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SNS_
안철수의 풀네임은 ‘맹추격 안철수?’
등록 2017.04.04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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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주 동안 주요 언론사 SNS 보도 경향은 세월호 ‘괴담’보도, ‘안철수 띄우기’와 ‘중앙일보식 정치혐오 보도’ 3가지로 요약해볼 수 있을듯 합니다.

 

 

1. 안철수, 유승민 언급순위 상승... 안희정 이재명 순위 하락

이번주에도 대선 시계는 바쁘게 돌아갔습니다. 홍준표 경남지사와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 각각 소속당의 대선후보로 선출되었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경선일정도 마무리되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분석 기간에 이어 이번 주에도 SNS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언급도가 가장 높았습니다. 지난 한주 주요 언론사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전체 대선 관련 게시물 403건 중 38.5%인 155건에서 문재인 전 대표가 언급됐습니다. 지난주 290건 중 114건(39.3%)과 비슷한 비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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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한 주 안철수 후보의 언급도가 크게 증가했다.

 

 뒤를 따르는 다른 예비후보들의 순위에는 변동이 있습니다. 안철수(65건), 홍준표(61건), 안희정(43건), 유승민(39건) 순입니다. 안희정 충남지사의 순위가 다소 떨어진 반면 안철수 대표의 약진이 눈에 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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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언급도가 1주차(3월 20일~24일)에 비해 2주차(3월 27일~4월 1일)사이 눈에 띄게 늘었다. 안희정 지사의 순위 하락과 대조적이다.(단위 %)
 
 3/28일 이른바 '양자대결' 여론조사가 언급되기 시작하며 언급량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유승민 의원의 경우 대선 후보로 확정된 28일과 그 다음날인 29일 양일간 전체 39건 중 25건의 게시물이 올라왔습니다. 경선 소식은 정당별로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순으로 언급량이 많았습니다.
 
 
2. 안철수의 풀네임은 '맹추격 안철수?'
특히 지난 한 주는 언론의 '안철수 띄우기' 기류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언론사 SNS에서도 마찬가지로 안철수 대표의 약진이 눈에 띕니다. 국민의당 경선에서의 압도적인 우위 때문만은 아닙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에서 문재인-안철수의 양자대결이라면 이른바 ‘문재인 대세론’이 흔들릴 수 있다고 군불을 떼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3월 31일 전후로 안 대표의 이름이 언급되는 게시물의 내용이 달라진 것이 눈에 띕니다.
 안 대표는 1차보고서 조사기간(3월 20~24일)까지만 해도 언급도가 문재인, 안희정, 홍준표에 이은 4위에 그쳤습니다. 27일에는 총 8번 제목에서 언급되었는데 국민의당 호남경선에서 승리했다는 단순보도가 4건, 여론조사 보도에서 제목에 이름이 언급된 보도가 2건, 목소리를 바꾸고 '강철수'가 되었다는 영상뉴스 2번(채널A, 동아일보 중복게재)이었습니다.
 그러나 3월 31일,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며 안철수 후보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쏠렸습니다.  3월 31일 조선일보 페이스북에는 <文과 격차 좁히는 안철수, 확 달라진 스타일>, <대선 양자대결시, 문재인 41.7% VS 안철수 39.3%로 오차 범위내 접전>이란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그러더니 아예 안 대표의 ‘호’가 ‘문재인 맹추격’이 됐습니다. 전혀 상관없는 내용의 기사에도 안철수 대표가 “잘나가는 중”임을 명시합니다. <문재인 맹추격 안철수 집권하면 반기문 외교특사로 모실 것>이라는 기사를 올리면서는 게시물에 “양자대결에서 문재인과 오차범위 접전”이라고 재차 언급했습니다.
중앙일보 페이스북에는 <안희정 이탈표 흡수한 안철수 … 문·안 양강구도 뜻 이룰까>, <安의 약진... 문재인 41.7% vs 안철수 39.3%>, <한국갤럽/문재인 31%, 안철수 19%...안철수 지지율 9%P 급등> 등의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특히 <安의 약진... 문재인 41.7% vs 안철수 39.3%>기사를 올리면서 “오마이갓, 오차범위 접점!”이라는 글을 올렸는데요. 이것이 양자대결 상황을 가정한 것이라는 언급은 전혀 없었습니다.
 
 
3. 중앙일보 정치혐오성 보도, 이대로 괜찮아요?
 중앙일보 페이스북은 전체 13개 언론사 중 가장 활동이 활발합니다. 이번 분석기간에도 전체 2,849건의 게시물 중 663건을 중앙일보가 올렸을 정도입니다. 대선 관련 보도 비율도 가장 높습니다. 전체게시물 중 약 19.5%가 대선보도관련 게시물로 13개 언론사 평균 대선보도 게시물 비율 14.1%보다 월등히 높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전체 대선 게시물 중 ‘정치혐오’를 조장하는 보도가 차지하는 비율이 매우 높다는 것입니다. 정치혐오성 보도란 정치 전체에 혐오감을 가지게 하는 보도, 예컨대 당이나 정치인이 제시한 정책을 평가, 검증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인, 정당 간 감정 다툼을 주제로 한 보도를 말합니다. 중앙일보 페이스북에는 모니터 기간 중 이런 게시물이 총 19건이나 됩니다. 전체 대선보도 129건 중 약 14.7%를 차지합니다. SBS는 같은 기간 44건 중 4건, JTBC가 20건 중 1건만 감정싸움을 다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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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 페이스북 페이지에 3월 30일 올라온 ‘정치혐오’성 게시물. 정치인 간 감정싸움을 주제로 한 게시물이 이날 하루만 7건 올라왔다.

 

3월 30일 중앙일보 페이스북 선거보도 24건 중 7건이 정치인간 상호 비방에 관련된 게시물이었습니다. <박영선 “민주당, 묵은지와 햇김치의 싸움 끝까지 가봐야”> <“안철수는 보조타이어”vs“문재인은 폐타이어”>부터, <홍준표·유승민... 서로 “이정희 같다” 설전> 등 후보들 간 감정싸움을 다룬 보도들이 이어졌습니다. 각 대선진영캠프에 몸담은 의원들이 ‘비유’로 설전을 벌였다는 내용들인데 경선 국면에서 후보 상호간에 오가는 감정섞인 비방전만을 보도해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중앙일보 페이스북 게시물이 절대적으로 양이 많은 것을 감안하더라도 ‘질’이 떨어진다면 좋은 보도일지 의문입니다. 물론 30일 중앙일보 페이스북에는 좋은 보도도 있었습니다. 3월 27~4월 1일 사이 전체 언론사 대선 보도 403건 중 가장 ‘착한’ 보도에 속했던 장애인 선거권 관련 보도 2건이 모두 30일에 올라왔습니다. <시민마이크/5분이면 되는 한 표 행사, 내게는 5시간의 장벽>, <시민마이크/거동 힘든 사람에겐 투표지 침대로 전달 … 법에 못박은 뉴욕주>가 같은 날 올라온 것입니다. 하지만 3월 30일 페이스북으로 중앙일보 기사를 받아본 시민이라면 정치인들의 막말 때문에 ‘정치혐오’에 빠질 가능성이 큽니다. 후보들 간 비방전의 구구절절한 내용보다 정책과 공약에 관련된 보도가 절실히 필요한 때입니다.

 

 

4. 조선일보 페이스북, 세월호 인양과정에서 걱정되는 것이 '괴담유포'뿐?

조선일보는 지난 한주동안 전체 페이스북 게시물 261건 중 단 11건만을 세월호 보도에 할애했습니다. 같은 기간 비슷한 숫자(244건)의 게시물을 올린 한겨레는 46건의 세월호 관련 기사를 올렸고, 총 154건의 게시물을 올린 MBC도 24건의 세월호 게시물을 올려 큰 관심을 보인 것을 감안하면 미미한 수치입니다.

 

그런데 이 11건의 보도 내용도 문제입니다. 11건 중 7건이 '세월호 괴담유포 세력'을 비판하는 기사입니다. 대중을 현혹하고 사회를 혼란하게 한 괴담 세력의 각성이 요구된다는 겁니다.

 

특히 조선일보 페이스북 페이지에 27일 올라온 세월호 게시물 3건 중 2건이 ‘선동’을 걱정하는 게시물이었습니다. 조선일보가 27일 올린 3건의 게시물 속 기사의 제목은 <세월호, 충돌 흔적은 없었다>, <사설/세월호와 함께 떠오른 진실, 괴담세력은 또 ‘아니면 말고’>, <만물상/중국 기업이라 다행이다>입니다. 마지막 기사는 세월호를 인양한 것이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어서 '좌파세력'이 트집 잡을 일이 없으니 다행이라는 비상식적인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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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시민언론연합 신문보도 브리핑(3/31) 화면 갈무리

 

이런 태도는 28일에도 이어졌습니다. 28일에는 세월호 글 4건 중 2건이 괴담 세력의 반성을 촉구하는 기사입니다. <잠수함 충돌 괴담 퍼뜨리던 이들…이젠 무책임한 침묵>, <‘잠수함 충돌설’ 제기했던 ‘자로’, “모든 걸 내려놓고 떠나고 싶다”>입니다. 29일에도 <사설/‘미안하다’ 한마디 없는 세월호 괴담 유포자들>, 31일에는 <태평로/세월호에서 위선과 증오를 파는 사람들>이라는 게시물을 올렸습니다.


사실 충돌설은 대다수가 믿어 사회에 영향을 두루 미치던 ‘괴담’이라기보다 세월호 참사 원인 규명 과정에서의 여러 가지 가설 중 하나 정도로 취급되어왔습니다. 세월호 진상 규명을 요구하던 시민단체의 운동을 지탱하던 가설도 아니었습니다. 따라서 지금 일부 언론이 보이는 날선 태도는 세월호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사람들 모두를 ‘괴담세력’으로 묶어 평가절하하려는 목적을 가진 일종의 의도적 호들갑이거나 과민반응처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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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충돌설’을 제기한 네티즌의 ‘무책임한 근황’을 보도한 조선일보 페이스북 게시물의 댓글창. ‘괴담세력’들에 대한 조롱과 비난으로 가득찼다.

 

대한민국은 여러 의견이 자유롭게 오가는 민주시민사회입니다. 의견이 오가고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는 있을 수 있습니다. 그 시행착오 과정에서 충돌설이 잠시 떠돌다 곧 사라진 것을 두고 조선일보 페이스북은 마치 세월호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모든 사람들이 거짓 선동에 몰두했던 것인 양 치부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들 기사는 조선일보 지면에서도 등장했던 기사입니다.
 
하지만 종이신문에 실리는 것과 페이스북 노출은 또 파급력과 방향이 또 다릅니다. 위에서 언급한 게시물의 댓글들은 '음모론자'에 대한 성토대회로 가득 찼습니다. 조선일보 페이지만 구독하는 페이스북 사용자라면 세월호와 괴담을 연관 지은 기사들을 보며 편향적인 태도를 더더욱 굳힐 가능성이 큽니다. 조선일보 페이스북 페이지는 조사기간 동안 유가족들의 목소리는 전혀 다루지 않았습니다. 참사 피해자는 돌아보지 않은 채 ‘우매한’ 대중들이 괴담에 속는다며 혀부터 차는 태도는 공감부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