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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 없는 ‘팩트체킹’, TV조선의 ‘팩트체킹’ 왜곡
등록 2017.04.27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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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방송 저녁뉴스에서는 25일 있었던 JTBC 대선주자 초청 토론회에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이번 토론에서는 그간 3차례 있었던 토론과 달리 사회자의 안정적인 진행 속에 뜨거운 정책 대결이 펼쳐졌습니다. 네거티브 공방이나 무의미한 말싸움도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후보자 간 비전을 비교하기 좋은 토론이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JTBC를 제외한 방송사들은 그리 큰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특히 채널A와 MBN은 보도량이 2건에 그쳤고 그마저도 무의미한 내용이었습니다. MBC는 문재인 후보의 부정적인 측면을 부각하면서 홍준표-안철수-유승민 3자 연대에 여전한 기대감을 드러냈습니다. SBS‧JTBC‧TV조선만 ‘팩트체킹’ 보도를 냈다는 점도 눈에 띕니다. 이 와중에 국민의당이 주장한 문재인 후보 아들 특혜 채용 의혹을 받아 쓴 MBC와 TV조선도 눈여겨봐야 합니다.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문재인 후보 논란   1     1    
안철수 후보 논란              
3자 단일화 논란             1
타 후보 논란              
후보 행보 1 1 1 1 2 4 3
토론 3 4 4 8 4 2 2
정책‧공약 보도 1     2   2 3
사드 배치 입장   1   2 1 2 1
지지율‧판세       2 1    
기타     0.5   2 3 1
총 보도량 5 7 5.5 15 11 13 11

△ 7개 방송사 대선 보도 상세 비교(4/26) ⓒ민주언론시민연합

 

1. 호평 받는 JTBC 토론…채널A‧MBN은 무관심, KBS‧MBC는 ‘공방만’
앞선 3차례의 토론(SBS‧KBS‧중앙선관위)은 ‘주적 논란’, ‘송민순 회고록’ 논란 등 철 지난 ‘색깔론’이 주요 화두가 되고 각종 네거티브 공방만 두드러져 유권자들로부터 빈축을 샀습니다. 진행자가 초시계 역할만 한다는 비판도 있었죠. 이에 반해 25일 있었던 JTBC 토론회는 극찬을 받고 있습니다. 일렬로 서서 하던 기존 토론과 달리 후보들이 원탁에 마주 앉아 토론하는 구도는 안정감을 더했고 후보 간 감정 싸움이 시작될 때마다 진행자 손석희 앵커가 개입하여 정책 토론으로 되돌렸습니다. 토론 시작부터 각 후보가 지난 토론을 스스로 반성하기도 했습니다. 토론 도중 후보들이 서로 타 후보의 공약을 높이 평가하며 집권 시 반영하겠다고 약속하는 장면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JTBC를 제외한 나머지 방송사들은 이 토론을 구체적으로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KBS‧MBC‧MBN은 공방과 감정싸움만을 보도했고 채널A는 문재인 후보 관련 논란만 보도했습니다.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정책 공방 3 3 1 2 1    
감정 싸움   1 1 1     1
문재인 후보 논란     1 1 1 2  
팩트 체킹     1 1 2    
토론 평가       2      
기타       1     1
총 보도량 3 4 4 8 4 2 2

△ 7개 방송사 대선 토론 보도 상세 비교(4/26) ⓒ민주언론시민연합

 

팩트체킹 보도는 SBS‧JTBC‧TV조선에서만 나왔습니다. 채널A의 경우 2건밖에 보도를 내지 않았는데 1건은 문재인 후보의 동성애 관련 발언 논란, 나머지 1건은 가수 전인권 씨를 비난한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 논란이었습니다. 역시 2건만 보도한 MBN은 토론에서 나온 감정싸움과 “각 후보가 밝힌 닮고 싶은 역사 속 리더십”만 전했습니다. 유권자에게 유의미한 보도로 보기 어렵죠. 비록 정책 공방 위주로 보도를 냈지만 팩트체킹 보도가 없는 KBS‧MBC 역시 아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2. ‘날카로운 신경전’ 사례의 대부분은 문재인? MBC의 시선
MBC는 감정 싸움을 골라 전달한 보도에서 유독 문재인 후보 사례를 많이 언급했습니다. MBC <감정 섞인 설전…‘일촉즉발’ 충돌 위기>(4/26 https://bit.ly/2p646ur)는 제목 그대로 감정 섞인 설전 사례를 모아놓은 보도입니다. MBC는 총 4개의 사례를 언급했는데 그 중 3개 사례에서 주인공은 문재인 후보입니다. 먼저 MBC는 ‘노무현 전 대통령 640만 달러 뇌물 수수 의혹’을 두고 홍준표 후보와 논쟁을 벌이던 중 “이보세요! 제가 그 조사 때 입회했던 변호사입니다”라고 ‘발끈’한 문재인 후보를 보여줬고 두 번째는 유승민 후보와 공무원 일자리 확대 재원을 두고 공방을 펼치다 “유 후보님이 우리 정책본부장하고 토론하시는 게 좋겠습니다”라고 말하는 문재인 후보 모습이었습니다. 세 번째는 유승민 후보가 심상정 후보에게 ‘문재인 도우미’라 비판하자 심 후보가 받아치는 장면이었고 마지막은 문재인 후보가 “3당의 후보 단일화, 지금 제안을 한 셈이죠”라고 말하자 홍준표 후보와 유승민 후보가 “그런 걸 왜 물어요. 난 생각도 없는데”, “그 문제에 왜 그리 관심이 많으십니까? 뭐 잘못될까봐 그럽니까?”라고 되묻는 장면입니다. 


타사는 어떨까요? SBS‧JTBC‧MBN도 MBC처럼 감정 싸움을 모아 놓은 보도가 있지만 MBC처럼 문 후보 사례만 집중 조명하지는 않았습니다. 

 

SBS <“이보세요”, “버릇없이”…거친 설전>(4/26 https://bit.ly/2q8FQGr)은 MBC와 같이 문 후보의 ‘이보세요’ 발언과 ‘정책본부장과 토론하시라’ 발언을 사례로 들었지만 여기다 홍준표 후보와 유승민 후보의 ‘금수저, 흙수저’ 공방, 심상정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안랩 포괄 임금제 공방’, 홍준표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박지원 상왕론’ 공방을 덧붙였습니다. 총 5개 사례 중 2개만 문 후보 사례이고 나머지 3개는 타 후보 사례로 골고루 배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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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팩트체킹 없이 ‘문재인 감정싸움’만 나열한 MBC(4/26)
 

3. ‘팩트체킹’도 없이 ‘감정싸움’만 나열한 MBC, JTBC와 대조적
이날 토론회에서 문재인 후보의 ‘이보세요’ 발언과 ‘정책본부장과 토론하라’는 발언은 ‘태도 논란’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그러나 이 논란의 책임은 문 후보에게만 묻기 힘듭니다. 근거도 없이 꾸준하게 ‘노무현 전 대통령 640만 달러 뇌물 수수’를 주장하는 홍준표 후보와 정확하지 않은 근거로 문 후보의 공무원 일자리 공약을 비판한 유승민 후보도 책임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언론은 문 후보의 발언을 ‘감정싸움’으로만 묘사할 게 아니라, 홍 후보와 유 후보의 발언이 사실인지 따져봐야 합니다. 


실제로 JTBC‧TV조선은 ‘팩트체킹’ 보도를 통해 문 후보의 감정 섞인 발언을 초래한 홍준표 후보와 유승민 후보의 주장이 사실인지 따져봤습니다. JTBC <팩트체크/공공일자리 재원, 누가 맞나?>(4/26 https://bit.ly/2oyMqcd)는 먼저 논란이 된 “정책본부장하고 토론하시라” 발언이 나온 공방을 보여준 후, “공무원 17만4000명을 늘리겠다는 게 문 후보의 계획인데, 재원에 대해 서로 말이 달랐습니다. 팩트체크는 어느 쪽의 주장이 사실인지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JTBC의 결론은 두 후보가 다른 기준을 가지고 주장했다는 겁니다. 


JTBC는 문 후보 측 공약의 계산법과 유 후보 주장의 계산법을 상세히 비교했습니다. 먼저 유 후보에 따르면 공무원 17만 4000명을 늘리려면 “17만4000명 X 2500만 원 X 5년”라는 계산에 따라 총 21조 7500억 원이 필요하게 됩니다. “2500만 원은 9급 공무원 초봉과 각종 수당을 합친 금액이라는 게 유 후보 측의 주장”이라고 합니다. JTBC는 이어서 문 후보 측 계산법을 설명했습니다. 문 후보는 일단 “17만 4000명을 5년간 나누어 순차적으로 채용하겠다는 계획”으로서 “1년에 대략 3만 4800명씩 뽑아서 5년 뒤에 누적 인원이 17만 4천명이 된다”는 기본 전제부터 다릅니다. 이에 따라 문 후보는 “3만4800명 X 3400만원 X 누적된 연수 = 17조7480억원”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JTBC는 두 후보 모두 틀린 말을 한 것은 아니고 “기준이 달랐던 것”이라 결론을 내렸습니다. 


여기다 7급 7호봉인 공무원 1명이 1년에 지원받는 총 금액이 5215만 원이라는 유 후보 주장과 3400만원이 맞다는 문 후보 주장도 따로 ‘체크’하여 “관계부처와 국회 자료 등을 토대로 취재를 했는데 그 결과는 3800만 원에서 4000만 원가량”이라 전했습니다. 이 부분에서는 문 후보 측 주장이 사실과 가깝지만 “같은 호봉도 수당의 차이가 있어서 일률적으로 말씀을 드리기가 어렵”다고도 덧붙였습니다. 

 

4. 또 ‘팩트’ 없는 ‘팩트체킹’…TV조선의 이상한 보도 
TV조선의 ‘팩트체킹’ 보도는 JTBC와 똑같은 사안을 검증한다고 해놓고 당사자들의 주장만 나열하는 부실함을 보여줬습니다. TV조선 <일자리 81만개 재원 계산 맞나 공방>(4/26 https://bit.ly/2oLv9aS)은 토론에서 “4조2천억 원을 81만 개로 나누면요, 1년에 한 500만 원, 월 40만 원 돼요”라고 문 후보를 비판한 유승민 후보의 모습을 보여줬고 이에 문 후보 측이 “81만명 가운데 공무원은 17만4천 명 뿐”, “이들을 7급 7호봉으로 계산해 17조 원이 소요될 것으로 봤다”라고 반박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것부터 이상한 묘사입니다. 유 후보의 주장에 문 후보는 곧바로 “81만개 가운데 공무원은 17만개, 나머지는 공공부문 일자리”라고 반박했는데 TV조선은 문 후보의 반박 장면은 빼버리고 마치 뒤늦게 문 후보 캠프가 반박한 것처럼 말만 전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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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팩트체킹 한다면서 문재인 공약 비판한 TV조선(4/26)

 

이어서 TV조선은 “1인당 연간 3300만 원을 주는 걸로 예산 규모를 잡았다”는 문 후보 측 주장에 “여기에는 5년 동안 임금 인상분이나 연금, 연간 500만 원이 넘는 시간외 근무수당 등은 빠졌”다고 비판했습니다. 또한 “공공기관과 사회 서비스 부문 일자리 64만 개를 만드는데 5년 간 4조 원으로 가능하냐는 의문”이라며 추가적인 문제점도 지적했습니다. 이쯤 되면 이 보도는 문재인 후보와 유승민 후보의 공방을 ‘팩트체킹’한 것이 아니라 그냥 문 후보 공약을 비판한 보도입니다. 물론 유력 대선주자의 공약을 비판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지만 이를 어째서 ‘토론 발언 팩트체크’라는 타이틀을 달고 보도했는지 의문입니다. 시청자들은 ‘팩트체킹’ 결과 문 후보 공약에 문제가 많고 문 후보의 토론 발언이 거짓이라고 이해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5. 또 ‘노무현 뇌물’에 여지 둔 TV조선, ‘팩트체킹’의 ‘왜곡’
TV조선은 25일 토론에 대해 유일하게 2건의 팩트체킹 보도를 냈습니다. 그러나 나머지 1건의 팩트체킹도 부적절합니다. TV조선 <팩트체크/노 전 대통령 640만 불 진실은?>(4/26 https://bit.ly/2oyPOUg)은 문재인 후보의 ‘이보세요’ 발언을 촉발한 홍준표 후보의 ‘노무현 전 대통령 640만 달러 뇌물 수수’ 주장을 팩트체크했습니다. 그런데 이 사안은 이미 TV조선이 두 번이나 ‘팩트체킹’을 한 겁니다. 지난 두 번의 토론에서도 홍준표 후보가 똑같은 주장을 반복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TV조선은 ‘팩트체킹’을 빌미로 ‘노무현 뇌물’에 가능성만 암시했습니다. 13일 첫 토론회 관련 보도인 TV조선 <“노 640만 달러” 내용 알아보니…>(4/15 https://bit.ly/2oCUCX0)는 당시 검찰 수사 기록과 이인규 당시 중수부장 등 당사자들의 주장만 나열해 뇌물 수수 가능성을 열어뒀고 23일 선관위 토론을 다룬 TV조선 <대선 팩트체크>(4/24 https://bit.ly/2pcBWw2) 역시 “노 전 대통령이 알았는지, 관여했는지는 수사기록을 다시 꺼내봐야만 확인할 수 있”다는 애매한 결론을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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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팩트체킹 한다면서 ‘노무현 뇌물’ 가능성 시사한 TV조선(4/26)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TV조선 <팩트체크/노 전 대통령 640만 불 진실은?>(4/26)은 “거기 수사기록 보면 당시 중수부장 말은 노무현 대통령이 박연차에게 직접 전화해 요구했다고 돼 있다”는 홍준표 후보 주장과 “이보세요. 제가 조사 때 입회한 변호사다”라고 호통친 문 후보 모습을 먼저 보여줬습니다. 이어서 “결론만 체크”한다더니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박연차 회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돈을 요구했다”는 진술을 검찰이 확보한 건 맞다면서 “홍 후보의 발언이 사실에 부합한다”고 결론내렸습니다. 여기다 “다만 문 후 보는 당시 노 전 대통령의 변호인으로서 터무니 없는 억측이라고 이미 반박한 바 있고, 사건 자체가 결론이 나지 못한 채 종결됐기 때문에 재판을 다시 하지 않는 이상 최종확인은 불가능한 상황”이라 덧붙였습니다. 홍 후보 주장은 ‘사실에 부합’하는데 사건 자체가 결론이 나지 않아 ‘최종확인’은 불가능하다니, 모순도 이런 모순이 없습니다. TV조선은 앞선 2건의 보도와 마찬가지로 ‘당시 검찰 수사기록’을 ‘사실’로 규정하면서 반복적으로 ‘노무현 뇌물’이 사실인 것처럼 묘사하고 있는 겁니다. 


일단 이런 보도는 ‘팩트체킹’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당시 수사결과와 당사자 주장만 나열하는 것은 ‘단순 전달’이지 사실관계를 확인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 정도는 언론이 아니라 인터넷을 이용하는 모든 국민이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재판이 이뤄지지 않은 검찰의 수사기록은 또 하나의 ‘일방적 주장’ 중 하나일 뿐입니다. 심지어 2009년 노 전 대통령 수사 당시 검찰은 강압수사와 망신주기 수사 의혹을 받아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에게도 비판을 받았습니다. 수사를 지휘했던 이인규 전 중수부장은 2015년, 당시 수사를 국정원이 좌우하려 했으며 “명품시계 논두렁에 버렸다는 보도는 국정원 주도로 이뤄졌다. 노 전 대통령은 그런 발언 하지 않았다. 국정원이 만들어낸 언론 플레이다”라고 고백하기도 했죠. 이런 사실관계조차 누락한 보도가 어떻게 ‘팩트체킹’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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