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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뉴스 모니터] 흡연과 구둣발에 밀린 정책 뉴스
등록 2022.02.23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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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개 언론·시민단체가 결성한 2022 대선미디어감시연대는 1월 25일 출범일부터 신문·방송·종편·보도전문채널, 지역 신문·방송, 포털뉴스, 유튜브 등을 모니터링하여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이번 모니터보고서는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에서 작성해 2월 23일 발표했습니다.

 

이번 대통령 선거를 두고 언론은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책과 공약은 사라지고 네거티브만 남은 선거라는 진부한 평가도 뒤따른다. 평가는 언론사와 기자의 자유로운 판단과 취재 영역이지만,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언론이 제 역할을 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특히 시민 대다수가 보도를 접하는 경로로 굳어진 포털 등 뉴스 환경이 역대급 비호감 대선 조성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2월 14일부터 20일까지 일주일 동안 포털 랭킹뉴스에 오른 보도를 분석해 보면 어느 정도 답을 찾을 수 있다.

역대 선거 보도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받았던 소홀한 정책 검증을 개선하기 위해 언론에선 많지는 않지만, 꾸준히 관련 보도를 하고 있다. 공식 선거운동 시작 하루 전인 2월 14일도 마찬가지이다.

대표적으로 한국일보는 14일 <내 삶의 공약 검증한다> 시리즈를 통해 각 후보의 군(軍) 관련 정책을 비교 분석했다. 공약의 실현 가능성, 공약의 장단점을 비교 분석했고, 지면 기준 한 면 전체를 할애해 보도했다. 공식 선거운동 시작일인 15일엔 중앙선관위와 공동기획으로 연령대별 유권자들의 주요 정책 이슈를 취재해 보도했다.

여론조사를 통해 연령대별 필요 정책을 조사했고, 성별 연령별 요구 정책 차이에 대한 해석, 공통된 요구 사안 등을 정리했다. 선거의 주인공은 시민이라는 대원칙에 충실한 보도였다. ‘시민 목소리가 투영된 정책’이라는 정치의 원리에도 부합했다. 공들인 보도였던 만큼 해당 언론사에서 ‘픽(Pick)’을 해 포털에 노출시켰지만, 가장 많이 읽힌 뉴스인 랭킹뉴스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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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한국일보 보도 중 포털에서 댓글이 많이 달린 건 윤석열 후보자의 구둣발 사진과 국민의힘이 꺼내 든 이재명 후보자의 흡연 사진이었다. 해당 사안은 13일 윤석열 후보의 기차 사진이 공개되면서 불거졌다. 발생 이틀이 지나서도 랭킹뉴스에 꼽혔고, 언론사별로 유사 보도가 이어지면서 상당수 언론사의 랭킹뉴스에서 ‘구둣발과 흡연’ 보도를 공통적으로 찾을 수 있었다. 해당 이슈는 사흘간 가장 많이 소비된 뉴스 중 하나가 됐고, 14일 15일 양일간 보도된 정책 기사는 그 틈을 파고들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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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킹뉴스 중 95%가 비정책 기사인 현실

정책 기사만이 좋은 것이고, 후보자 동향(및 논란) 등 소위 동정 보도가 나쁘다는 이분법적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동정 보도와 정책 보도의 균형을 맞춰야 하고, 각종 의혹과 논란도 보도하되 투표의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는 정책 보도 역시 시민들에게 충분하고 균질하게 전달돼야 한다.

분석 기간 중 랭킹뉴스에 포진한 보도를 분석해 보면, 이런 균형이 상실된 현실이 여과 없이 드러났다. 랭킹뉴스 491편 중 정책 기사로 분류된 것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비정책 기사만 467편으로 95%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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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기간인 2월 17일 동아일보에선 <3.9 대선 공약 줌인> 시리즈 중 하나로 주식 및 가상 자산 공약을 비교 분석했고, 18일 경향신문은 ‘20대 대선 희망공약 제언’으로 유권자들의 요구 정책을 지면 절반 이상을 할애해 보도했다(*포털엔 하루 전 송고). 다른 언론사에서도 길고 짧게 다양한 형태의 정책 기사를 보도했다.

동아일보 공약 기사는 언론사에서 포털 전송 시 주요 콘텐츠로 분류한 ‘픽(Pick)’ 보도였지만, 랭킹뉴스에 진입 못한 결과엔 변함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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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및 관련자 논란 등 갈등 중심 정무 기사 압도적

정책 기사의 빈자리를 채운 건 후보와 배우자들을 둘러싼 논란, 선거 캠프 동향, 경마식 보도로 지적받았던 여론조사 보도 등이 대표적이다. 경선 경쟁자에게 “형님”이라고 호칭하며 시민을 향해 어퍼컷 세레머니를 보여준 유세 스케치 보도는 댓글 5천 개 이상이 달렸고, 발차기 퍼포먼스를 보여준 유세 기사에도 수천 개의 댓글이 달리며 가장 많이 본 랭킹뉴스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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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자의 행동 하나 발언 하나에 시민 관심이 집중되는 것도 사실이고, 후보자 및 관계자를 둘러싼 논란도 언론의 검증 영역이자 보도 사안이다. 다만 이런 류의 기사가 이용자들의 주요 소비 기사가 되면서 후보자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는 힘들어진다. 동시에 선거 보도의 질이 함께 떨어지는 ‘하향 평준화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한쪽 세력 입장만 전달…직접 취재는 소홀, 선거 보도 질적 저하 악순환

분석 대상이 된 랭킹 뉴스에 반영된 관점(입장)을 분석해 보면 이런 악순환의 결과들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기사에서 특정 정당 등 세력 한 곳의 입장만 반영된 ‘완전한 단일 관점’ 보도는 313건으로 63%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를 두고 특정 언론사가 특정 진영을 지지하거나 비판할 목적으로 일방적 관점을 담은 기사를 일부러 대량 생산한 것으로 단정하거나 해석하기엔 무리가 있다. 실시간 상황을 검증 없이 일방의 주장만 담아 보도하는 이른바 ‘속보 경쟁’의 결과물이라는 분석이 더 정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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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민주당 후보가 대장동 의혹을 두고 국민의힘 후보가 관여했다는 유세 발언을 하면 이를 상대방 입장 반영 없이 그대로 송고하거나, 국민의힘 후보가 대장동 의혹 최대 수혜자가 여당 후보라고 한 발언을 교차 검증 없이 그대로 포털에 전송한다. 이런 기사에 수천 개의 댓글이 달린다. 단일화를 두고 특정 정당 선대위 관계자 발언을 일방적으로 보도한 기사도 마찬가지이다.

신속함은 언론의 주요 덕목인 게 분명하지만, 과열 또는 왜곡된 속보 경쟁이 한쪽 입장만 반영된 기사가 포털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현실을 만들었다. 동시에 기자가 특정 사안에 대해 취재원에게 적극적으로 취재 행위를 한 뒤 작성한 기사도 설 자리를 잃게 만드는 결과를 야기했다.

기자가 특정 사안을 두고 당사자나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직접 취재한 수치인 ‘직접 인용 취재원 분석 결과’는 이 같은 현실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직접 인용 취재원 ‘0명’ 기사만 428편으로 압도적이다. 즉 포털에서 가장 많이 소비된 기사 491편 중 87%가 추가 취재 행위 없이 작성됐다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검증과 적극적 취재가 배제된 ‘받아쓰기 기사’가 다수를 차지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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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련의 결과를 야기한 원인을 하나로 요약하는 건 어렵다. 진단도 다양할 수 있다. 원인과 결과의 선후 관계를 단정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 다만 포털에 종속적인 언론 환경, 각 언론사의 클릭 유도 경쟁, 속보주의, 이용자의 뉴스 소비 패턴 등이 종합적으로 만들어낸 결과라는 건 분명하다.

가장 큰 문제는 시민들이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보도를 접하기 어려운 언론환경이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동시에 이런 환경을 개선하기 전까진 정책 선거는 계속 요원해진다는 것이다. 특정 언론사 한 곳의 노력만으로 이런 환경을 바꾸는 건 불가능하다. 포털의 비밀스럽고 검증조차 되지 않은 뉴스 알고리즘 개선만으로도 해결하기 어려울 수 있다. 다만 악순환을 끝내기 위해서라도 각 언론사의 플랫폼 강화, 양질의 뉴스 생산, 이용자 친화적 편집과 배치 등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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