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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취재하다 잡히는 게 없으면 포기하길 권한다
등록 2017.04.14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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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방송 저녁뉴스에서는 당일 대선후보 TV토론회에 시선이 집중됐습니다. KBS만 토론에 1건만 할애했을 뿐, JTBC가 대선 보도의 절반 이상인 8건을 토론으로 채우는 등 타사는 비중을 크게 뒀습니다. 토론에서는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의 ‘적폐청산’ 관련 설전에 이목이 집중됐는데요. JTBC는 문재인 후보 발언을 옮긴 자막에서 큰 오류를 범해 시청자들로부터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한편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의 의혹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KBS는 또 ‘후보 검증’을 앞세워 근거가 부족한 의혹을 추가로 제기했습니다. 전날(12일)엔 문재인, 이번엔 안철수 후보를 겨냥했습니다. ‘검증 보도’ 타이틀을 달고서 ‘일단 던지고 보자’는 식의 의혹 제기가 과연 합당한지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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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개 방송사 대선 보도 상세 비교(4/13) ⓒ민주언론시민연합
 

1. 이번엔 안철수…검증 가장한 KBS의 ‘의혹 공세’
지난 10일부터 시작된 KBS의 ‘대선후보 검증’ 코너가 논란입니다. KBS는 검증을 하는 것이 아니라, 문재인·안철수 후보에게 무차별적으로 의혹을 제기하는 모양새입니다. KBS는 전날(12일) 이미 2012년에도 제기된 바 있는 ‘문재인 고가 가구 매입 의혹’을 가져와 ‘문 후보 부인 김정숙 씨가 말을 바꿨다’고 비판했습니다. 이 의혹의 결론은 김정숙 씨가 결국 1000만원을 주고 가구를 샀으면서 처음에는 50만원이라고 했고, 가구 판매자와 주고받은 2500만원의 채무 관계를 재산신고에서 누락했다는 겁니다. 문 후보 측은 이미 가구 가격에 대해 모두 인정하고 해명했으며 재산신고 시점에는 채무관계가 없었다고 반박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KBS가 제기한 의혹은 고작 ‘문 후보가 고가의 가구를 샀고 그 과정에서 가격에 대해 말을 바꿨다’는 것뿐입니다. ‘가구 매입’까지 의혹으로 만들어 보려는 KBS의 ‘집착’이 돋보인 보도입니다. 의혹의 거짓 여부를 따져봐야 하는 검증 보도의 취지와도 맞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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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거티브로 변질된 KBS의 ‘후보 검증’(4/13)

 

13일엔 안철수 후보로 대상이 바뀌었습니다. KBS <대선후보검증/안철수 비선 조직?…‘서초동 그룹’>(4/13 https://bit.ly/2p2f4SW)은 안철수 후보에게 비선 조직이 있다는, 매우 부정적인 묘사를 제목에 썼습니다. 비선 조직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 사유 중 핵심이 된 요소입니다. 4분 4초에 이르는 긴 리포트를 시작하면서 황상무 앵커는 “대선 후보 검증에서 빠뜨릴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주변에 어떤 사람들이 있느냐입니다”, “공식 조직에 있지 않으면서 물밑에서 후보에 영향을 미치는 인물들, 이른바 비선실세”라며 장황하게 운을 띄웠습니다. 리포트는 안 후보의 ‘비선 조직 존재 가능성’을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근거가 매우 빈약합니다. 


KBS 취재내용을 보겠습니다. 첫째, 2014년 안 후보가 이끌던 새정치연합과 민주당이 합당할 때 안 후보를 떠난 윤여준 당시 새정치연합 의장의 “(실세 존재를) 들어본 적은 있어요. 근데 그 사람들이 얼마나 영향력이 있는지 모르겠고, 이번 과정에서 얼마나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모르니까. 공식적 의사 결정 구조를 무시한거 이건 내가 용납할 수 없다”는 발언입니다. 둘째는 안 후보를 비판하면서 떠났던, “한 때 안 후보의 측근이었던 민주당 금태섭 의원 자서전”입니다. 셋째는 2012년 대선 당시 “공식 선거조직을 배제하고 의사 결정을 한 조직은 이른바 '서초동 그룹'”이 소재한 오피스텔이 “외부인 출입은 철저하게 차단되고 한 층에 두 집밖에 없어 불필요한 접근도 막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오피스텔이 안 후보의 측근인 박경철 원장 지인의 소유이라는 사실도 덧붙였습니다. 넷째, “박 원장이 주도하고 안 후보가 참석하는 비선 모임은 여러 개였다”는 익명의 증언입니다. KBS는 여기에 ‘비선 모임 관계자’라는 익명으로 “(비선조직이라는 것 자체가 없다고 보시는 건가요?) 내가 그렇게 까진 말을 못하겠는데, 저는 아무튼 안 들어갔고, 일은 같이 했는데요”라는 전화 인터뷰를 녹취 인용했습니다. 


KBS는 장황하게 여러 발언들과 ‘익명 인터뷰’를 근거로 제시했으나 ‘비선 조직’이 실재한다는 의혹을 제시하기엔 턱없이 부족합니다. 안 후보를 떠난 인물들의 비판적 발언과 몇몇 익명의 증언으로 ‘비선 조직’이라는 치명적 의혹을 확증할 수는 없습니다. 


‘검증’의 사전적 의미는 “가설이나 사실, 이론 등을 검사하여 참인지 거짓인지 증명함”입니다. KBS는 가설이나 사실을 참인지 거짓잇지 증명하기는커녕, 증명되지도 않은 정황들을 끌어보아 가설, 즉 의혹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KBS ‘대선후보 검증’ 보도에게 두 가지를 권합니다. 먼저 의혹을 가지고 취재를 시작하는 것은 좋지만, 취재하다 뭔가 제대로 입증되지 않으면 제발 포기하십시오. 또한 이런 식의 허술한 문제제기만 할 것이라면, 차라리 국민이 정말 궁금해하고 국민 삶과 직결되는 후보별 정책 검증을 해주시길 권합니다. 

 

2. KBS가 만든 의혹, 국민의당 논평 거쳐 TV조선·채널A 보도로 ‘확대재생산’
KBS가 검증을 앞세워 만든, 근거도 부족한 의혹은 결국 확대 재생산되고 있습니다. KBS가 12일 보도한 ‘문재인 고가 가구 매입 말바꾸기 의혹’은 13일 곧바로 문 후보를 공격하는 국민의당 논평으로 옮아갔습니다. 국민의당은 “12일 KBS가 보도한 ‘고가 가구 매입가 말 바꾸기’에 대해서도 ‘마, 고마해’라고 할 것인가? 거짓말은 거짓말을 낳고 결국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는 것을 정녕 모르는 것인지 묻는다”고 공세를 취했습니다. 몇몇 언론들도 KBS 보도를 받아썼습니다. TV조선 <문 부인, 고가 가구 헐값 구매 의혹>(4/13 https://bit.ly/2ostuZ5)은 “최초 언론 보도 과정에서는 "채무 2500만원을 가구로 대신 받았다"고 했다가, "2500만원은 가구 구입과 무관하다"고 설명을 바꿔 논란”, “2500만원의 채권이 당시 재산신고에서 누락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 등 KBS가 보도한 내용을 그대로 전했고 “말바꾸기를 사과하라”는 국민의당 공세까지 받아썼습니다. 채널A도 비슷한 보도가 1건 있습니다. 결국 KBS가 만든 의혹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겁니다. 그러나 특정 후보의 부인이 얼마짜리 가구를 샀다는 점이 과연 대선후보 검증에 필요한 의혹일까요? 판단은 유권자의 몫입니다.

 

3. 치명적인 자막 오류…보도 지운 JTBC
첫 대선주자 토론이 있었던 13일, 7개 방송사 모두 토론을 보도했습니다. 특히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 간 공방을 전하는 보도가 빠지지 않았는데요. JTBC는 이를 보도하던 중 시청자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는 치명적인 자막 오류를 범했습니다. JTBC <한 마디마다 ‘불꽃’ 튄 양강>(4/13 https://bit.ly/2pda5hy)은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의 ‘적폐 청산’ 관련 설전을 전하던 중 “저를 적폐세력의 지지를 받는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비판하셨는데. 그것은 국민에 대한 모독아니겠는가”라고 묻는 안철수 후보와 “국민들이 무슨 죄가 있습니까. 지금 국정농단 세력, 적폐세력이 어딥니까. 박근혜 정권, 거기 함께했던 구 여권 정당들, 그게 적페세력 아닙니까”이라고 답한 문재인 후보의 논쟁을 보여줬습니다. 그런데 이 장면에서 문 후보 발언을 받아쓴 자막이 매우 왜곡됐습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적폐세력이 무엇니지 설명하는 문 후보의 발언을 “국민이 무슨 잘못입니까. 적폐세력이 아닙니까”라고만 써버린 겁니다. 물론 문 후보의 음성이 동시에 방송되기는 했지만 만약 자막으로만 보도를 접한 시청자가 있다면, 마치 문 후보가 국민을 적폐세력에 비유한 것처럼 보일 수 있는 자막입니다. JTBC는 안 후보의 발언과 다른 토론 상황에서의 자막은 모두 정상적으로 처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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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 후보의 발언 자막으로 왜곡한 JTBC(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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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 후보의 발언 제대로 처리한 SBS(4/13)

 

JTBC는 해당 자막에 큰 문제가 있음을 인지했는지, 홈페이지 다시보기에서는 문 후보의 해당 발언 장면을 아예 잘라내버렸습니다. 현재 JTBC 홈페이지 다시보기에서는 “저를 적폐세력의 지지 받는다고 하면서 저를 비판하셨는데요. 그것은 국민에 대한 모독 아니겠습니까”라는 안철수 후보 발언에 문재인 후보가 “국민이 무슨 죄가 있습니까. 국민들을 적폐세력이라 한 우리 안 후보님 말씀이야말로 국민들을 모욕한 것이라고 생각하고요”라고 답한 것으로 편집되어 있습니다. 이날 KBS를 제외한 6개 방송사 모두 이 ‘적폐 청산 설전’을 보도했는데 JTBC에서만 이런 자막 오류가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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