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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여론조사, 뭔가 수상하다
등록 2017.04.06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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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앞두고 민주언론시민연합 신문모니터위원회는 주요 일간지의 여론조사 보도를 모니터하기로 했다. 모니터는 △선거 보도의 보조수단인 여론조사에 과도하게 의존함으로서 가십성 경마식 보도를 조장하고 있지는 않는지 △여론조사 결과를 왜곡하거나 아예 여론조사 실시 과정에서 편향성을 드러내지는 않았는지 △그럼으로써 여론을 파악하기보다 특정 방향으로 여론을 형성하는 데에 여론조사를 이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동아일보, 자체 여론조사 보도․인용 여론조사 보도 모두 가장 많아 
3월 27일부터 4월 1일까지 일주일 간, 5개 일간지 지면에 실린 대선 여론조사 관련 보도는 총 28건으로 전주 대비 7건 증가했다. 가장 많은 여론조사 보도를 내놓은 곳은 동아일보(12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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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동아일보가 (주)리서치앤리서치에 자체 대선 여론조사를 의뢰해 그 결과를 중점적으로 보도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자체 여론조사를 제외하고, 그 외 여론조사를 보도에 인용한 횟수도 동아일보가 가장 많았다. 


조사 기간 5개 신문사가 인용한 대선 여론조사는 8가지로 그 내역은 다음과 같다.

 

△한국갤럽조사연구소 시행 전국 정례조사 정당지지도 2017년 3월 4주(3/21∼3/23 https://goo.gl/UKSQ6e)

△한국갤럽조사연구소 시행 전국 정례조사 정당지지도 2017년 3월 5주(3/28∼3/30 https://goo.gl/cYKjgI)

△리얼미터 시행 전국 정례조사 2017년 3월 4주차 주간집계(3/20∼3/24 https://goo.gl/dL2fmR)

△리얼미터 시행 전국 정례조사 2017년 3월 5주차 주간집계(3/27∼3/29 https://goo.gl/EyyctV)

△조원씨앤아이 시행 전국 정례조사 정당지지도, 대선후보지지도(3/25∼3/27 https://goo.gl/0K7f5z)

△(주)에스티아이 시행 후보, 정당 지지도 등(3/28 https://goo.gl/0QM4Bg)

△(주)리서치앤리서치 시행 전국 대통령선거 정당지지도, 정책지지도(3/28∼3/29 https://goo.gl/QIfyuo)

△(주)알앤써치 시행 전국 정기조사 알앤써치 바로미터 3월5주차(3/27∼3/28 https://goo.gl/IAOvW3)

 

 

이 중 (주)리서치앤리서치 시행 전국 대통령선거 정당지지도와 (주)알앤써치 시행 전국 정기조사 결과는 동아일보만 인용해 보도했다. 

 

 

‘양자 구도’에 ‘반문연대’만 줄창 보여준 동아일보 여론조사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이번주에도 여론조사를 이용해 ‘문재인 vs 안철수’ 양자 구도를 부각하려 했다. 안철수의 지지율 반등은 그들에게 새로운 ‘문재인 공격용’ 무기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동아일보의 경우 31일, (주)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한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담은 보도 7건 중 1면 보도인 <문재인 41.7% vs 안철수 39.3%>, 4면 보도인 <‘몰아주기’ 사라진 호남… 문재인 44.1% vs 안철수 37.7%>, 5면 보도인 <안희정 경선 탈락땐… 지지층 33% 안철수로, 20%는 文으로>에서 두 후보의 양자 대결구도를 부각했다.

 

다른 기사 역시 <‘절대 투표하지 않을 후보’ 문 27.5% 1위>로 문재인 후보에 대한 부정적 여론조사 결과를 부각한 것이며, <“연정 찬성” 45.9%… 반대보다 8.8%P 많아>, <반문 단일화 찬성 41.2%, 반대 43.3%>에서는 ‘연정’ ‘반문 단일화’ 등의 사안을 부각했다. 이쯤 되면 양자 구도를 부각할 목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들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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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한 동아일보 여론조사 설문 문항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경우, 이를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뤘다는 의심이 드는 대목도 있다. 이를테면 동아일보의 이번 자체 여론조사 문항 중에는 ‘시대정신’을 묻는 항목(Q02. 선생님께서는 이번 대통령 선거의 시대정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이 있었다.

 

설문에서의 답변 보기는 △정권교체를 통한 적폐청산 △좌우 진영대결을 넘어선 국민통합 △안보불안 해소와 국가관 정립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미래 비전 △모름/무응답이었다. 그 결과 응답자들의 39.7%는 정권교체를 통한 적폐청산을 이번 대통령 선거의 시대정신이라 답했으며, 국민통합은 21.2%에 그쳤다. 


그런데 그간 ‘적폐청산보다는 국민통합을 해야 한다’고 외쳐오며 이 사안에 대해 큰 관심을 보여 온 동아일보는, 정작 해당 설문 결과를 <문재인 41.7% vs 안철수 39.3%>(3/31 이재명 기자 https://goo.gl/uhpo3n) 제하의 기사에서 ‘△정권교체 39.7% △국민통합 21.2% △안보 불안 해소 20.2% △미래 비전 11.6%등으로 나타났다’고만 언급했을 뿐이다.

 

‘적폐청산’이라는 설문 문항은 해당 기사에 첨부된 그래프에만 표기되어 있다. ‘대권 주자들의 토론 횟수’에 대해서는 <“횟수-시간 확대” 34.8% “끝장토론 도입” 31.8%> 등의 별도의 보도를 통해 부각했으면서, 시대정신에 대한 문항은 제대로 보도조차 하지 않은 셈이다. 


동아일보의 여론조사 보도의 문제점은 이게 다가 아니다.

 

예를 들어 <“안철수는 보조타이어”…“문재인은 펑크난 타이어”>(3/29 황형준 기자 https://goo.gl/MmTd89) 기사에서도 동아일보는 문-안 후보 간 신경전이 격화돼간다는 내용을 보도하며 문-안 후보 간 지지도 격차가 작게 나타난 양자 가상대결 결과만을 전달했다. 


그러나 해당 여론조사에서 실시한 8인 다자대결에서는 문(33.2%)-안(13.1) 후보의 지지도 격차가 20%p를 웃돈다. 4자대결(문43.8%-안21.3%)과 3자대결(문44.6%, 안24.2)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다자구도 설문결과는 언급조차 하지 않으면서, 실현 가능성조차 불분명한 ‘양자구도’ 프레임에 유권자들을 가두려는 의도라고 밖에는 볼 수 없다. 


동아일보 <‘몰아주기’ 사라진 호남… 문재인 44.1% vs 안철수 37.7%>(3/31 길진균, 박성진 기자 https://goo.gl/no6TKT)는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대표의 “‘호남에 남아있는 반문정서’ 때문에 호남 몰표 현상이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인용한 뒤, 여론조사 결과 ‘절대 투표하지 않을 톱 5’에서 문재인 후보가 1위를 자치했다는 내용을 담은 인포그래픽을 기사와 함께 배치했다. 

 

동아일보 여론조사 유선전화면접 비중, 탄핵 반대집회 유포 신문 수준
동아일보가 (주)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한 자체 여론조사는, 조사설계 과정에서도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대표적인 것은 유무선 비율이다.

 

동아일보 여론조사의 경우 유선전화면접 비중이 39%(무선전화면접 비중 61%)다. 이는 한국갤럽 정례조사 유선전화면접비중이 14~15% 수준이며, 리얼미터 정례조사 유선ARS 비중이 10%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유선전화면접 비중이라 할 수 있다.

 

비슷한 시기 동아일보-(주)리서치앤리서치 수준의 유선전화면접 비중을 설정한 여론조사는 탄핵 반대집회에서 가짜뉴스를 유포했던 프리덤뉴스가 의뢰해 시행된 여론조사 정도다.(유선 ARS 38%, 무선 ARS 62%) 또, 쿠키뉴스가 의뢰해 조원씨앤아이가 시행한 전국 정례조사 정당지지도 여론조사의 경우 동아일보보다 유선전화면접 비중이 높은 여론조사이긴 하지만(유선 ARS 49%, 무선 ARS 51%) 주말을 포함해 실시되었다.   

 

조선은 여론조사 결과에 억지 해석 덧붙이기도
동아일보만큼은 아니지만, 조선일보 역시 여론조사 결과를 이용해 ‘안철수 띄우기’ 및 ‘양강 구도 부각’에 나섰다.

 

대표적인 것은 <사설/안철수 부상이 의미하는 것>(4/1 https://goo.gl/h4ZB5d)이다. 해당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문재인 대 안철수 양자 대결’ 구도를 가정한 동아일보의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2강’으로 재편됐다고 하기엔 이른 감이 있지만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문 전 대표와의 지지율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중도·보수 단일화 변수까지 감안한다면 민주당 쪽으로 심하게 기울어진 대선 판도에 중대한 변화 여지가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뿐만 아니라 조선일보는 이 같은 ‘변화’의 배경으로 “촛불 시위의 영향이 줄어들면서 문 전 대표 진영의 패권적 행태들을 유권자들이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이제 한 세력의 일방 독주를 바라지 않는 유권자들의 수는 도저히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있다. 편 가르기를 예고한 독선적 국정 운영에 진절머리를 내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처음에는 ‘안희정 현상’을 만들었고 이제는 안철수의 부상을 이끌고 있다”는 것을 제시하기도 했다. 실제 여론과는 무관한, 자사의 편견어린 판세 분석을 나열하고 있는 셈이다.

 

후보 지지율 잘못 표기한 한겨레
한겨레는 여론조사 대선 여론조사 지지율을 잘못 표기하는 실수를 범하기도 했다. <안, 열달만에 2위 “드디어 양자구도”… 문 캠프 “프로 vs 동네리그”>(3/31 송경화·이세영 기자 https://goo.gl/P8SmYS) 기사에서 한겨레는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을 17.2%로 표기했다. 그러나 실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안 후보의 지지율은 17.4%다. 한겨레는 안희정 충남지사의 지지율 역시 12%임에도 12.5%로 표기했다. 해당 여론조사는 리얼미터 시행 전국 정례조사 2017년 3월 5주차 주간집계(3/27∼3/29 https://goo.gl/EyyctV)였다. 대선 정국에서 가장 민감한 지지도 수치를 잘못 기재한 것은 자칫하면 여론의 왜곡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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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모니터보고서는 민주언론시민연합의 회원 모임인 신문모니터위원회에서 작성했습니다. 민언련 신문모니터위원회는 △신문을 읽고 미디어 비평을 직접 해 보고 싶으신 분 △혹은 뉴스를 보고 답답해진 마음을 누군가와 함께 나누고 싶은 분 △직업인으로서의 기자가 되고 싶은 것이 아닌, 참 언론인이 되고 싶으신 분들 모두에게 언제나 활짝 열려있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 놓치지 마세요! 모임 참여 혹은 참관 문의는 02-392-0181로 해주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