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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보도 시상식 중계]8월 이달의 좋은보도상, 취재기자와의 뒷담화
등록 2015.10.05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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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언론시민연합(아래 민언련)은 2014년 6월부터 매달 좋은 방송보도를 선정 발표했고, 11월부터 좋은 신문보도를 선정해왔습니다. 올해 2월부터는 수상자를 초빙하여 민언련 교육관에서 조촐한 시상식 겸 간담회를 열고 있습니다. 간담회는 기자들의 취재과정과 보도에 실리지 않은 뒷이야기는 물론, 소소하면서도 의미 있는 이야기들이 오가는 자리입니다. 민언련은 앞으로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 취재기자와 뒷담화>로 매달 간담회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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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언련 8월 이달의 좋은 보도상 시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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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4일, 민언련 선정 2015년 8월 '이 달의 좋은 신문·방송보도' 시상식이 민언련 교육관에서 열렸다.

산재 벌점 피하려다 노동자 죽여? 산재 문제 파헤친 JTBC 기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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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좋은 방송보도상 수상한 JTBC 손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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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의 8월의 좋은 방송보도상은 JTBC '청주 화장품 공장 노동자 사망 사건' 관련 보도가 수상했다. JTBC는 단순 사고로 묻힐 수 있었던 사건을 집중 취재했다. 산업재해를 은폐하려는 기업의 파렴치한 행태와 위험한 노동환경, 고질적인 원청·하청 관계까지 짚은 보도였다. 시상식에는 손용석, 정제윤, 김진일, 윤샘이나, 박소연 기자가 참석했다. 

- 보도는 처음에 어떻게 할 생각이었나. 아이템을 잡고 키운 과정에 대해 듣고 싶다.
손용석 기자 "처음엔 지역신문에 나왔던 기사였다. 우리는 탐사팀 소속 기자다. 탐사팀은 남들이 놓친 사건, 또는 보지 못한 사건을 봐서 문제점이 나오면 추적하는 게 큰 역할이다. 이번 사건의 경우, 유족에게 전화해보니 교통사고로 처리됐다 해서 문제의식을 느끼고 청주로 내려갔다.

처음엔 CCTV가 있는지도 몰랐다. 경찰도 안 보여주려 했고. 유족에게는 너무 죄송하지만 5번이나 데리고 가서 같이 이야기하고 이슈화하려 노력했다. 영상을 보니 지게차 운전자가 창문을 다 닫고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운전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지게차에 앞이 안 보이게 화물을 과적한 상태도 알게 되었다. 단순히 119를 돌려보낸 게 문제가 아니라 안전관리, 화물 과적 등 세월호 참사와 비슷한 문제점들이 많이 보이더라. 그래서 이 사건 보도 이후에도 대기업 하청 등 산재 은폐에 대한 구조적 사안을 집중해서 취재하게 되었다."

- 경찰 조사에 따르면 사고 직후 다친 분은 본인이 몸을 움직이며 괜찮다고 했기에 직원들도 그런 줄 알았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래서 119 구급차를 돌려보냈다고 하는데, 사실관계를 알고 싶다.
손용석 기자 "해당 경찰의 판단도 어느 정도 맞을 수 있다. 하지만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내부출혈인데 다리가 부러져있다. 그걸 들것으로 손으로 이송한다. 물론 내부출혈이라 위기의식을 덜 느꼈을 수도 있다. 우리가 문제제기하는 것은 노동현장에 매뉴얼이 없다는 것이다. 본인이 다친 상황에서 괜찮다고 하면 다리가 부러져도 들것 없이 마구 옮겨도 되는가. 

롯데 사건의 경우에도 척추가 나갔는데 들것 없이 옮기다가 2·3차 피해 생겼다. 그런데 작업 도중 재해에 대처하는데 필요한 매뉴얼이 현장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산업재해들은 산업 현장의 구조적인 문제라 할 수 있다."

- 경찰과 노동청이 사건을 축소하려 한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어찌 되었는가?
손용석 기자 "우리가 갔을 땐 단순 교통사고로 보고, 노동청에서 벌금 300만~500만 원 수준이라고 유족에 통보했다고 한다. 그러나 보도 후에 업무상과실치사죄도 적용하고, 노동청이 감사에 들어가서 과거 수십 건의 은폐 행위 적발했다. 징계도 많이 들어가고 대표에 대한 조치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 

- 우리 언론은 대부분 노동관련 이슈를 제대로 다루지 않는다. 기자들도 결국 모두 노동자인데 왜 노동자들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고 노동자의 목소리를 축소하는지 답답하다. 이번 취재과정을 보면서 노동자로서 느낀 점은 무엇인가 묻고 싶다. 
손용석 기자 "취재하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우리 회사 지정병원은 어딜까'였다. 우리 모두가 노동자인데, 언론이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측면이 많다. 노동자 권리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그동안 탐사기자를 오래하면서도 정작 노동기사를 많이 쓰지 못했다. 이번 취재 이후,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의 대립이나 흑백논리를 떠나 노동자의 권리와 불합리한 노동환경을 찾아 개선해 나가야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 이번 취재를 하면서 느낀 점을 더 듣고 싶다. 
윤샘이나 기자 "처음부터 같이 취재하진 못했고, 사건 이후 공장의 후속조치를 살펴보러 갔다. 업체 관계자들이 카메라에 대해 극도의 거부감을 드러냈다. 내가 보기엔 아직도 공장 업체 관계자들은 본인들의 피해를 먼저 생각하고 있는 듯 싶었다. 이런 보도를 통해 사업주들이 좀 더 노동환경 개선에 생각하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정제윤 기자 "취재하면서 마음이 아팠다. 돌아가신 분이 외아들이다. 부모님도 굉장히 연로하시고, 결혼도 못 하고 매일 일만 했다고 한다. 야근, 시간외근로 등 근무시간도 굉장히 길었다. 계속 일만 하다 참사를 당한 것이다. 이후 추가 취재를 하면서 노동현장에서 이보다도 훨씬 심각한 문제도 많고, 노동현장 전반이 열악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번 보도를 통해 세월호 참사를 겪은 후에도 여전히 바뀐 게 없는 상황임을 알았고, 기자로서 이를 막기 위해 노력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소연 기자 "같은 팀이지만 기여한 부분이 많지는 않다. 그래도 JTBC가 민언련 상을 연속적으로 받아 고무적이라 생각하고 다음 달에도 수상하길 바란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 선도적으로 알린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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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좋은 신문보도상 수상한 <한겨레> 전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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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의 좋은 신문보도상은 <한겨레> 심층기획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미신'을 깨자"가 수상했다.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타사 보도가 드물었을 때, '역사 교과서 국정화'가 독립운동과 친일의 역사를 축소하려는 시도이고, 교육에도 백해무익임을 드러냈다. 시상식에는 전정윤, 서보미 기자가 참석했다.

- 최근 황우여 교육부장관이 "과격한 결론은 나지 않을 것"이라 했다. 결국 국정화나 다름 없는 수준의 검정강화로 간다는 것인데 취재기자의 판단은 무엇인가?
전정윤 기자 "지금 교육부는 (국정화를) 안 하려는 태도로 보인다. 황우여 장관도 내년 총선에 이어 국회의장까지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국정교과서를 만든 교육부 장관이 되는 데 정치적으로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담당자들도 나름 교육자인데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말이 안 된다는 걸 다 안다. 그런데도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여전히 추진하려 한다. 교육부는 이 상황에서 버티고 있는 모양새이다. 교육부는 국정화는 하기 싫으니 검정 강화로 끝내려고 한다. 그러나 여론과 학자, 교육계가 모두 반대해도,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끝까지 고집 부리면서 밀어 붙일 수 있기 때문에 방심할 수는 없다."

- 김정배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은 과거에 반대했는데 왜 입장 바꾼 것인지 알고 있나? 
전정윤 기자 "김정배 위원장은 입장을 바꾼 게 아니다. 자기가 결정하는 게 아니라 했다. 자기 선에서 결정 못 한다고 한 것이다. 오히려 김재춘 교육부차관의 경우 '국정화는 독재정권에서나 하는 것'이라는 논문도 썼는데 차관으로 간 다음에는 청와대 명을 받아 입장을 바꿨다."

- <한겨레> 보도가 역사교과서 문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 보는가? 앞으로 <한겨레>가 어떤 문제제기를 할 것인지 계획을 알고 싶다. 검정 강화가 국정화와 별 다를 게 없을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정윤 기자 "정부가 8월 중순까지는 국정화로 가는 게 100프로였다. 사실 이 사안을 이슈화한 것은 <한겨레>가 아니다. 그동안 많은 반대성명 냈던 헌법학자, 학부모, 학자들이 있었다. <한겨레>는 이런 목소리를 다각도로 담은 것뿐이다. 검정 강화는 사실상 국정화와 마찬가지 아니겠냐는 평도 일면 옳은 지적이다.

그러나 국정화에는 상징성이 있다. 시대착오적이고 반사회적이며 비교육적인 것이 응집된 교과서 발행제도다. 일제시대에도 안했던 제도가 유신부터 군부독재에서 생겨서 유지된 것이다. <한겨레>가 국정화라는 상징적인 사건을 막는데 일조했다면, 그것만으로도 보람을 느낀다. 검정이 강화된 이후에도 이에 대해서 여러 반박 기사를 쓸 계획이다. 예컨대 세계적 흐름이 자유발행제이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검정 기준 완화하도록 여론과 전문가 의견, 역사적 사실 소개할 생각이다. 뾰족한 수는 없다. 조금씩 집요하게 문제제기하고 조금씩 좋아지게 하는 것뿐이다."

- 서보미 기자도 취재 후기를 말씀해주시길.
서보미 기자 "이번 취재는 교육부 출입 전정윤 기자가 전담했다. 나는 정치부 새누리당 출입기자로서, 김무성 대표가 왜 이렇게 국정화를 집요하게 추진하는지 알아보며 참여하게 됐다. 다음번에는 내가 직접 취재한 기사로 상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