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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요시키’ 실수, 기사가 수정돼도 기록은 남는다
등록 2019.04.17 13:51
조회 1990

최근 연합뉴스와 그의 자회사 연합뉴스TV의 보도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연합뉴스TV의 경우 지난 3일 마약 사건 뉴스에서 고 노무현 대통령의 실루엣을 사용했고, 지난 10일 한미정상회담 뉴스에서 문재인 대통령 사진 아래에 북한 인공기를 넣었습니다. 연합뉴스 또한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강원도 산불 성금 모금 소식을 부적절한 제목으로 보도해 여론의 도마에 올랐습니다.

 

연합뉴스의 대주주인 뉴스통신진흥회는 지난 15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의 보도 사고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뉴스1 <뉴스통신진흥회, ‘연합뉴스TV 보도사고’ 재발방지 엄중 요구>(4/15 박정환 기자)에 따르면 뉴스통신진흥회 측은 “연이은 보도사고는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에서 검증시스템이 부실하게 작동한 결과로 확인됐다”며 “연합뉴스TV는 이번 주 내로 관계자 10여 명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할 예정”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이게 끝일까요? 문제가 된 기사는 삭제하고, 관계자 몇 명을 ‘핀셋 징계’한 뒤 잘 보이지 않는 홈페이지 어딘가에 사과문을 올리고 나면 연합뉴스나 연합뉴스TV가 저지른 실수는 ‘해결된’ 것일까요? 재발 방지에 대한 구체적인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포함해, 문제 있는 보도를 전재한 타사 기사에 대해 적극적으로 수정‧삭제 조치를 요구하는 등의 대응책도 연합뉴스 측이 마련해야 합니다. 자신들의 실수는 수습됐다 할지라도 타 매체에서 전재한 연합뉴스의 기사는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과 일본 가수는 왜 제목에 함께 쓰였을까

문제가 된 연합뉴스의 기사를 예시로 들어보겠습니다. 연합뉴스는 이번 강원도 산불 피해를 돕기 위해 각계각층에서 성금 모금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전하는 내용의 기사를 냈습니다. <문대통령‧요시키도 ‘산불 성금’…재해구호협회 180억원 모금(종합3보)>(4/10 김기훈 최평천 기자, 현재는 제목 수정된 상태)이 바로 그것입니다. 제목을 소리 내 읽어보면 누구나 금세 이상한 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마치 문 대통령을 조롱하는 투처럼 쓰였습니다. 연합뉴스의 기사가 국내외 여러 매체에서 전재된다는 점을 생각해볼 때 매우 부적절한 제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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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 : ‘문대통령․요시키’로 처리된 제목(4/10 19:01)과 ‘요시키’를 삭제한 연합뉴스 제목(4/11 08:02)

오른쪽 : ‘문대통령․요시키’로 처리하기 이전에 ‘요시키’의 성금소식을 전한 연합뉴스 제목(4/10 17:08)

 

‘요시키’는 일본의 록그룹 엑스 재팬의 멤버인 ‘하야시 요시키’의 이름입니다. 요시키는 강원 산불 피해 지역에 1억 원을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요시키가 등장하는 연합뉴스의 첫 기사는 이날 오전 9시 56분에 송고된 <일본 록그룹 ‘엑스재팬’ 요시키, 강원산불 피해 구호금 1억 기부>(4/10 김기훈 기자)입니다. 이 기사에서부터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따르면 일본의 록그룹 엑스재팬의 리더 요시키는 자신이 운영하는 미국 비영리 공익 법인을 통해 이 재단에 기부금 1억 원을 전달했다. 배우 이병헌과 친분이 있는 요시키는 이병헌·이민정 부부가 강원산불 피해지역에 1억원을 기부했다는 소식을 듣고 기부를 결정하게 됐다고 전했다”며 요시키의 성금 기부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요시키 관련 기사에 강원 산불피해에 대한 성금 모금 소식이 추가됩니다. 오전 10시 58분에 송고된 요시키의 기부 관련 종합1보에선 가수 동방신기의 멤버 유노윤호가 구호금을 기탁했다는 소식이 추가로 실렸습니다. 이어 오후 5시 8분 송고된 종합2보엔 기업들의 기부행렬 소식이 더해졌고, 문제가 된 종합3보는 오후 7시 1분, 문 대통령을 포함해 문희상 국회의장,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등이 성금 모금에 동참했다는 소식을 담아 이상한 제목을 달고 송고됐습니다.

 

즉, 연합뉴스는 종합2보까지 요시키를 중심으로 성금 모금 소식을 전하다가, 종합3보에서 갑자기 문 대통령을 등장시키며 일본 가수 요시키와 동시에, 그것도 앞뒤로 배치한 제목을 달아 보도를 낸 것입니다. 요시키의 성금 기부 소식을 자주 재송고한 데 반해, 문 대통령의 성금 기부 소식은 그 전에 한번 전한 것이 전부였습니다. 문 대통령의 성금 기부 소식은 오전 11시 57분 <문대통령, 강원 산불피해 구호 성금 기탁>(4/10 임형섭 기자)에서 청와대 직원들의 성금 기탁 소식과 함께 전해진 것이 전부입니다. 시간 순서 상 종합2보에서 충분히 전할 수 있었음에도 포함시키지 않다가, 갑자기 종합3보에 문 대통령을 추가하면서 이상한 제목을 달았습니다. 고의가 아닌지 의심스러운 대목입니다.

 

일본 가수 요시키의 성금 모금 소식에 문 대통령 소식을 얹은 것뿐인 이 기사에, 제목까지 부적절하게 달았습니다. 이는 어떤 의미로 해석해야 할까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을까요? 그렇게 기사 가치를 정했다 치더라도, 누가 보기에도 부적절한 제목을 쓴 점은 분명 문제입니다. 연합뉴스는 물론, 포털사이트에서도 제목을 수정할 때 기본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어감과 시각적 효과입니다. 이것은 편집국에서 제목을 결정할 때, 기본입니다. 백보 양보해서 두 사람을 함께 제목에 등장시키고 싶었다 하더라도, <문대통령․ ‘엑스제팬’ 요시키> 또는 <문대통령․일 록그룹 요시키> 등 다양한 방법으로 불편한 어감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제목을 뽑았다는 점, 게다가 이런 제목이 편집 과정에서 전혀 걸러지지 않았다는 점도 모두 놀랍기 짝이 없습니다.

 

기사는 수정해도 기록은 남아 있다

제목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자 연합뉴스는 다음 날인 11일 아침 ‘문 대통령도 산불성금…재해구호협회 180억원 모금(종합3보)’으로 해당 기사의 제목을 수정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연합뉴스뿐입니다.

 

이미 전날 연합뉴스의 기사를 받아쓴 매체들의 기사는 그대로 남아있었습니다. 검색 엔진에 ‘문재인 산불 성금’이라고 입력하면 일주일 여가 지난 16일 오후 3시까지도 같은 제목의 기사가 검색됩니다. 매일경제 <문대통령·요시키도 ‘산불 성금’…재해구호협회 180억원 모금(종합3보)>(4/10 연합뉴스), 한국경제 <문대통령·요시키도 ‘산불 성금’…재해구호협회 180억원 모금>(4/10 연합뉴스) 등이 그것들입니다. 해당 매체 기자의 바이라인도 없는, 연합뉴스의 기사를 전재한 기사들입니다. 즉, 아무리 연합뉴스가 자사 기사를 수정한다고 해도, 한 번 다른 매체에 실린 기사는 수정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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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 엔진에 ‘문재인 산불 성금’이라고 입력한 결과(4월 16일 기준)

 

기사 수정에 대한 대처 매뉴얼 필요

통신사의 뉴스 및 뉴스자료는 여러 곳을 통해 유통됩니다. 특히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연합뉴스는 국내 언론사 210여 곳, 포털 등 뉴미디어 110여 곳,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280여 곳, 민간기업 280여 곳과 계약을 체결해 뉴스를 공급합니다. 하지만 통신사가 오보를 냈거나 잘못된 부분이 있어 수정이 필요할 때, 각 통신사는 자사의 뉴스를 쉽게 수정하는 반면 이미 배포되고 유통된 뉴스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습니다.

 

통신사의 법적 근간이 되는 ‘뉴스통신 진흥에 관한 법률’이나 언론 보도에 의한 피해를 구제하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등에도 이와 관련된 조항은 없습니다. 그 외 신문법‧방송법‧IPTV법‧정보통신망법 등 총칭 ‘미디어법’이라고 불리는 법에서도 통신사의 오보와 기사 수정, 그리고 이를 전재한 매체가 어떤 대응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묻고 있지 않습니다.

 

법이 없다면 자구책으로라도 통신사 내부에서 기사 수정 매뉴얼을 만들어 대처할 수 있습니다. 한번 배포된 기사를 수정하는 데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독자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이미 뉴스 자료를 사용한 매체들에 어떻게 수정 요구를 할 것인지 정해놓으면 됩니다. 이 경우엔 통신사뿐만 아니라 이를 전재하고 받아쓴 매체에서도 기사 수정 요구에 적극 대응하고 통신사의 자료엔 문제가 없는지 검증하는 시스템도 스스로 가지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중앙일보는 지난달 18일 지면에 <중앙일보가 또 한번 달라집니다>(3/18)란 공지를 싣고 ‘디지털 기사 수정 매뉴얼’을 만들었다고 밝혔습니다. 신문이나 방송에 비해 수정이나 삭제가 쉬운 디지털 기사의 경우 ‘팩트를 수정할 때 그 내역을 독자들에게 알린다’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중앙일보는 밝혔습니다. 이는 지난 2월, ‘3대 독자’인 기자가 차례상을 차리는 체험 기사가 독자들의 질타에 여러 차례 수정된 논란이 있어 그 이후 재발 방지책으로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수는 할 수 있지만 반복하지 않을 시스템을 만들지 않는다면 이는 문제입니다. 연합뉴스는 ‘요시키 실수’ 이후 어떻게 대응하고 달라질 것인지 쇄신책을 국민들 앞에 내놓아야 합니다. 연합뉴스가 매년 정부로부터 받는 구독료 300억을 폐지하라는 국민들의 원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년 4월 10일 연합뉴스 해당 기사 및 관련 온라인 보도

<끝>

문의 임동준 활동가 (02-392-0181) 정리 조선희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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