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_여는 글

누가 개혁을 두려워 하는가
등록 2017.12.13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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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한 해가 저물어갑니다. 우리는 올 한해 역사적 획을 긋는 여러 경험을 했습니다. 3월 10일 무능과 비리로 국정을 농단한 대통령 탄핵 용인 결정을 지켜보면서 촛불 승리의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고, 5월 9일 새롭게 탄생한 대통령을 맞이하면서 감동과 기대 어린 축배를 들기도 했습니다. 이 모든 것이 한겨울 매서운 찬바람을 맞아가며 거리에서 광장에서 한마음 한뜻으로 함께했던 촛불 시민의 힘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민혁명을 바탕으로 우리는 가히 재조산하(再造山河)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곳곳에 뿌리박힌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혁에 대한 반동은 여전합니다. 국정농단 세력의 일부였던 이들이 여전히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면서 개혁에 제동을 걸고 있습니다. 적폐청산을 정치보복이라 우기고, 조그마한 꼬투리라도 있으면 침소봉대하여 적반하장의 공세를 펴고 있습니다. 촛불에 놀라 잠시 몸을 낮추었지만, 본성은 변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들은 두려울 것입니다. 적폐청산의 바람이 자신을 향할까 두려울 것이고, 그동안 누려왔던 기득권을 내놓아야 할까 봐 두려울 것입니다. 

 

 

이러한 모습은 언론계에서도 여실히 보였습니다. 변화된 시대에 맞추어 우리는 언론적폐 청산을 갈망했습니다. 공영방송이 하루빨리 정상화되어 공정하고 독립적인 방송으로 국민의 방송으로 거듭나기를 요구했습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해직된 양식 있는 언론인들이 제자리로 돌아가기를 바랐습니다. 그리고, 국정농단 정권에 부응하면서 공영방송을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시킨 언론 부역자들의 퇴진을 촉구했습니다. 이를 위해 KBS, MBC 노조가 파업을 진행했고, 우리 민언련은 시민들과 함께 매주 ‘돌마고’ 시민문화제를 개최했습니다.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촛불 시민들이 염원한 새로운 공영방송 만들기는 국회 내 기득권 세력들에 의해 발목 잡혀 있습니다. 이들은 공영방송이 정치권력으로부터 완전히 독립되는 것을 바라지 않고 있습니다. 그들은 정치권이 이사회를 구성하게 하고, 이렇게 구성된 이사회에서 사장을 선출하도록 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사장이 정치권의 타협의 산물이 될 수밖에 없고, 여전히 공영방송이 정치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과거 적폐 정권의 손아귀에서 좌우되던 공영방송의 추락을 막고자 긴급 처방에 불과했던 방안입니다. 사실 과거에는 이조차도 방송장악 운운하며 반대했던 그들입니다. 이제 와서 태도를 바꾼 그들의 속내는 너무나도 뻔합니다. 공영방송이 여전히 자신들의 영향력 아래 놓여있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이는 시대에 발맞추어 완전히 새롭고 독립적인 공영방송 지배체제가 세워지기를 원하는 시민들의 촛불 정신을 외면하는 것입니다.

 

 

부역 언론인들의 퇴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과거 국정농단 정권의 앞잡이 노릇을 했던 KBS 고대영·이인호, MBC 김장겸·고영주의 퇴진을 지난여름 내내 외쳤습니다. 하지만 이들 역시 버티기로 일관했습니다. 과거의 적폐가 드러나도 임기를 거론하며 물러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자신들이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지켰다는 궤변을 늘어놓기도 했고, 노조가 방송의 홍위병 노릇을 한다는 비상식적 주장을 하기도 했습니다. 방송법이 개정되면 물러가겠다는 꼼수를 부리기도 했습니다. 업무추진비를 부정 사용했다는 감사원의 지적조차 사람 잡는 짓이라고 강변했습니다. 뻔뻔하고도 후안무치한 모습들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버티기가 시대의 변화를, 개혁의 길을 가로막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공영방송 정상화와 적폐청산의 흐름 속에서 이제 MBC는 정상화의 첫걸음을 떼었습니다. 김장겸이 해임되었고 새로운 사장이 선출되었습니다. 당연하지만 새 사장이 선출되면서 해직된 언론인들도 제자리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KBS 정상화의 길도 가시권에 들어온 듯합니다. 감사원이 KBS 이사들의 인사 조치를 요구한 만큼 방송통신위원회가 후속 조처를 취하면 됩니다.

 

 

올 한해 우리 민언련은 공영방송 정상화에 주력했습니다. 하지만 온전하게 독립적인 공영방송 체제를 위해서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과거의 잘못을 외면한 채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고자 하는 세력들이 여기저기에 산재해 있습니다. 이들은 적폐청산을 무디게 하고자 이러저러한 방해들을 놓을 것입니다. 내년에도 민언련의 할 일이 여전히 많다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회원들의 힘, 시민들이 힘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아무쪼록 회원 여러분들의 지속적인 관심, 격려, 참여를 바랍니다. 한 해 마무리 잘 하시고. 새롭고 힘찬 새해를 맞으면서 다시 여러분과 함께하기를 기대합니다.

 

김은규 편집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