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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심의위원회 민언련 심의요청건 결과 분석 보고서(2014.4.30)
등록 2014.04.30 17:41
조회 815

 

 

방통심의위, 그 이름이 부끄럽지 않은가

- 정부 비판 목소리엔 서슬퍼런 칼날, 정부 옹호 목소리엔 솜방망이

- 민언련이 심의 제출한 38건 중 법정제재 달랑 ‘1건’

 

 

 

지난 4월 21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는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JTBC <뉴스9>의 심의 위반 여부를 논하겠다며 ‘제작진의 의견 진술’을 결정했다. 세월호 사건을 다루면서 구조․인양전문가인 이종인 씨와 인터뷰를 진행해 ‘구조작업과 관련한 일방적인 주장을 장시간 방송해 여론 악화 및 구조 작업 혼란을 초래했다’는 이유다. 권혁부 방송심의소위원회 위원장은   “검증되지 않은 이야기(구조 현장에 다이빙 벨 투입)를 일방적으로 방송해 피해자 가족이나 많은 국민이 (정부나 구조작업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JTBC 보도에 따르면 24일 해양경찰청장이 이종인 씨에게 연락해 다이빙 벨 투입을 요청했고, 25일과 29일 구조현장 투입 시도가 이뤄졌다. ‘일방적인 주장’과 ‘구조 작업 혼란 초래’라며 JTBC <뉴스9>를 심의 대상으로 삼아 비난했던 방통심의위의 지적이 무색해진 것이다.

 

통합진보당 대변인, 박창신 신부 인터뷰한 JTBC, CBS에게는 ‘엄중한’ 중징계 

현재 방통심의위는 방송의 공적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심의’기구가 아닌 정권에 불편한 소리를 차단하는 ‘검열․통제’기구로 전락했다는 국민의 비판을 받고 있다.

방통심의위는 지난해 11월 통합진보당 대변인 등 한쪽 입장의 인터뷰를 내보낸 JTBC <뉴스9>를 공정성과 객관성을 위반했다며 ‘해당 프로그램 관계자 징계 및 경고’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또 같은 달 CBS <김현정의 뉴스쇼>가 ‘불법대선’ 발언을 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박창신 신부와 인터뷰를 진행하자 이에 대해서도 공정성과 객관성 위반을 들어 ‘주의’라는 법정제재 조치를 내렸다. 25일 2심에서도 간첩혐의에 대해 ‘무죄’를 받은 유우성 씨에 대한 국정원의 ‘간첩증거조작 혐의’를 다룬 KBS <추적 60분>과 유우성씨와 인터뷰 한 JTBC <뉴스큐브6>도 중징계를 받았다.

박근혜 정부의 결정과 다른 목소리를 보도하거나 정권에 불리한 의제들에 대해서 공정성과 객관성의 잣대를 들이대며 잇단 중징계를 내린 것이다. 방통심의위는 이 과정에서 △해당 프로그램의 앞·뒤로 정부 혹은 반대 측 의견을 들었다 △공권력에 대한 언론의 감시 역할과 언론자유의 영역으로 해석해야한다 △다양한 여론이 있다는 것을 소개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다 등의 반론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친정부․여당 성향의 패널만 나오는 TV조선과 채널A 종편에는 관대

방통심의위의 ‘엄중한’ 잣대는 TV조선과 채널A의 보도 및 시사토크 프로그램에는 다르게 적용되었다. 2013년 5월부터 2014년 4월까지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종편 프로그램 총 45건의 심의를 요청한 바 있다. 그중 결과가 나온 38건 중 법정제재를 받은 것은 고작 1건(주의) 뿐이다. 17건은 행정지도를 받았고, 20건은 기각됐다.(표1 참조)

 

 

 

법정제재인 주의를 받은 것은 TV조선 <돌아온 저격수다> 2013년 8월 8일 방송 편이다. 이 방송은 출연자인 변희재 씨가 방통심의위 야당 추천 위원들을 일컬어 ‘민주당의 충견’, ‘얼마나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등의 발언을 하며 심의 위원들을 조롱했다. 뿐만 아니라 다른 출연자들도 안철수 의원과 박원순 시장을 거론하며 인격을 모독하고, 정책을 비하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그럼에도 방통심의위는 ‘주의’처분을 내리는 데 그쳤다. 그러나 이 사안은 그나마 ‘방통심의위’ 위원들이 직접 거론돼 ‘법정제재’를 받은 것이 아닌가 한다. 

 

진보인사는 한번 출연해도 중징계, 친정부․여당 성향 인사는 다수 출연해도 문제없음?

TV조선과 채널A의 시사 토크 프로그램에서는 주로 친정부․여당 성향의 패널이 출연한다.(민언련, 종편 시사프로그램 패널 분석 보고서 참고) 출연진 구성부터가 ‘공정성’과 ‘객관성’을 위반한 셈이다. 출연진들은 정부․여당의 입장을 찬양․두둔하고, 야당을 비난하는 발언을 주로 한다. 이 과정에서 야당 의원이나 정부를 비판하는 인사들에 대한 온갖 조롱과 비아냥거림이 자주 등장한다. 당사자에 대한 명예훼손 뿐 아니라 그들을 폄훼하는 과정에서 사실이 아닌 내용이 사실인양 언급되어 ‘객관성’을 위반하기도 하며 해당 사안에 대해 한쪽 의견만 반영되어 ‘공정성’ 위반이 적용되는 사안이다. 그럼에도 방통심의위의 ‘엄중한’ 심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야당 의원들에게 ‘죄질’을 운운해도, ‘미국 같으면 총 맞았다’라는 비난을 해도, ‘싸가지 없다’고 조롱해도 방통심의위는 ‘솜방망이 식 심의’을 내리는 데 그쳤다. 무차별 다수에 대한 ‘종북’ 딱지붙이기 방송 태도도 문제 삼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민언련이 제기한 편파적인 방송에 대해 방통심의위는 행정지도 조치인 ‘권고’ 11건과 그보다 더 가벼운 제재조치인 의견제시가 6건뿐이었다. 아무 문제가 없다고 처리된 것이 15건이, 사무처 자체적으로 기각해버린 사안도 5건이다.(표2 참조) 

 

 

 

제 멋대로 심의 기준, TV조선과 채널A은 공정성과 객관성의 치외법권 지역?

지난 2013년 12월 철도노조의 파업이 벌어지자 TV조선과 채널A 뉴스 프로그램은 또다시 친정부․여당 성향의 패널을 출연시켜 철도노조의 파업을 부정적으로 언급하거나 때로는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는 방송을 내보냈다. 민언련이 이와 관련해 7건의 심의를 제출했는데 그중 3건은 권고 혹은 의견제시, 4건은 문제가 없다고 결정되거나 기각됐다. 문제는 심의에 일관성이 없다는 것이다. 심의위원들은 ‘귀족노조’, ‘철밥통 지키기’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철도노조를 비하한 내용에 대해서 어떤 때는 자극적인 표현이라며 ‘권고’를, 어떤 때는 ‘문제없음’이라고 결정했다. 또 철도노조 관계자 혹은 철도노조 파업을 옹호하는 사람이 한명도 나오지 않은 채 일방의 의견만을 반영한 것을 심의해달라는 내용에 대해서는 ‘언론에 이미 노출된 내용’ 이라거나 ‘출연자 개인의 의견’이라는 이유로 심의조차 하지 않았다. 

한편, 지난 2013년 12월 12일 TV조선 <뉴스1>은 뉴스 리포트 도중에 배치된 대담 프로그램에서 황장수 씨를 출연시켜 “야권 정권에서는 국정원도 간첩을 잘 못 잡는다”며 어떤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야권 정권’을 폄훼했고, 이에 뉴스를 진행하는 앵커는 “민주당은 앞으로 집권을 안 할 생각도 아닐 텐데, 안보를 이렇게 망가뜨려 어쩌자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민주당이 안보를 망가뜨리고 있다’고 기정사실화했다. 뉴스에서 중립을 지켜야 할 앵커가 편파적인 발언을 한 것이고, 정부․여당의 입장만 소개돼 ‘공정성’과 ‘객관성’을 모두 위반한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방통심의위는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다양한 의견을 가진 출연자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시사·토크 코너에서, 출연자가 야당의 국정원 기능축소 주장에 대한 반대 의사를 기조로 하여 개인의 의견을 피력한 수준으로 보인다 △국가 안보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국정원이 정치적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되며 국익차원에서 국정원의 본래 기능을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판단된다며 ‘문제없음’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방통심의위의 이 같은 결정은 똑같은 ‘보도’ 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앞서 JTBC <뉴스9>와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대해 ‘편파적인 출연진’ 운운하며 징계를 내리던 때와는 전혀 다른 잣대를 들이댄 것이다. 

심의가 권위를 가지려면 그 잣대가 엄밀하고 공정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방통심의위 정치심의는 ‘엿장수 맘대로’라고 표현하는 것도 과분할 정도로 심각한 ‘고무줄 잣대’이다. 이런 제멋대로 심의로 방통심의위는 TV조선과 채널A의 보도 및 시사토크 프로그램이 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농락하고 있는 것을 조장․방조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식의 심의가 계속된다면 ‘방통심의위 폐지론’이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 거세질 것으로 판단된다. <끝>

 

 

 

2014년 4월 30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 민언련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제출한 심의요청서 및 결과내용을 파일로 첨부합니다.(2013. 5~20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