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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보도 시상식 중계] 이달의 좋은 보도상, 취재기자와의 뒷담화(2015.10.29)
등록 2015.11.06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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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 취재기자와 뒷담화

“이 정권은 일반인들과 언어가 다르다”

 

 

민주언론시민연합(아래 민언련)은 2014년 6월부터 매달 좋은 방송보도를 선정 발표했고, 11월부터 좋은 신문보도를 선정해왔습니다. 올해 2월부터는 수상자를 초빙하여 민언련 교육관에서 조촐한 시상식 겸 간담회를 열고 있습니다. 간담회는 기자들의 취재과정과 보도에 실리지 않은 뒷이야기는 물론, 소소하면서도 의미 있는 이야기들이 오가는 자리입니다. 민언련은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 취재기자와 뒷담화>로 매달 간담회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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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좋은 보도상’ 수상한 윤승민(좌), 강신후(우) 기자


 지난 10월 29일, 민언련 교육관에서 2015년 9월 '이 달의 좋은 신문‧방송보도' 시상식과 간담회가 열렸다. 9월 '이달의 좋은 신문 보도'에는 경향신문의 <4대강 사업 분석 및 비판> 12건이 선정되었다. 9월 '이달의 좋은 방송보도'에는 JTBC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계 정치검열> 3건이 선정되었다.


 4대강 사업 해결책? "결국 정권이 바뀌어야 한다"

 경향신문은 9월 1달 간, 경제‧환경 차원의 피해와 관계 부처의 방만한 운영 실태를 지적했다. 특히 4대강 보 구간이 강이 아닌 호소(늪, 호수, 저수지 등을 이르는 말)로 분류되었음을 주요하게 보도하며 정부에 하천 복원 작업을 촉구했다. 경향신문 박병률, 김기범, 윤승민 기자 3명을 대표해 윤승민 기자가 시상식에 참석했다.

 

 - 수상소감은?

 윤승민 기자 4대강 사업의 문제를 지적하는 기사로 상을 받아서 좋다. 사실 시민들 모두 4대강에 대해 세금을 그렇게 허투루 쓰고 환경까지 파괴했다는 점에서 분노를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피로감이 있다. 기자 입장에서도 지친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그래도 이번엔 국정감사 기간이 겹쳐서 4대강 관련 주요 정보가 많이 나왔다. 도움 주신 국회의원, 보좌관들, 관심 가져주신 분들, 기사를 크게 다뤄준 데스크, 그리고 이렇게 우리 보도에 상을 주신 것 모두 감사하다. 앞으로 더 천착해 열심히 취재해야겠다.


 - 4대강 사업 후 녹조라떼 등 문제가 많은데 사실 되돌릴 수가 없다 생각된다. 이 문제를 열심히 취재했던 기자의 시각에서 가장 현실적인 해결방법이 뭐라고 보시는가.

 윤승민 기자 일단 물을 흐르게 하는 게 가장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서울시에서도 수중보를 열자는 논의를 하고 있다고 보도가 났었다. 덧붙이자면 가뭄이 심해지자 4대강의 치수 효과가 드러나고 있다는 식의 보도들이 많은데, 반대로 홍수가 오면 분명히 상황이 다를 것으로 생각한다. 문제가 드러나는 순간이 반드시 올 것이라 본다. 그 때 다른 방향으로 검증할 수 있을 것이다. 꼭 4대강을 물을 가둔 상태로 만들어야 했나 싶다. 그러지 않고도 충분히 치수를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중앙일보에서 충청도의 가뭄을 4대강 보의 문을 열어 물의 고속도로 만들면 90%까지 해결가능하다고 보도했다. 야당이 충분히 효과가 있는 4대강 사업 결과를 정쟁 때문에 축소한다고도 했는데 어떻게 보시나?

 윤승민 기자 안희정 지사가 물 좀 끌어와 달라고 얘기한 것을 가지고 '야당도 결국 4대강 쓰게 되지 않느냐'는 식으로 말하는 보도가 있는데, 이는 사안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태도라고 본다. 아니, 그럼 4대강 사업을 비판한 사람들은 4대강 물을 쓸 수는 없다는 말인가. 특히 4대강 물을 끌어다 쓴다고 4대강 사업의 효과가 입증된 것이라거나, 4대강 사업 덕분에 끌어다 쓸 물이 많아졌다거나, 야권이 자꾸 방해해서 공사를 제대로 못 하여 효과가 축소되었다는 주장에도 동의하기 어렵다. 한겨레의 보도처럼 4대강 보의 물을 끌어다 쓰는 것이 아니라 원래 흐르는 물을 끌어다 쓰는 것이다. 그런데 여권은 억지로 4대강의 치적이라고 우기고 있다.


 - 취재 과정에서 특별히 분노했던 부분이 있나.

 윤승민 기자 경제적 손실 부분이다. 4대강 사업비 총 비용이 22조이다. 우리가 짚은 부분은 세금으로 쓰지 않을 것처럼 이야기를 해놓고 결국은 세금으로 메울 수밖에 없게 된 상황이다. '애초에 왜 이런 사업을 했을까'하는 분노가 크다. 국정감사 때 모 의원은 정치적 목적과 관계없이 필요 이상의 비용을 들인 것에 대해 구상권 청구를 해야 한다고 했다. 사업의 잘잘못 가리는 것이니 못 할 것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는데 정부 측에서 전혀 답을 못 한다. 결국은 사업을 집행한 사람들에게 청구해서 돈을 받아야 하는데, 아마 하더라도 오랜 시일이 걸릴 것이다.

 

 

△ 경향신문 9월 10일 박병률‧윤승민 기자 보도 갈무리


 - 4대강 사업의 책임자들이 사실상 처벌을 받지 않고 있다. 박근혜 정권이 전 정부를 때리는 시늉만 하고 핵심 책임자 처벌에는 소극적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책임자 처벌은 어떻게 진행될 것 같은가

 윤승민 기자 사정당국이 움직여야 하는 일인 것 같다. 현 정권이 광복 70년 맞아서 건설사 입찰 제한도 풀어주고 특별사면도 후하게 했다. 건설사들이 굉장히 잘못한 것이 많은데 정부는 건설경기가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건설사 처벌에 굉장히 소극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토건, 건설 쪽이 힘이 세고 전 정권 책임자도 잘 건드리지 못한다. 결국 책임자 처벌은 정권이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당장 징후가 있기는 어렵다.



 정치검열 당연시 하는 문체부, "이 정권은 일반인들과 언어가 다르다"

 JTBC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계 정치검열 관련보도 3건은 문체부 산하 문화예술위원회(이하 문예위)가 연극 지원 사업에서 현 정권을 비판한다는 이유로 연출자 박근형 씨의 작품만 당선작에서 탈락시키려 한 사실을 폭로했다. 공안시대에나 있을 법한 문화계 탄압을 고발한 것이다. JTBC 강신후 기자가 시상식에 참석하여 수상했다.

 

 - 수상소감은?

 강신후 기자 감사하다. 민언련이 정치적 잣대가 아닌 보도의 질로 상을 주신다고 하셨는데, 나도 이 보도를 정치적 입장에서 접근한 게 아니다. 공정하게 국민 세금으로 운영하는 예술작품 지원 사업에서 본인들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정치적 잣대로 예술인들을 탈락시키고, 심지어 찾아가서 작품 포기를 종용하는 것은 정말 잘못된 일이라 느껴서 취재했다. 경향신문, 한겨레 빼고는 타 언론에서 보도를 안 해서 상당히 힘이 빠진 상태였는데 이 상이 큰 위로가 된다.


 - 문예위의 정치검열 정황, 어떻게 알게 되셨나?

 강신후 기자 의원실 제보였다. 박근형 연출가의 포기와 심사위원들의 팽배한 불만을 전해 들었다. 심사위원을 먼저 취재했는데 처음에는 선후배 관계, 작품 활동을 이유로 취재에 잘 응하지 않았다. 특히 박근형 연출가를 만나 이야기를 듣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그래도 계속 찾아가서 설득해서 인터뷰를 이끌어 냈다.


 - 문예위가 별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는 것 같은데 어떤가?

 강신후 기자 맞다. 사람들이 무뎌진 것 같다. 문예위에 계속 잘못 된 일이라 말했더니 위원장이 오히려 논란이 될 작품은 미리 차단하는 게 좋지 않나 반문하더라. 순간 당황스러워하며 '내가 잘못됐나?' 생각했다.(웃음) 이 기사 쓸 땐 관점이 중요했다. 문예위 직원들이 심사위원들을 설득하다가 잘 안 되자 박근형 씨를 찾아가서 포기를 종용한 것이 정말 잘못 되었다는 점에 초점을 두었다. 문예위에 왜 그랬냐고 물었더니 심사위원들이 떨어뜨리고 싶은데 못 하길래 그 뜻을 전한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녹취록이 있다고 했더니 이번에는 우려사항을 전하려 했다고 말을 바꿨다.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는다. 이러다가 보통은 잘못했다고 하는데 문예위는 갈수록 뻔뻔해지더라.

 국정감사에서도 많은 의원들이 문예위를 질책하고 비판했는데 오히려 문예위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작품을 먼저 자기들이 골라낸 것이라고 당당히 얘기했다. 오늘(10월 29일)도 문예위는 정치검열이 옳은 것인 양 말했다. '이 정권은 일반인들과 언어가 다른가'하는 생각이 들고 참담하다. 이 상을 계기로 힘을 좀 더 내서 끝장을 봐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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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TBC 9월 9일 강신후 기자 단독보도 화면 갈무리


 - 직원 위의 책임자 또는 명령권자를 지적할 수 있지 않았을까?

 강신후 기자 맞다. 죄송하다.(일동 웃음) 그 부분에서는 좀 역부족이었다. 지금 나온 것, 그러니까 문예위 직원들이 박근형 씨를 찾아가서 포기를 종용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봤다. 나도 윗선이 궁금하다. 취재가 필요하다. 하지만 문예위는 자꾸 꼬리자르기를 하고 있다. 직원이 무리했다는 것이다. 나중에 더 열심히 취재하겠다.


 - 특별히 아끼는 다른 보도가 있는지 궁금하다.

 강신후 기자 6월에 내화충전제에 불량이 많다는 보도를 해서 한국기자협회의 '이 달의 기자상'을 받았다. 그 보도 역시 나는 의미가 있다고 봐서 보도한건데, 다른 방송, 신문 아무데도 안 나오고 조용하더라. 그래서 한국기자협회에 냈더니 거기서는 의미가 있다고 봤는지 상을 줬다. 그나저나 보통 기자상은 이렇게 기자들이 직접 자기 기사에 대해 공적서를 쓰는 등 어필해야 하는데 민언련은 직접 기사를 꼼꼼하게 보시고 보도를 찾아서 상을 주시니 더 고맙다.


 - JTBC에서도 후속보도가 안 나오고 있다. 계획은 어떻게 되나.

 강신후 기자 제보가 계속 들어오고 있다. 그런데 아까도 말했지만 우리가 보도를 해도 타 언론사가 잘 안받아주니, 민망하기도 하고 나만 나쁘다고 느끼고 흥분하는건가 고민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그럴수록 계속 깊이 파고 모든 사람들이 '정말 나쁜 거다, 이러면 안 되는 거다'라고 공감하고 공분할 수 있도록 기사를 더 잘 만들어야겠다고 생각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