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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불거진 ‘송민순 회고록 논란’, MBC‧TV조선의 ‘협공’
등록 2017.04.24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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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3일 방송 저녁뉴스에서는 지난해 10월 이미 논란이 됐던 ‘송민순 문건’이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송민순 씨가 지난해 10월에 이미 회고록을 내면서 파문을 일으켰고, 대선을 2주 남겨놓은 현 시점에서 다시 문건을 공개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실 이는 누가 보더라도 문재인 후보에 대한 ‘색깔론’ 공격입니다. 방송사 모두가 이 문제를 집중 조명했지만 특히 MBC는 문재인 후보 측의 입장도 제대로 전달하지 않은 채, 재반박하는 보도를 냈습니다. TV조선은 무려 19건의 보도를 쏟아 부어 송민순 회고록 쟁점화’에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MBN은 이 논란이 3차 토론에서 쟁점이 될 것이라 보도하는 과정에서 문재인 후보 뒤로 인공기를 합성했다가 보도를 홈페이지에서 삭제하는 사고를 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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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개 방송사 대선 보도 상세 비교(4/21~23) ⓒ민주언론시민연합

 

1. 문 후보 반론도 얼버무린 MBC, 사실상 ‘총공세 태세’ 
송민순 회고록 관련 논란은 간단히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이 문재인 후보가 2007년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당시 기권 결정 이전에 북한의 의중을 물었고 이를 증명하는 문건이 있다며 공개한 겁니다. 하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송 전 장관에게 직접 건넸다는 문서로서 “만약 남측이 인권결의안 채택을 결의하면 위태로운 사태를 초래할 것”이라는 북한의 입장이 담겨 있습니다. 다른 하나의 문건은 송 전 장관이 노 전 대통령 발언을 직접 받아썼다고 주장하는 것으로서, ‘문재인 실장이 북한에 물어보자고 했다’는 내용입니다. 


17일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당시 문재인 후보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 19일 ‘문재인 후보가 호남 홀대를 주도했다’는 의혹을 내놓으면서 ‘아니면 말고’ 식의 의혹 공세를 펴온 MBC는 송민순 문건이 나오자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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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개 방송사 대선 보도 상세 비교(4/21~23) ⓒ민주언론시민연합
 

MBC는 문 후보 입장만을 전한 보도가 없는 반면, 문 후보를 직접적으로 비판한 보도는 2건이나 냈습니다. 물론 MBC가 문 후보 측 반론을 완전히 누락한 건 아닙니다. 문 후보가 말을 바꿨다고 비판하는 취지의 보도에서 잠깐 반론이 등장합니다. MBC <‘제2의 북풍’ 반발…일제히 공세>(4/21 https://bit.ly/2owSUDC)는 문 후보의 반박과 타 정당의 문 후보 비판을 이어 붙인 보도인데요. MBC는 “문재인 후보는 당시 우리 정부가 ‘기권 결정’을 북한에 통보했던 것일 뿐이라고 거듭 주장”, “더불어민주당도 송 전 장관의 폭로는 허위사실 공표이자,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이라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고 문 후보 측 입장을 간단히 정리했습니다. 그러나 이후에는 “국민들에게 진솔한 사과와 함께 후보사퇴”, “국민들에게 진솔한 사과와 함께 후보사퇴” 등 타당의 공세를 담았습니다. 

 

2. 송 전 장관의 주장만 그대로 옮겨 문 후보 답변에 대해 반박한 MBC
특히 MBC <사전 문의였나…사후 통보였나>(4/21 https://bit.ly/2pYmYJe)에서 이상현 앵커는 “문재인 후보 측은 이미 표결기권을 결정한 뒤 이를 북한에 통보만 한 거라고 설명해왔는데요. 송민순 전 장관이 공개한 문건을 보면 이런 설명과는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라며 문 후보의 해명에 대해 재반박했습니다. 


전체적으로 이 보도는 우리 정부가 기권 방침을 결정하기 전에 북한에 의견을 물어봤고, 북한의 격앙된 반응에 기권이 결정됐다는 송민순 전 장관 주장을 반영했습니다. MBC는 송 전 장관이 북한의 입장이라며 공개한 문건의 “만일 남측의 반공화국 인권결의안 채택을 결의하는 경우 위태로운 사태를 초래될 수 있음을 강조함”이라는 부분을 화면으로 보여줬습니다. 이어 “북한에서 온 메시지 그걸 보면 기권에 대한 답입디까? 찬성 가능성에 대한 답입디까? 그건 보면 알잖아요”라는 송 전 장관의 주장을 녹취인용했습니다. 이런 주장을 송 전 장관의 일방적 주장으로 처리하는 수준으로 그친 것이 아닙니다. 기자가 직접 “우리 정부가 ‘찬성’할 것을 우려하고 보낸 사실상의 ‘경고문’으로 읽혀집니다”라고 말했고 “우리 정부가 ‘기권’ 결정을 통보한 데 대한 북한의 반응이라면 감사하다 또는 다행이다 라는 북측의 입장을 담은 긍정적 평가나 표현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또한 “이미 ‘기권’ 결정이 이뤄졌는데, 이것을 굳이 북한에 통보할 이유가 있느냐는 반론도 제기”된다면서 조목조목 송 장관의 발언에 힘을 실어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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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 전 장관 입장 대변한 MBC(4/21)
 

3. 민주당이 반박 자료 공개하자, MBC “의혹은 그대로”
23일에는 그동안 적극적인 대응을 피하던 민주당이 송 전 장관에 대해 ‘반박 자료’를 공개했습니다. 2007년 11월 16일 청와대 회의와 20일 서별관회의의 속기록, 백종전 전 청와대 안보실장의 메모, 박선원 전 안보전략비서관의 메모 등을 공개한 겁니다. 기록에 따르면 11월 16일 회의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기권 방침을 결정했고 문 후보의 경우, “기권한다는 것은 정무적으로 큰 부담”이라는 의견을 개진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에 물어보고 기권을 결정했다’는 송 전 장관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내용들입니다. 


23일, SBS를 제외한 방송사들이 이를 보도했는데요. 여기서도 단연 MBC의 보도가 두드러집니다. MBC <문 측 회의록 공개…의혹은 그대로>(4/23 https://bit.ly/2p9y9l0)는 노골적으로 송 전 장관과 바른정당‧자유한국당 입장을 제목에 담았습니다. MBC는 먼저 민주당이 공개한 회의록 속의 “(송민순) 외교부 장관이 양보를 하라”, “장관 말이 맞지만 상대방 반응을 예측할 수 없다”, “기권하는 것으로 하자” 등 노 전 대통령 발언을 전했고 “16일 VIP, 즉 대통령에게 보고했으나 의견이 갈려서 기권으로 대통령이 정리했다”는 백종전 당시 안보실장의 메모도 보여줬습니다. “인권결의안 찬성에 대한 북한의 반응을 물어봤다는 의혹은 거짓임이 드러났다”는 민주당의 주장도 덧붙였죠. 나머지 리포트 내용은 모두 문 후보 비판입니다. MBC는 “‘답이 왔는데 물어본 사람이 없다’라는 것 어느 국민이 믿겠습니까?”(자유한국당), “(노무현 정부가) 결국 북한에 물어봤다는 것입니다”(국민의당), “(문 후보는) 북한에 양해를 구하기 위해서 확인을 해보자는 쪽에 손을 들어줬고, 송민순 전 장관은 거기에 반대했다는 것이 더 명확해졌다”(바른정당) 등 각 정당의 문 후보 비판 발언을 나열했습니다. 여기다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던 문 후보와 결의안 표결 직전인 20일까지 논의를 했다”, “문 후보가 남북채널의 반응이 중요하니 보고 결정하자는 말을 했다”는 송 전 장관 반박도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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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 반박에 ‘의혹은 그대로’라고 주장한 MBC(4/23)

 

MBC의 민주당 반박 자료 관련 보도는 이 1건이 전부인데요. KBS도 1건이지만 KBS <문 “16일 기권 결정”…송 “북 반응 기다려”>(4/23 https://bit.ly/2pSlqkZ)는 MBC처럼 ‘의혹은 그대로’라는 일방적 태도를 보이지도 않았고 ‘문재인-송민순’의 공방으로만 처리했습니다. 타 정당 비판 발언을 나열하지도 않았습니다. 타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4. ‘기권 결정 시기’ 미묘하게 말 바꾼 송 전 장관, KBS‧JTBC만 보도
MBC 보도에서 더 눈에 띄는 점은 민주당의 반박 자료 공개에 한 발짝 물러난 송 전 장관 반응을 전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송 전 장관은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으며 “16일 회의에서 기권 쪽으로 정해졌을 수 있지만, 당시 주무장관인 자신이 반대해 20일에 최종 결정이 났다”고 재반박했는데요. ‘16일에 기권으로 정해졌을 수 있다’며 미묘하게 유보적 태도를 보인 것이 논란이 됐습니다. 


JTBC <송민순 재반박…주장엔 ‘미묘한 변화’>(4/23 https://bit.ly/2pbBy38)는 이 대목에 주목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기권 결정을 언제 했느냐 시기에 대해서 이전과 달리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고 “11월 16일 격론했지만 결론을 낼 수 없었다”는 회고록 내용과도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 걸음 물러난 것”이라는 표현도 썼습니다. 그러나 MBC는 송 전 장관의 해당 발언을 아예 보도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의혹은 그대로’라며 문 후보를 겨냥했죠. 문제는 다른 방송사들도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겁니다. KBS는 그나마 해당 발언을 리포트에서 전달했지만 송 전 장관의 태도가 변했다는 사실은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MBC‧TV조선‧채널A‧MBN은 아예 해당 발언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민주당 측 주장 1건, 송 전 장관의 재반박 1건을 따로 떼어 보도한 TV조선‧채널A는 어째서 송 전 장관의 반박 중 논란이 된 부분만 배제했는지 의문입니다. 

 

5. 보도량만 무려 17건…TV조선도 ‘쟁점화’ 태세
송민순 전 장관과 문 후보 비판에 나선 경쟁 후보 측 주장의 무게를 둔 MBC와 비슷한 태도를 보인 것은 TV조선입니다. TV조선은 이 사안을 무려 19건이나 보도하면서 쟁점화하려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특히 22일, 총 13건의 대선 관련 보도 중 무려 10건에서 ‘송민순 회고록 논란’을 다뤘습니다. 그나마 TV조선은 MBC보다는 중립을 표방하려 애쓴 흔적이 보입니다. 송 전 장관 주장과 문 후보 측 입장을 비슷한 보도량으로 전달했고 쟁점 정리 보도도 6건이나 됩니다. 


이중 TV조선 <대북 문의 논란 쟁점은?>(4/21 https://bit.ly/2p24okk)은 지난해 10월 처음 송 전 장관 주장이 제기됐을 때 문 후보가 “북한 인권 문제도 남북 사이 직접 대화를 통해 개선하도록 권고하고 유도하자는 취지에서 논의된 것”이라고 해명했다가 “기억이 잘 안 난다”며 말을 바꿨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여기다 “첫 회의 때 찬성 입장이었다가, 다수 의견이 기권으로 가니까 입장을 바꿨다는 질문이 나오니까, 거기까지 기억나지는 않는다고 답변을 했는데, 언론이 왜곡한 상황”이라는 문 후보의 반박을 덧붙였습니다.


‘말 바꾸기’만 비판했던 MBC와 다른 태도입니다. 이어서 쟁점을 두 가지로 압축해 “첫 번째는 기권 결정이 언제 났느냐는 겁니다. 문 후보는 ‘11월16일에 이미 기권 방침이 결정됐다’는 입장이고, 송 전 장관은 ‘그 때 결론이 나지 않았고, 20일 국정원 보고가 올라온 이후 실질적으로 기권 결정이 됐다’고 맞서는 상황”, “두 번째는 남북공식 경로로 북한에 물어본 건지, 아니면 국정원의 대북 정보망으로 북한 입장을 간접 파악한 건지 여부입니다. 문 후보는 ‘국정원 정보망을 가동해 파악했다’는 입장이고, 송 전 장관은 ‘북한에 정식으로 물어봤다’는 입장”이라고 정리했습니다. 

 

6. 김만복 전 국정원장 인터뷰가 문재인 주장 반박? 여론전 나선 TV조선
MBC가 선명하게 문 후보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드러냈다면 TV조선은 좀 더 교묘한 방식을 택했습니다. 22일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이 3월 31일 있었던 김만복 당시 국정원장의 일요신문 인터뷰 육성을 공개하며 “문재인 후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자 이를 거들고 나선 겁니다. 처음엔 ‘북한에 물어보고 기권을 결정했다’고 비판하던 바른정당이 이제는 ‘문재인의 거짓말’로 프레임을 바꾼 건데요. TV조선이 이를 그대로 따라가는 모양새입니다.


22일, 하태경 의원의 주장을 보도한 방송사는 SBS‧TV조선‧채널A‧MBN입니다. 이중 TV조선만 3건을 보도했는데 이 중 1건은 공방으로 처리했고 나머지 2건은 쟁점으로 분류해 상세히 분석했습니다. 다른 방송사들은 1건의 보도로 공방을 단순 전달했습니다. TV조선은 3건의 보도에서 김만복 전 원장의 인터뷰가 문 후보의 거짓말을 증명한다는 하 의원 주장에 무게를 뒀습니다. TV조선 <“찬성해도 되는지 북에 물어봤다”>(4/22 https://bit.ly/2oAPNKC)은 ‘기권 방침을 북에 통보했다’는 문 후보 주장과 달리 김 전 원장이 “북에 물어봤다”고 말했다는 것을 제목으로 강조했습니다. “남북채널을 통해서 확인해보자. 물어보는 게 아니고. 북한이 우리가 찬성을 해도 괜찮은지 확인해보자고 내가 얘기를 했다”라는 김 전 원장 육성 인터뷰에 “김 전 원장이 직접 남북채널을 통해 인권결의안에 우리가 찬성해도 괜찮은지 북한 측에 확인해 봤다는 취지”라 규정했고 “문재인 후보가 ‘북한에 직접 물어본 것이 아니라 국정원 정보망, 휴민트를 통해 북한의 태도를 알아본 것’이라고 답한 것과 차이가 있”다고 못 박기도 했습니다. TV조선은 “하 의원이 김만복 전 원장의 이야기를 잘못 이해했다”는 문 후보 측 반박을 덧붙이긴 했으나 전반적으로 ‘문 후보가 거짓말을 했다’는 쪽에 기운 보도입니다. 


TV조선 <김만복 상대방 누구…김양건이었나>(4/22 https://bit.ly/2p4Lx7Z)의 경우 아예 김만복 전 국정원장이 북에 직접 입장을 ‘물어볼 때’, “그 상대로는 김양건 전 통일전선부장이 유력”하다고 지목했습니다. ‘노무현 정부가 기권을 통보한 것이 아니라 입장을 물어봤다’는 하태경 의원 주장을 사실로 전제한 채, 그 상대까지 추정한 겁니다. TV조선은 이렇게 잔뜩 ‘문재인의 거짓말’에 힘을 준 다음, 보도 후반부에 배치된 <‘대북 문의 논란’, 누구 말이 맞나>(4/22 https://bit.ly/2ppxZHx)에서 김만복 전 원장이 인터뷰에서 “물어봤다”고 표현하기는 했지만 “곧바로 ‘물어본 게 아니라 확인해보자고 했다’고 정정을 해서 아마 말이 잘못 나온 것일 수도 있긴 하다”고 논평하긴 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보도의 경향이 너무나도 하태경 의원 주장으로 기울어 구색 맞추기로 보일 뿐입니다.

 

7. 김만복 전 원장 인터뷰의 핵심은 ‘북한과 관계 없이 기권 결정’
그렇다면 김만복 전 국정원장의 인터뷰는 도대체 어떤 내용이길래 이렇게 TV조선과 하태경 의원이 열을 올리는 걸까요? 놀랍게도 하 의원이 의혹을 제기하기 하루 전인 21일, JTBC가 이미 같은 인터뷰를 보도했습니다. JTBC <송민순과 엇갈린 김만복 당시 국정원장>(4/21 https://bit.ly/2q1bWmH)은 하 의원이 들고 나온 것과 똑같은 일요신문 인터뷰를 전했습니다. JTBC는 김 전 원장의 “우리는 기권할 거라고 (북한에) 통보한 게 아니고 찬성할 거라고 물어본 것도 아니고 '우리가 어떤 태도를 보이든지 간에 남북 관계는 변화가 없다' 이렇게 통보하고 말았어요”라는 발언, “기권으로 결정된 사안을 (송 전 장관이) 자꾸만 찬성으로 해도 된다고 하면서…”라는 발언을 육성으로 들려줬습니다. 이런 입장을 “기권 결정도 2007년 11월, 안보조정회의에서 사실상 확정했다고 말한 것”, “송민순 당시 장관은 찬성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고 그래서 국정원이 채널을 통해 인권결의안에 대한 우리의 원론적인 입장을 북한에 통보했다는 것”으로 풀이하기도 했습니다. 결론은 “당시 우리 정부의 결정 과정에서 북한의 의사를 반영했다는 송민순 전 장관의 주장과는 엇갈리는 대목”이라는 겁니다. 


JTBC가 보도한대로 김 전 원장 인터뷰의 핵심은 송민순 전 장관 주장을 반박했다는 겁니다. 김 전 원장은 송 전 장관 주장과 달리 이미 11월 16일 대통령 주재회의에서 기권 방침이 결정됐고, 이에 송 전 장관이 강하게 항의하며 노 전 대통령에게 편지까지 쓰자 북한에 우리의 뜻을 통보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문 후보 주장과 전혀 다를 바 없습니다. 다만 문 후보는 ‘기권 통보’로 기억했고 김 전 장관은 “우리가 어떤 태도를 보이든지 간에 남북 관계는 변화가 없다고 통보”로 말했다는 점만 다를 뿐입니다. 어느 쪽이든 북한 입장과 관련 없이 기권이 결정됐고 북한은 외교 파트너로서의 반응을 타진했을 뿐이라는 점에서는 똑같습니다. 바른정당은 김만복 전 원장이 ‘기권을 먼저 결정했다’고 한 부분은 은근슬쩍 배제하면서 ‘결국 북한에 물어보기는 했다’는 식으로 교묘히 프레임을 전환한 것인데요. TV조선이 이 주장을 확대 재생산하는 모양새입니다. 

 

8. 쟁점은 기권 방침 결정 시점? 타사도 ‘방관자적 태도’ 아쉬워
대선을 2주 앞두고 ‘주적 논란’에 이어 또 하나의 ‘안보 프레임’ 공세가 유력 대선 주자에 가해진 상황입니다. 송민순 전 장관 주장의 진위 여부에 대선 판도가 들썩이는 만큼, 언론의 역할이 중요한데요. MBN을 제외한 방송사들은 모두 최소 1건의 쟁점 정리 보도를 내, ‘기권 방침 결정 시기’와 ‘북한에 직접 문의 여부’를 따졌습니다. 그러나 이런 태도에도 아쉬움은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쟁점과 관계없이 송 전 장관도 인정하는 사실관계는 2007년 11월 16일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인권결의안 표결을 놓고 격론을 벌였고 본인이 기권 방침에 강력 항의하여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직접 편지까지 썼다는 겁니다. 


또한 오마이뉴스 <“정작 송민순이 북한 의사 확인하자고 제안” 18일 서별관회의 기록 수첩 확인>(4/23 https://bit.ly/2p5fg0F)에 의하면 11월 18일 회의에 참석했던 참여정부 핵심인사 A씨는 “북한의 의사를 확인한 후에 결정하고 제안한 사람은 정작 송민순 본인”이라며 이 내용을 당시에 적어 놓은 메모도 있다고 했습니다. 당시 송 전 장관은 표결에 찬성해도 북한의 반발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노무현 정부가 북한의 반응을 타진한 것은 찬성을 해도 북한의 반발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송 전 장관의 주장을 확인하기 위한 차원이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민감한 외교 사안을 두고 당시엔 화해 무드가 조성됐던 외교 파트너 북한의 동향을 파악하는 일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지만, 대다수 매체가 이를 ‘사전 문의 여부’라는 프레임으로만 몰고 가고 있는 겁니다. 


다만 SBS가 비슷한 시각으로 핵심을 짚었습니다. SBS <되돌아 본 ‘10년 전 표결’>(4/22 https://bit.ly/2pOKpVZ)은 2007년 11월 16일 회의 당시, “찬성 표결 하자고 주장했던 송민순 전 장관은 '결론이 안 났다', 문 후보는 '무슨 소리냐 그때 대통령이 이미 기권하자고 결론을 내렸다' 이렇게 맞서고 있는 것”으로 논란을 정리하면서, “송 전 장관이 대통령에게 기권해선 안된다는 편지를 씁니다. 그래서 18일 다시 회의가 열리는데, 이 때는 대통령이 아닌 안보실장이 주재를 했고, 이 자리에 문 후보도 참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18일 회의 상황에 대해서도 “송 전 장관은 바로 이 자리에서 북한에 한 번 물어보자는 얘기가 나왔다는 거고, 반면 문 후보 측은 이 자리는 결론을 내리고 하는 자리가 아니라 혼자 의견이 달랐던 송민순 전 장관을 위로해주는 자리였는데, 송 전 장관이 이번엔 우리가 표결 찬성해도 북한이 세게 반발하지 않을 거라고 계속해서 주장하니까, '진짜 그런지 어디 북한 동향을 한 번 파악 정도 해봅시다' 이런 얘기는 나왔다고 기억하고 있”다며 ‘기억의 차이’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줬습니다. 마지막으로 표결 하루 전인 20일 회의도 정리했습니다. “그때 노 대통령이 부르더니 ‘상황이 이러니 이번엔 기권합시다’ 하고 최종 결정을 내렸다는 게 송 전 장관의 주장이고, 문 후보측은 그게 아니고 '16일에 이미 결정을 다 했지만, 송민순 장관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그런 화법을 쓴 건데 송 전 장관이 오해한 거다'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라는 겁니다. 

 

9. 문재인 뒤에 인공기? 보도 지운 MBN

MBN은 23일, 민주당의 반박과 하태경 의원의 비판을 다룬 MBN <인권결의안 난타전>(4/23 영상 삭제됨)에서 양측의 공방을 전했는데요. 이 보도에서 민주당 측의 주장을 전할 때 화면으로 인공기를 배경으로 한 문재인 후보를 보여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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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을 인공기에 합성해 보도한 MBN(4/23)
 

MBN의 보도 자체는 ‘11월 16일에 이미 기권이 결정됐고 이를 북에 통보했다’는 민주당 입장과 ‘18일에 다시 회의를 연 것은 결정이 안 됐었다는 의미이고 결국 북에 문의했다는 사실은 여전하다’는 하태경 의원 주장을 비교해, 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어째서 문 후보를 인공기와 함께 배치해 보여줬는지는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MBN은 홈페이지에서 이 보도를 삭제했습니다. 아무리 실수라 하더라도 문 후보를 북한 측 인사처럼 보이도록 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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