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방송심의위원회_
“막말 패널 방치하는 방송사는 필요없다”
등록 2018.12.26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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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3일 발족한 민주언론시민연합 시민 방송심의위원회(이하 민언련 시민 방심위)는 방송심의규정을 위반해 각종 왜곡‧오보‧막말‧편파를 일삼는 방송사들을 규제해야 할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시민의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출범했다. 시민 방심위는 매주 수요일 저녁 6시 30분, 새로운 안건을 민언련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하여 시민들이 직접 제재 수위 및 적용 조항을 제안하도록 하고 있다. 아래는 12월 19일 오후 3시부터 12월 26일 오전 10시 30분까지 집계한 29차 심의 결과이다.

 

시민 방심위 29차 안건 1,393명 심의

 

또 나온 ‘MBN의 막말 스타’, 이번엔 “김정은 답방 준비에 수 조원”

시민 방송심의위 29차 안건은 MBN <뉴스와이드>(12/10) ‘김정은 답방 준비에 수 조원 지출 허위주장’이었다. MBN의 단골 패널 차명진 전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번엔 ‘호텔 예약, 헬기 대기, 경호 병력 대기, 특별 취재반 편성’으로 “수 조원을 지불하고 있다”는 폭탄 발언을 했다. “크리스마스인데 호텔 예약을 다 묶어놨다”는 확인되지 않은 주장도 펼쳤다. 이에 다른 패널들이 ‘과장’이라 지적했는데도 끝까지 뜻을 꺾지 않으면서 “공무원, 언론사들 월급도 기회비용으로 따지면 내 말이 맞다”고 고집했다. 이는 당연히 사실이 아니다. 노컷뉴스의 경우 직접 워커힐 호텔 등에 전화해 연말 예약이 묶여 있는지 확인했는데 모든 호텔들이 정상적으로 예약을 받고 있었다. ‘김정은 답방 준비에 수 조원 기회비용이 지출되고 있다’는 주장 자체가 낭설, 가짜뉴스에 해당하며 아무런 근거가 없다. 이같은 막말을 반복하는 패널을 오랫동안, 주기적으로 출연시키는 MBN 제작진은 이러한 허위 주장을 유도하거나 동조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막말 패널 방치하는 방송사는 필요없다”

해당 안건에 총 1,393명의 시민들이 심의 의견을 제출했다. 재승인 심사에 벌점이 있는 ‘법정제재’가 1,385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벌점이 없는 ‘행정지도’가 8명, ‘문제없음’은 없었다.

 

최근 시민 방송심의위에서 ‘문제없음’ 의견이 나오지 않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10월 24일 상정됐던 22차 안건부터 이번 29차 안건까지 ‘문제없음’이 있었던 안건은 26, 27차 두 차례 뿐이다. 나머지 6번의 심의에서는 ‘문제없음’ 의견이 없었다.

 

프로그램 중지·수정·정정

관계자 징계

경고

주의

권고

의견제시

문제없음

820명

438명

88명

39명

5명

3명

-

1,393명

59%

32%

6%

3%

-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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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차 안건(MBN <뉴스와이드>(12/10)) 심의 결과 Ⓒ민주언론시민연합

 

이번 29차 안건에서 통상적으로 60% 이상을 기록하던 최고 수위 제재 ‘프로그램 중지‧수정‧정정’이 59%로 소폭 낮아졌다. 제재 수위가 약해진 것으로 볼 수도 있으나 줄어든 수치가 그대로 ‘관계자 징계’로 이동했으므로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 보통 ‘관계자 징계’는 25%를 기록했으나 이번엔 32%로 상승했다. 패널 뿐 아니라 진행자와 제작진의 방송 진행 및 구성의 문제점이 심각할 경우 시민들이 ‘관계자 징계’에 더 큰 비중을 두면서 나타나는 특징이다. 그간 시민 방송심의위에서 이런 현상이 종종 나왔는데 특히 MBN 방송이 안건으로 상정될 때 두드러졌다. 지난 22차 안건 MBN <뉴스와이드>(10/8)에서도 시민들은 ‘막말 패널을 방치하고 막말을 정정하지 않는 제작진의 책임’을 강조했고 ‘관계자 징계’가 33%를 기록했다.

 

29차 안건에서도 시민들의 패널의 막말 및 허위 주장 뿐 아니라 제작진의 무책임을 질타했다. ‘관계자 징계’를 의결한 시민들은 “해당 프로그램과 MBN에서 사과와 정정을 해야하고 징계가 내려져야 한다. MBN은 반드시 해당 패널을 퇴출해야 한다”, “술주정 수준의 발언을 하는 패널을 계속 출연시키고 책임도 지지 않는 방송사는 필요 없다” 등의 의견을 남겼다. 이는 다른 제재의 의결 사유에서도 똑같이 나타난다. ‘프로그램 중지‧수정‧정정’의 시민들은 “또 차명진 씨의 막말이 나왔는데 진행자가 발언을 중지시키거나 정정하지 않았다. 이 정도면 PD도 공범이다”, “막말을 추임새 몇번으로 면책하려는 방송사의 작태는 엄벌해야 마땅하다”, “막말 패널 계속 부르는 MBN이 더 문제”, “패널 선정으로 제작진의 의도를 드러내는 것이 시사‧토론 프로그램이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29차 안건에서는 ‘행정지도’가 8명으로 통상적 수준보다 조금 많은 편이었는데 “유튜브만도 못한 방송” 등 강력한 비판과 함께 ‘권고’를 남긴 시민도 있었으나 “사회자도 제재를 했으니 한 번 봐줄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심의하기에도 부적합한 코미디 방송”

시민 방심위원회는 29차 안건에 적용할 수 있는 조항을 제13조(대담‧토론프로그램 등), 제14조(객관성), 제17조(오보정정)으로 제안했다. ‘없음’과 ‘기타 적용 조항 의견’도 택할 수 있도록 명시했고, 시민들은 적용 조항을 중복 선택할 수 있다.

 

29차 안건 역시 대다수의 다른 안건과 마찬가지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방송된 경우로서, 제14조(객관성)이 가장 직접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 시민들도 91%가 이 조항을 택했다. 다른 두 개 조항에도 70%가 넘는 시민들이 선택하면서 큰 비중을 보였다. 즉 70% 이상의 대다수 시민들이 3개 조항을 모두 적용한 것이다. 실제 방통심의위에서도 보통 위반 조항이 많으면 그만큼 제재수위도 높아지게 된다.

 

제13조(대담‧토론프로그램 등)

제14조(객관성)

제17조(오보정정)

기타

없음

1,032

1,268

1,005

4

-

74%

91%

7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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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차 안건(MBN <뉴스와이드>(12/10)) 적용 조항 Ⓒ민주언론시민연합

 

시민들이 제14조(객관성)보다 적은 비율로 적용하고 있으나 사실 제13조(대담‧토론 프로그램 등)은 막말‧왜곡‧편파가 쏟아지는 종편 시사 프로그램이 하루가 멀다 하고 위반하고 있는 조항이라 할 수 있다. 이 조항은 “① 대담․토론프로그램 및 이와 유사한 형식을 사용한 시사프로그램에서의 진행은 형평성․균형성․공정성을 유지하여야 한다. ② 토론프로그램은 출연자의 선정에 있어서 대립되는 견해를 가진 개인과 단체의 참여를 합리적으로 보장하여야 한다. ③ 토론프로그램은 토론의 결론을 미리 예정하여 암시하거나 토론의 결과를 의도적으로 유도하여서는 아니된다. ⑤ 대담․토론프로그램 및 이와 유사한 형식을 사용한 시사프로그램에서의 진행자 또는 출연자는 타인(자연인과 법인, 기타 단체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을 조롱 또는 희화화하여서는 아니 된다”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는 종편 시사 프로그램이 매일 반복하는 행태를 그대로 지적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번 29차 안건의 경우에도 MBN의 차명진 씨는 사실과 다른 내용을 사실처럼 고집하면서 균형성, 공정성을 잃었고 ‘김정은 답방은 불필요한 일’이라는 자신만의 결론으로 ‘토론의 결과’를 ‘의도적으로 유도’했다. 또한 타 패널들의 반론을 ‘공무원 월급도 기회비용’이라는 억지 주장으로 묵살하면서 사실상 조롱했다.

 

시민들이 직접 적용한 다른 조항들도 있다. 제7조(방송의공적책임), 제9조(공정성), 제27조(품위유지), 제29조의2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 등) 등이다. 한 시민의 경우 ‘주의’를 의결하면서 적용 조항 대신 “심의하기에도 부적합한 코미디 방송”이라는 촌평을 남겼다. MBN <뉴스와이드>(12/10)가 시사 프로그램의 탈을 쓴 ‘코미디’라는 우회적인 비판이다.

 

29차 심의에 참여한 시민 구성

이번 심의에 참여한 시민은 총 1,393명 중 남성 955명(69%), 여성 436명(31%), 기타 2명/ 10대 1명, 20대 46명(3.3%), 30대 267명(19.2%), 40대 717명(51.5%), 50대 320명(23%), 60대 이상 42명(3%)이었다.

 

민언련이 이처럼 의견을 남겨주신 시민의 연령대와 성별을 취합해 공개하는 이유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구성이 보다 다양한 계층을 대변할 인물들로 구성돼야 한다는 취지 때문이다. 지난 3기 방통심의위 심의위원에는 9명 전원이 남성이었고, 고연령층이었다. 이 같은 구성에서 오는 근본적 문제가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서 민언련 시민 방심위는 의견을 취합하면서 계속 성별과 연령대를 함께 취합하고자 한다.

 

※ 민언련 시민방송심의위원회는 연말 일정으로 인해 한 주 쉽니다. 양해를 부탁드리며 1월 2일 30차 안건으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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