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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출마’에 ‘황교안 아파트 주변 옥상’까지 올라간 방송사는?
등록 2020.02.18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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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주차, 나쁜 선거 보도 

 

 

1. ‘황교안 종로 출마’에 ‘주변 아파트 옥상’까지 올라간 채널A

지난 2월 5일부터 12일까지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에서는 7일 종로 출마를 선언한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를 조명한 보도가 많았습니다. 방송사들은 일제히 이낙연 전 총리와의 ‘대선 전초전’을 띄우며 ‘대결 구도’ 부각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그 와중에 채널A는 12일 황교안 후보가 구매한 아파트의 근황을 전하기 위해 해당 아파트 근처 건물 옥상으로 올라갔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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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교안 아파트 인근 옥상에 올라가 가십 전하는 채널A(2/12)

 

채널A <새로 잡은 집터는 몇 표짜리?>(2/12 성시온 기자)에서 기자는 “제 뒤로 보이는 곳이 바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계약한 아파트입니다. 주위를 살펴보면 대규모 아파트 단지는 없습니다”라며 황 후보가 계약한 아파트 및 인근 지역을 상황을 보여줬습니다. 선거 보도인지 부동산 보도인지 혼란스러울 지경입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성시온 기자의 멘트입니다. 그는 “낡은 아파트를 구해 전세 9억원 대 새 아파트를 구한 이낙연 전 총리와의 대비 효과도 노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라고 말했는데요. 이건 황교안 대표가 부각하고 싶은 홍보 컨셉을 기자가 확실하게 전해준 셈입니다.

 

언론은 총선을 위해 급히 지역구로 이주하거나 지역구 주택을 구매하는 후보자의 행위가 그리 바람직하지 않음을 지적해야 합니다. 다른 지역에 살던 사람이 총선 출마를 위해 이사한다고 해서 해당 지역구 주민들의 삶과 의제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요? 총선 출마용으로 그 지역의 낡은 아파트로 이주해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은 후보 검증에서 오히려 감점 요인이 아닐까요? 그러나 채널A는 낡은 아파트로 이사한 것만을 부각해서 긍정적으로 묘사했습니다.

 

황교안 대표가 어떤 집을 구했는지가 국민의 알 권리에 해당될까요? 유권자의 투표행위에 도움이 되는 정보일까요? 채널A의 이 보도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후보에 긍정적 이미지를 주기 위해서 그의 아파트 옥상까지 올라가는 수고를 감수했다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또한 이런 식의 보도는 선거를 승패가 중심인 게임처럼 인식하게 할 위험이 큽니다. ‘누가 더 낡은 아파트로 이주했느냐’는 심지어 선거 승패의 중요한 검증 기준도 아닙니다. 선거의 중심은 유권자의 선택과 그 선택이 보여주는 민의이지, 승자와 패자가 된 정치인이 아닙니다.

 

 

2. 유권자 외면한 ‘무보도’

선거에서 항상 벌어지는 사건 중 하나는 후보자의 실언입니다. 지난 9일 종로구 성균관대학교를 찾은 황교안 대표는 ‘1980년 무슨 사태가 있었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종로 출마 선언 이후 찾은 선거 유세 현장에서, 학연을 의식했는지 황교안 대표는 지역주민과 취재진을 향해 “여기 처음 와본 분도 있죠? 내가 여기서 학교를 다녔습니다”라며 “1980년 무슨 사태가 있었고, 학교가 휴교되고 그랬던 기억이도 나고 그러네요”라고 발언했습니다.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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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교안 ‘1980년 무슨 사태’ 발언 관련 7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보도여부(2/10) ⓒ민주언론시민연합

 

1980년 5월, 신군부는 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하면서 대학에 휴교령을 내리고 군대를 투입했습니다. 황교안 대표가 말한 ‘무슨 사태’는 바로 5‧18민주화운동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1980년 전두환 군부는 광주 5‧18을 소유사태로 보면서 ‘광주 사태’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러나 5‧18 진상규명이 이뤄지면서 노태우 정부 들어 광주민주화운동으로 명명됐고, 이후 김영삼 정부 들어 ‘5‧18광주민주화운동’이 공식 명칭이 되었습니다. 황교안 대표가 1980년 당시의 대학 휴교령을 추억하며 ‘무슨 사태’라고 발언한 것은 신군부의 잔재이며, 역사를 바라보는 황 후보의 인식과 연결됩니다. 이는 매우 중대한 후보 검증 요소 중 하나였으나 채널A는 10일, 이를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10일 보도를 낸 타사에서도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문제의 발언은 9일 성균관대학교에서 나왔습니다. 그러나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보도는 그로부터 하루 뒤 10일 오후,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의 논평들이 있고 난 후 기사화 됐습니다. 현장에 기자들이 몰려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발언 당일인 9일 보도가 나오지 않았던 겁니다. 황 후보의 ‘무슨 사태’ 발언의 목적어가 무엇을 뜻하는지 바로 질문할 수 있는 것은 언론이었습니다. 어째서 현장의 기자들은 해당 발언에 문제 삼아 질문을 던지지 않았는지, 아무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해 당일엔 보도가 없었던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2월 2주차, 좋은 선거 보도

 

안타깝게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20년 2월 5~11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뉴스9>(평일)/<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종합뉴스>

* 2020총선미디어감시연대 시민 후원 모금합니다. https://bitly.kr/YGT0noy4

 

<끝>

문의 조선희 활동가(02-392-0181) 정리 문미향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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