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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해무익한 국민일보의 ‘간호사 무단결근 보도’
등록 2020.03.04 09:45
조회 131

코로나19가 급작스럽게 확산되면서 현장 의료진의 건강과 노동환경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의제로 떠올랐습니다. 방역과 치료 모두에 있어 의료진의 역할이 핵심적이라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죠. 그런데 그렇게도 소중한 의료진의 사기를 저하시킴은 물론, 의료진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에 심각한 오해를 야기한 보도가 나왔습니다. 국민일보가 3월 1일, 코로나19 전담병원인 포항의료원 간호사들이 코로나 걸리기 싫어서 집단 사표를 내고 무단결근 했다고 보도한 겁니다.

이는 사실상 오보로 밝혀진 상황입니다. 이미 1~2월에 포항의료원과 사직을 모두 합의하고 퇴사가 예정됐던 간호사들이, 코로나19 사태로 오히려 사직을 미루고 근무를 연장했던 겁니다. 국민일보 보도에 간호사들은 물론 포항의료원도 분노를 넘어 허탈감을 표하고 있지만 국민일보는 3월 3일 현재까지 문제를 인정하지 않은 채 기사를 그대로 게재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걸리기 싫어 무단결근”? 같은 기사 3개나 낸 국민일보

문제의 기사는 3월 1일 12시 24분에 나온 <“코로나 걸리기 싫어” 집단 사표 낸 간호사들>(3/1 안창한 기자)입니다. 그런데 국민일보는 16시 15분에 위의 기사의 2보 수정판이라 할 수 있는 <전담병원 간호사인데… “코로나19병동 못간다” 집단 무단결근>(3/1 안창한 기자)을 내놨고요. 다음날 04시 5분에 또 <“코로나 걸리기 싫어” 집단 사표 낸 간호사들>(3/2 안창한 기자)를 보도했습니다. 첫 보도의 논란을 의식하고 2번의 수정을 거친 것으로 보이는데요.

 

3건의 기사에서 조금씩 수정되거나 추가된 내용들이 있으나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근거 등 기사의 기본 골격은 동일합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포항의료원 간호사들이 코로나19에 걸리기 싫어서 집단으로 사표를 내더니 무단결근을 하고 있다는 것이죠. 보도 첫 문단 역시 “간호사들이 ‘코로나19에 걸리기 싫다’며 집단으로 사표를 제출한 뒤 무단결근”하고 있고, “병원 측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출근하지 않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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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항의료원 간호사들이 코로나19 걸리기 싫어 무단결근한다’고 보도한 국민일보(3/1)

 

익명 관계자 발언만으로 쓴 기사, 당사자 반론은 없어

그 근거는 무엇일까요? 놀랍게도 익명의 포항의료원 관계자 1명의 발언이 전부입니다. 국민일보는 “간호사들이 찾아와 ‘코로나19 병동에 가지 않겠다’ ‘다른 병원으로 전원해 주지 않으면 사직하겠다’고 한 뒤 결근”, “(이들 때문에)병동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병원 관계자들이 나서서 간호사로서의 소명까지 거론하며 붙잡았지만 소용 없었다”는 ‘관계자’ 발언을 인용했습니다. 3월 1일 16시 15분 출고 기사에서는 “무조건 코로나19 병동에서 근무하지 않겠다고 막무가내여서 그들의 요구를 들어줄 방법이 없다”는 그 익명 관계자 발언이 하나 더 추가됐습니다. 반면 무려 ‘무단 결근’을 하고 있다는 해당 간호사 당사자들의 입장은 단 한 줄도 쓰지 않았습니다.

 

다만 기사 말미에 “일각에서는 병원에 격리된 채 한 달 가까이 집에도 못 가고 환자를 돌본 노력은 온데간데 없다는 반발이 제기”된다고 덧붙이면서 “지금 포항의료원은 마스크와 손세정제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일상생활도 못하고 힘들어하는 간호사들에게 직업윤리만 강요해선 안 된다”는 “사직서를 제출한 간호사의 지인이라 밝힌 이”의 입장을 전했습니다. 사직한 간호사의 지인이라고 밝힌 이까지 찾아냈으면서 정작 그 간호사 본인의 입장은 왜 들어보지를 않은 걸까요? 도대체 종잡을 수가 없는 기사입니다. 3월 1일 16시 15분 기사에서는 그나마 반론의 구색이라도 보여준 이 대목에 굳이 “의료 공백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까지 덧붙여 기사를 마무리했습니다. 끝까지 포항의료원 간호사들을 ‘무책임한 도망자’로 묘사하겠다는 의지가 보이는 부분입니다.

 

그나마 있는 근거마저 과장한 제목, 간호사 향한 비난 일색의 기사

더 놀라운 점은 그나마 국민일보가 근거로 내세운 익명 관계자 발언 중 ‘간호사들이 코로나19 걸리기 싫어서 결근 한다’는 말은 있지도 않다는 겁니다. ‘코로나19 병동에 가지 않겠다’는 대목만 있는데 국민일보는 제목에 “코로나19 걸리기 싫어 무단결근”이라 명시했죠. 국민일보는 3월 1일 16시 15분 기사에서는 제목을 <“코로나19병동 못간다” 집단 무단결근>으로 바로잡았다가 3월 2일자에서는 다시 원래대로 <“코로나 걸리기 싫어” 집단 사표 낸 간호사들>로 바꿨습니다.

 

이게 끝이 아닙니다. 국민일보는 ‘익명 관계자 1명’의 발언으로는 부족했는지 ‘익명 시민’의 비난 발언까지 추가했습니다. “나이팅게일 선서를 한 ‘백의의 천사’들이 환자를 외면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자신의 편의를 위해 환자를 헌신짝 버리듯 하는 처사는 용서받을 수 없다” 등 간호사들을 향한 비난이 국민일보를 통해 유포됐습니다. 이유는 알 수 없으나 국민일보는 3월 2일자 기사에서는 이 익명 시민들의 발언을 지우고 “간호사 한 명이 아쉬운 상황에서 이들의 행동은 상식을 벗어났다는 지적”으로 대체했습니다.

 

의도가 무엇이든 간호사들을 사실상 모욕한 기사라는 점에는 변화가 없고 별 의미가 없는 수정들이지만, 시민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민언련은 국민일보가 낸 3건 기사의 작은 차이점들을 정리했습니다.

 

 

3/1 12:24 기사

3/1 16:15 기사

3/2 04:05 기사

제목

“코로나19 걸리기 싫어” 전담병원 간호사 16명 무단결근

전담병원 간호사인데… “코로나19 병동 못간다” 집단 무단결근

“코로나 걸리기 싫어” 집단 사표 낸 간호사들

상황 묘사

간호사들이 “코로나19에 걸리기 싫다”며 집단으로 사표를 제출한 뒤 무단결근하는 사태/ 병원 측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출근하지 않고 있다

간호사들이 집단으로 사표를 제출한 뒤 무단결근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병원 측은 “이들이 ‘코로나19 병동으로 가기 싫다’고 했다”는 반면, 이들은 “격무에 정상적인 생활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 사표 수리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출근하지 않고 있다

근거

(의료원 관계자 발언)

(공통)“지난주 간호사들이 찾아와 ‘코로나19 병동에 가지 않겠다’ ‘다른 병원으로 전원해 주지 않으면 사직하겠다’고 한 뒤 결근” “(이들 때문에)병동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병원 관계자들이 나서서 간호사로서의 소명까지 거론하며 붙잡았지만 소용없었다”

 

“무조건 코로나19 병동에서 근무하지 않겠다고 막무가내여서 그들의 요구를 들어줄 방법이 없다”

“너무 힘들다면서 사직서를 내겠다고 한 뒤 출근을 안한다”

“이들이 울면서 사생활도 없이 일하는 건 너무 힘들다’고 했다. 대구에서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들을 생각해보라고 끝까지 설득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단지 코로나19 병동에서 근무하지 않겠다는 건데 그들 요구를 들어줄 방법이 없다”

시민의 비난

“나이팅게일 선서를 한 ‘백의의 천사’들이 환자를 외면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자신의 편의를 위해 환자를 헌신짝 버리듯 하는 처사는 용서받을 수 없다” “(모두 힘든 시기다. 간호사들도 확진자와 마찬가지로 병원에서 격리된 채 생활하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면서도)아무리 힘들어도 직업윤리는 버려서는 안 될 것”

(인용 없이)“간호사 한 명이 아쉬운 상황에서 이들의 행동은 상식을 벗어났다는 지적”

반론

“일각에서 이들이 병원에 격리된 채 한 달 가까이 집에도 못 가고 환자를 돌본 노력은 온데간데 없다고 반발”

(사직서를 낸 간호사의 지인이라고 밝힌 인물 발언 인용)“지금 포항의료원은 마스크와 손세정제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일상 생활도 못하고 힘들어하는 간호사들에게 직업윤리만 강요해선 안 된다”

 

포항의료원도 ‘허탈’…국민일보는 왜 기본적인 확인도 안 하나

보도가 나간 후 해당 간호사 사회 전체가 격분했습니다. 포항의료원도 대체 왜 이런 보도가 나왔는지 모르겠다는 입장입니다. 포항의료원 김경례 기획조정실장은 미디어오늘 <“언론이 열심히 일하는 간호사 힘 빠지게 하고 있다”>(3/2)에서 “코로나 때문에 무단결근을 했다더니 집단 사직했다는 건 사실 무근”이라며 16명 간호사들이 각각 육아, 결혼, 이직, 시험 준비 등의 이유로 1~2월에 이미 사직이 예정됐다고 전했습니다. 보건복지부의 간호사 면허증 발급이 2월 중순 이뤄짐에 따라 늘 간호사 인력 보충이 3월에 이뤄지는데 이에 따라 포항의료원도 3월에 인력 보강이 계획되어 있으며, 국민일보가 보도한 간호사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예정된 퇴사시기를 늦춰 더 근무했다고도 밝혔습니다. 이렇게 자신의 이름까지 밝히고 상황을 말해줄 ‘포항의료원 관계자’가 있는데, 국민일보는 익명 관계자 단 한사람의 말만 듣고 기사를 쓴 것입니다.

 

간호사회, “거짓 보도한 언론은 사과하라”

더 근본적인 문제는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가혹하기로 정평이 난 간호사들의 노동환경입니다. 평소에는 관심도 없던 언론이 코로나19를 틈타 ‘가짜뉴스’를 만들었다는 성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포항의료원분회는 2일 성명에서 “한 달 전부터 포항의료원의 간호사들은 코로나19 환자들을 돌보기 위해 집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장례식장에서 생활하면서 일하고 있다”, “희생정신과 직업윤리로 노동자들을 사지로 내모는 것이 아니라 안전하게 치료와 간호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의료원과 관계부처가 할 일 이다”이라 밝혔습니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 역시 2일 성명을 통해 “거짓 보도한 언론은 간호사들에게 사과하라”, “전국의 간호사들이 이 사건에 분노하는 이유는 희생정신을 요구하는 상황이 이번뿐만은 아니었기 때문”, “몇몇 언론사의 악의적인 보도와 편협한 판단으로 인해 그동안 힘들게 버텨온 간호사들이 더 떠나는 일이 없게 해야 할 것이다. 간호사도 국민이고 사람”이라 호소했습니다.

 

의료진 건강‧노동권 중대한 시기, 없는 갈등까지 만드는 이유가 뭔가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이제 유입을 막는 방역 체계에서 치료 중심의 체계로 대응을 전환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습니다. 이미 현장에서 소진되고 있는 의료진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며 환자를 돌보는 것 못지않은 국가 역량이 의료진의 건강과 휴식을 보장하는 데 투여되어야 합니다.

 

국민일보는 이런 보도를 왜 썼을까요? 이렇게 특정 직업군과 특정 병원을 향해 비난하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담는 보도를 내놓으면서, 이처럼 부실한 근거로 반론 보장도 없이 쓴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요? 백보 양보해서 실제 이런 간호사가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을 고발해 그들을 국민의 적으로 돌리는 것이 공익일까요?

 

이런 기사는 감염병 사태를 극복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해가 됩니다. 사태 초기부터 사회적 문제가 된 ‘중국 혐오 보도’들보다 더욱 유해합니다. 이렇게 의료진의 힘을 빼서 국민일보가 얻는 이익이 대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는 참담한 기사입니다. 무책임한 국민일보는 3월 3일 현재까지 아무 답이 없습니다.

 

* 2020총선미디어감시연대가 시민 여러분의 후원을 기다립니다. 올바른 선거 보도 문화를 위한 길에 함께 하세요. 링크를 통해 기부하실 수 있습니다. https://bit.ly/2SZHdY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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