 답답했지만 내가 안 보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세월호 1주기 때 언론 보도를 보면서 언론이 문제라는 생각이 크게 들었다. 자식들이 죽었지 않나, 그리고 원인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고. 1주기를 맞아 유가족들이 집회를 했는데 이를 헐뜯더라. 도대체 언론들이 이렇게까지 해도 되는가 싶었다. 언론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한 계기였다.

 

세월호 보도를 제대로 한 언론들도 있다.

한겨레나 정기구독하던 시사인은 세월호 보도를 열심히 했다. 그런데 시사인은 주간지라는 한계가 있다고 느꼈다. 사실 시사인이나 한겨레, JTBC의 보도가 보편적인 언론보도여야 하지 않나. 

 

처음에는 일부 종편만 왜곡하는 줄 알았는데, 공영방송들도 그러더라. 그러면서 언론에 관심을 가져야겠다, 생각하면서 미디어 비평지인 <미디어오늘>을 정기구독하기도 했다. 그 와중에 <김어준의 파파이스>에서 ‘종편때찌 프로젝트’를 한다고 한 거다. 때가 딱 맞았다. 종편을 감시한다고 하니까 더욱 유심히 보게 되었다. 

 

 

회원 활동에 열심히 참여하는 편이다. 회원 행사에는 언제 처음 참여했는가.

 

작년 7월 합정동 국민TV에서 열렸던 맥주파티가 처음이었다. 민언련 회원모임과 같은 모임에 자주 가려고 한다.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게 즐겁다. IT 분야에서 일하는데 시사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분위기가 아니다. 아주 친해도 정치적인 생각을 잘 드러내지는 않는다. 혼자 컴퓨터 앞에 앉아 코딩하는게 일이어서 그런지 속 깊은 이야기를 잘 나누지 않는다. 그리고 민언련 행사 중에는 ‘이달의 좋은 보도상’ 시상식을 제일 좋아한다. 

 

 

그랬다. 이달의 좋은 보도상 시상식에 꼬박꼬박 참여했다.

 

그게 이유가 있다. 괜찮은 언론이 어떻게 취재하는지 궁금했다. 나는 성격이 소심해서 질문은커녕 남에게 말도 잘 못 건다. 그런데 기자들이 쫓아가고, 질문하면서 취재를 할 텐데 어떻게 하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간담회를 하면서 취재 뒷이야기를 들려주더라. 이런 이야기를 누구에게 듣겠는가. 간담회 중에 ‘이 내용은 기사로 쓰지 말아 주세요’하는 내용도 들을 수 있고. 아, 이렇게 취재를 했구나. 이 취재를 위해 또 다른 시민들이 이렇게 도와줬다는 것을 아는 재미가 쏠쏠하다. 

 

처음에는 어떻게 취재하는지 알고 싶어서 갔는데, 듣다 보니 간담회가 참 재미있더라. 사무처에서 간담회를 정리해서 홈페이지에 올려주는데, 그건 날것이 아니다. 좋은 보도상 시상식에서는 날 것을 듣는 재미가 있다. 그래서 늦어서 시상식은 못 보더라도 간담회만이라도 참석하려고 한다. 

 

 

20171213_06.jpg

 

그런데, 시사인을 정기구독한 이유가 궁금하다.

 

‘나는 꼼수다’를 좋아했다. 주진우 기자가 ‘정통 시사주간지 시사인의 주진웁니다’라고 소개를 하면, 김어준 총수가 깔깔 대면서 좋아했다. 그래서 어떤 잡지인지 궁금했다. 사실 ‘나꼼수’를 듣기 전에는 정치에 관심이 없었다. 정치 혐오주의라고 해야할까? 투표도 안 했다. ‘나꼼수’ 때문에 BBK도 알게 되었고, MB가 좋은 대통령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그 전에는 나쁜 사람인 줄 몰랐다.

 

 

혹시, MB를 찍었나?

 

투표를 안 했다. 처음 내 의지로 투표를 했을 때가 2012년 19대 총선이었다. 그 이전 대통령 선거 때 이명박 씨는 현대를 다녔고, 정동영 씨는 MBC 출신이라는 것만 아는 정도였다. 사실 이명박 씨가 현대에 있었다는 것도 예전 드라마를 보고 어렴풋이 알았던 정도다. 사실 ‘나꼼수’를 듣기 전에는 친구들을 만나도 정치나 사회 관련 주제가 나오면 입을 못 열었다. 먹고 살다 보니 신경을 못 쓴다는 핑계로 외면했었다. 

 

‘나꼼수’는 친구가 권해서 들었는데, 자꾸 ‘정통 시사주간지’하니까 가판대에서 사서 읽기 시작했다. 그러다 정기구독을 하면 가격이 올라도 예전 가격에 볼 수 있다고 해서 정기구독을 신청했다. 시사인을 읽으면서 잘 모르는 주제나 내용이 나오면 하나하나 찾아보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기사가 다룬 주제가 잘 모르는 내용이면, 자료를 검색하고 더 확인해 보는 습관이 들었다. 

 

 

‘돌마고 불금파티 개근 시민’ 

조성지

 

지난 7월부터 시작한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돌마고 파티’에 거의 빠지지 않고 나왔다. 

 

팟캐스트 ‘미디어탈곡기’에서 공영방송 정상화 이야기를 계속 반복했다. 계속 듣다 보니 ‘오염’된 거지. 처음에는 그동안 KBS, MBC 안 봤는데 정상화할 필요가 있을까 했다. 그런데 계속 돌마고 파티와 와달라고 하더라. 그래서 첫 번째 돌마고파티를 여의도 KBS에서 한다길래 ‘집에서 가까우니까 한 번 가주자’라고 생각했다. 두 번째는 KBS 다녀왔으니까 MBC도 한 번 가보자 싶어서 갔다. 

 

돌마고 파티에 참여하면서, 그동안 공영방송 구성원들이 어떻게 싸웠는지 알게 됐다. 그리고 최승호 피디가 만든 영화 <공범자들>을 보고 지난 9년 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한 번에 정리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그대로 두면 공영방송이 이른바 ‘태극기 부대’의 전용 확성기가 되겠다는 걱정이 들었다. MBC에서 해직당한 박성제 기자가 페이스북에 ‘MBC는 광고가 안 들어와도 안 망한다. 땅 많다’고 했는데, 실제 가서 보니까 쉽게 망하지 않겠더라. 가만 두면 종편 보다 더한 방송이 되겠다 싶었다. 아버지가 MBC나 KBS 드라마 보고 <뉴스데스>를 이어서 보겠다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 공영방송을 살려야겠다는 주장에 동의하게 됐다. 그래서 꾸준히 나갔다. 

 

 

그러다 한겨레와 ‘돌마고 불금 파티 개근 시민 조성지’로 소개된 인터뷰까지 했다.

 

그건 김언경 사무처장이 인터뷰를 해달라고 요청해서 응했다. 인터뷰는 좋은 경험이었다. 내가 왜 돌마고 파티에 나가는지, 공영방송 정상화가 어떤 의미인지를 다시 한번 정리할 수 있었다. 기사는 오려서 코팅해 집에 붙여놨다(웃음). 

 

20171213_07.jpg

조성지 회원의 인터뷰 기사가 실린 한겨레 8월 11일자 21면

 

영화 <공범자들>을 볼 때는 어땠는가?

 

영화에서 정연주 전 KBS 사장이 해임된 후 KBS 본관 계단을 내려가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방송사에 경찰이 깔리고, 해임된 정연주 사장이 경찰들 사이로 내려오는 모습을 보고 군사정권 시절에나 있을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확인했다. 한번은 KBS 사측이 돌마고 파티를 방해하려고 본관 앞에 KBS 차량을 주차해 놨다. 그래서 시민들이 좁은 인도에서 빽빽하게 서있어야 했다. 치졸했다. 그날, 정연주 사장이 해임되던 <공범자들> 속 장면이 또 한번 떠올랐다.

 

그리고 스케이트장에서 눈 치우는 장면에서도 강한 인상을 받았다. 파업에 참여했던 MBC 노조원들이 ‘유배’라는 걸 당했다는 기사를 읽긴 했는데, 그 모습을 영상으로 보니까 무척 강렬했다. 방송 장악에 맞선 언론인들이 어떤 모욕을 감내했는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낸 장면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공영방송을 망친 ‘공범자들’의 수준이 형편없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더욱 화가 났다. 

 

돌마고 파티에서 MBC 노조에서 준비했던 영상에서 본 내용인데, 춘천 MBC 사장이 혀를 내밀며 ‘메롱’이라며 노조원들을 조롱하는 장면도 충격적이었다. 저런 사람이 공영방송의 간부로 있구나 싶어 씁쓸했다. 

 

 

민언련 팟캐스트 ‘미디어탈곡기’,

유익하고 재미있다

 

민언련 팟캐스트 ‘미디어탈곡기’의 애청자다. 열심히 듣는 이유가 무엇인가?

 

재미있다. 한 명이 언론 보도 등을 설명하면, 이를 서로 받아주는 리액션이 좋다. 또 하나 좋은 점이 있다. 내가 종편이나 신문을 정독할 수 없다. 종편을 시청할 이유도 없고, 조선일보를 사서 보거나 굳이 홈페이지에 가서 조회수를 올려주기도 싫다. 그런데 나처럼 종편과 조중동을 안 보는 사람들에게 ‘미디어탈곡기’는 언론 관련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통로다. 조중동과 일부 종편이 ‘이렇게 보도한다’를 알 수 있어서 좋다.

 

 

그런 정보를 알아서 좋은 점이 뭘까?

 

나쁜 기사를 읽어야 하는 고역을 대신 해주는 것이 좋다. 내가 언론에 관심이 많아 더 그렇게 느끼는 것 같기는 하다. 그리고 조중동이나 일부 종편이 어떻게 보도하는지 정보를 취득해 놓는 건 도움이 된다. 모든 사안에 대해 잘 알 수는 없지 않나. 얼마 전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위원회가 한창일 때, 친구 하나가 친환경 재생 에너지가 경제성도 없을뿐더러 한국에서는 불가능한 방식이라고 이야기를 하더라. 그런데 ‘미디어탈곡기’를 들었기 때문에 그 주장이 조선일보 등 ‘찬핵’ 측이 내세우는 논리라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미디어탈곡기’를 들으면 언론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재미있다. 사실 가장 좋아하는 꼭지는 토요일 판 ‘주간 아무말 NG 털기’다.

 

그리고 이제 시민들은 대부분 뉴스를 네이버나 다음에서 읽는다. 신문사 사이트에 접속해 기사를 읽는 것이 아니라 네이버에 노출된 뉴스를 본다. 기사를 읽으면서도 어떤 매체인지까지 확인하지 않는다. 그냥 네이버에서 뉴스로 봤다만 기억한다. 그래서 민언련에서 포털 감시 활동에 더욱 힘을 내어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사람들은 네이버를 보지, 조선일보를 보지 않는다. 이것이 핵심이다.

 

마지막으로 못한 말이 있다면?

왜 나한테 회원 인터뷰를 하자고 했을까, 생각해 봤다. 나는 회원 가입 후 지금까지 민언련 활동에 참 재미있게 참여했다. 행사에 올 때마다 반갑다고 반겨주는 사무처 활동가들의 환대도 고마웠다. 나는 이게 또 좋았다. 그래서 큰일 없으면 꼬박꼬박 참석했다. 환영받는다는 것, 기분 좋은 일 아닌가. 그런데 행사에 잘 참여해 준 것이 고마워서 인터뷰를 요청했다고? 차암, 내가 더 재미있었고 고맙다니까.

 

글·사진 박제선 홍보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