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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2016년 9월 ‘이달의 좋은 나쁜 신문보도’ 선정 사유보고서(2016.10.26)
등록 2016.10.26 13:44
조회 310

‘소문’의 권력실세를 공론의 장으로 끌어낸 한겨레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2016년 9월 ‘이달의 좋은 신문, 방송, 온라인 보도상’ 대상자와 2016년 9월 ‘이달의 나쁜 신문, 방송’을 선정 발표한다.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 신문부문은 한겨레의 <최순실, 미르·K스포츠 연루 정황> 보도 (김의겸 선임기자, 류이근, 하어영, 방준호, 이세영, 이정애, 송경화, 엄지원, 박수지, 고한솔, 이재욱, 박수진, 안영춘, 김창금, 강희철, 노형석 기자)가 선정되었다. 기자들과 함께 하는 시상식과 간담회는 10월 28일(목) 오후 7시 공덕동 민언련 교육공간 <말>에서 열릴 예정이다. 관심 있는 분은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아래는 이달의 좋은‧나쁜 신문보도 선정사유 보고서다.

 

 

 

 

좋은 보도, ‘최순실 게이트’ 포문 연 한겨레

한겨레가 내놓은 기묘한 퀴즈, ‘최순실 게이트’ 포문을 열다
9월 20일. 한겨레의 1면 머리기사는 이런 문장으로 시작된다. “여기 ‘의문의 재단’ 두 곳이 있다. 재단법인 미르와 재단법인 케이(K)스포츠다. 두 재단은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재벌들이 800억원 가까운 거금을 내 만든 것이다. 그런데 두 재단은 설립 이후 별 성과가 없다. ‘개점 휴업’ 상태다. 그래도 재벌들은 재단이 뭘 하는지 모르고 알려고 조차 하지 않는다. 재단 설립은 신청한 지 하루 만에 허가가 떨어졌다. 대놓고 가짜 서류를 제출하고 그나마도 서로 베낀 것인데 문화체육관광부는 재까닥 도장을 찍어줬다. 도대체 두 재단의 배후에는 누가 있는 것일까?” 이  이상한 퀴즈의 정답은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인 최순실”이다. 적어도 한겨레는 그렇게 생각했다.

 

 

 

△ ‘최순실 게이트’의 시작이 된 한겨레의 <대기업돈 288억 걷은 K스포츠 재단 이사장은 최순실 단골 마사지 센터장> 단독 보도

 


미르·K스포츠 재단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가장 먼저 제기한 것은 TV조선이다. TV조선은 이미 지난 7월, 단독보도를 통해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 수석이 민간문화재단 미르의 수백억 모금에 개입했다는 것과 그 재단에 CF 감독 차은택 씨가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 등을 폭로했다. 그러나 TV조선은 끝내 ‘최순실’의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

 

TV조선이 가지 않은 길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한겨레였다. 이 첫 단독보도를 시작으로 한겨레는 한 달여 동안 끈질기게 해당 이슈를 물고 늘어졌다. 이 끈기는 결국 이번 사안을 ‘최순실 게이트’로 격상시켰다. ‘대통령의 배후에 누군가 있다’는 ‘뜬소문’이 한겨레가 제시한 각종 물증을 통해 현실이 된 것이다. 실제 첫 보도가 나온지 열흘만인 9월 30일. 한겨레는 <“미르, 청와대가 주관” 대기업 문건 나왔다> (9/30, 1면, 김의겸 기자, https://goo.gl/SDwUgC) 보도 등을 통해 청와대가 “‘미르 재단’을 주도적으로 설립한 주체”였다는 구체적 증거를 제시했다.

 

 

#그런데 최순실은?
한겨레의 <최순실, 미르 K스포츠재단 연루 정황> 관련 보도는 주로 최순실 씨가 박근혜 정부의 ‘실세’이자 ‘역린’임을 입증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이석수 특감, ‘재단 강제모금’ 안종범 수석 내사했다>(9/22, 1면, 강희철 기자, https://goo.gl/LUnI4y) 등을 통해서는 수사기밀 누설 논란에 휩싸여 사표를 제출한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미르재단과 케이(K)스포츠재단의 모금 과정을 알아보기 위해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 대해 내사를 벌인 사실”이 밝혀졌다. 해당 내사는 이 특별감찰관의 사표제출로 중단됐다. 이런 일련의 흐름은 청와대가 ‘역린’을 보호하기 위해 ‘칼춤’을 춘 것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킨다. 앞서 TV조선의 보도가 ‘최순실’을 끝내 말하지 못했던 이유 역시 짐작케 한다.


문화체육관광부 국장과 과장은 3년 전 최순실 씨 딸의 승마 문제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이 “나쁜 사람”이라고 지칭한 이후 좌천되기도 했다. 한겨레는 이 또한 역린을 건드리려 한 이들을 대통령이 ‘처단’한 사례로 봤다. <“이 사람이 아직도 있어요?”>(10/12, 1면, 김의겸·노형석 기자, https://goo.gl/NYSeSM), <“나쁜사람” 3년만에…박대통령, 최순실 건드리면 기필코 ‘응징’>(10/12, 4면, 박종식·하어영·방준호 기자, https://goo.gl/xEHjpH)


‘미르재단’ 모금방식에 대한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의 성토가 담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회의록은 민감한 내용이 담긴 부분이 누락된 채 국회에 제출되기까지 했다. <국회 제출 회의록엔 ‘미르 성토’ 누락 ‘문체부 윗선 지시 있었나’ 의혹 일어>(10/10, 5면, 엄지원·이정애 기자, https://goo.gl/XrNJLB)는 청와대가 꼼꼼히 관리하지 않고서는 일어나기 어려운 일들이다. 


청와대가 최 씨를 위해, 혹은 최 씨가 청와대를 등에 업고 저지른 구체적 전횡에 대한 폭로 역시 꾸준히 이어졌다. 먼저, 재단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대기업의 팔을 비틀어 돈을 뜯어냈다. <“안종범 수석이 전경련에 얘기해 기업들에 미르 · K 모금 일괄할당”>(9/28, 1면, 류이근·엄지원 기자, https://goo.gl/wkRltx), <‘미르 강제모금’ 경총 회장도 격분했다>(10/10, 1면, 이정애·이세영·엄지원 기자, https://goo.gl/Ct4Rpz) 등의 기사가 이를 보여준다. 한 명문대학은 이 실세의 딸을 받아들이기 위해 학적을 뜯어고치고, 각종 특혜를 제공했다. <“이대, 최순실 딸 위해 학칙 뜯어고쳤다”>(9/29, 1면, 류이근 기자, https://goo.gl/RYZQV8), <최순실 딸, 이번엔 이대 계절학기 ‘학점 특혜’ 의혹>(10/12, 5면, 고한솔·류이근 기자, https://goo.gl/b5uc7B)등이 이를 보여준다.

심지어 최 씨가 이렇게 케이스포츠재단을 설립한 목적 자체가 자신의 딸을 위한 것이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K스포츠, 대기업 돈 걷어 정유라 지원위해 썼나>(10/17, 2면, 김봉규·방준호·류이근 기자, https://goo.gl/7gXzFO)에서는 재단이 “최씨 딸의 훈련 숙소 마련 등에 직접 관여”했음을 밝혔다. 이는 “청와대의 압력으로 대기업들이 돈을 내 만든 재단이 최씨 모녀를 위해 이용됐다는 의미”다.

 

#그런데 박근혜는?
한겨레의 이 같은 의혹제기에도 불구하고 그간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은 모든 의혹을 ‘사실이 아닌 것’ ‘대응할 가치가 없는 것’으로 일축해왔다. 박 대통령이 공식 입장을 내놓은 것은 한겨레의 첫 의혹제기 단독 보도가 나온 지 한 달여가 지난 10월 20일이다. 그러나 이날 박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를 통해 미르· K스포츠재단 재단 설립 배경 설명과 성과를 부각했을 뿐, 명시적으로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지시하지는 않아 사실상 검찰에 대한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최순실 씨와 관련해서도 직접적인 언급 없이 “비상시국에 난무하는 비방과 확인되지 않은 폭로성 발언들은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혼란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 강조하기만 했다. 버티던 박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에 나선 것은 최순실 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을 사전에 받아보았다는 JTBC의 단독 보도 이후다.


선출직 공무원인 대통령의 배후에 정체 모를 대통령의 ‘지인’이 앉아 세금이 투입되는 국가사업을 좌지우지 했다는 것과 그런 ‘실력행사’의 이면에 다른 무엇도 아닌 사적 욕망이 놓여있다는 것은 국민 모두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렇기에 대통령의 침묵과 엉뚱한 해명, 사과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제 사람들은 다른 이야기를 하다가도 ‘그런데 최순실은?’이라는 질문을 하고 있다. 이 같은 질문은 현재는 ‘최순실 게이트’라는 이름이 붙어있는 권력형 비리를 해결할 단초를 마련해 주는 것이다. 무엇보다 최순실이 전횡을 부릴 수 있었던 것이 그 배후에 청와대. 박 대통령이 있었기 때문이라면, 이번 사안은 ‘박근혜 게이트’로 불려야 마땅하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가야 할 길을 확인했다는 것만으로도 그 가치는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다른 언론들이 입을 열지 않고 있던 시기에 한겨레는 버티고, 또 버티며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끊기지 않도록 분투해왔고, ‘소문’을 ‘의혹’으로 바꿔 진짜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에 민언련은 한겨레의 <최순실, 미르 K스포츠재단 연루 정황> 보도를 이달의 좋은 신문 보도로 선정한다.

 

 

나쁜 보도, 불가능한 핵무장론으로 북풍 몰이 나선 조선

‘노예’․‘몰살’ 운운하며 핵무장 후폭풍 무시한 조선일보 김대중 고문
북한의 5차 핵실험을 계기로 자위적 핵무장론이 공론의 장에 등장했다. “핵을 억제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핵 보유”라는 기조 아래, 이른바 ‘공포의 균형’을 맞추자는 것이다. 그러나 자위적 핵무장에 나서기 위해서는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해야 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시단을 추방해야 한다. ‘평화적 이용’을 목적으로만 20% 미만의 농축 우라늄을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한 한미 원자력협정 역시 벗어나야 한다. 필연적으로 한미동맹 해체, 유엔 안보리 회부와 다양한 국제적, 독자적 제재로 인한 고립을 야기하는 행보다. 애초에 선택 불가능한, 안보 포퓰리즘성 헛구호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은 이 같은 주장의 허구성을 검증하고 그 의도를 비판해야 할 책무가 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김대중 고문 칼럼 <NPT 탈퇴하고 조건부 핵무장으로>(9/13, https://goo.gl/CpUcrI)를 통해, 핵무장 찬성론자의 의견의 소개하는 수준을 넘어 아예 직접 핵무장론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나섰다.

 


△ NPT을 탈퇴하고 북한의 핵 포기를 조건으로 하는
조건부 핵무장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 조선일보 김대중 고문

 

이 황당한 칼럼은 “북핵은 종북 세력이 주장해온 것처럼 미국용도 아니고 방어용도 아니”며 “바로 대한민국을 겨냥한 것”이고, 그렇기에 “서울에 북한의 핵이 떨어지면 순식간에 수십만 명이 몰살할 지경”에 이르렀다는 상황 진단으로 시작된다. 이렇게 불안감을 자극한 뒤 김 고문은 곧바로 “대한민국은 이제 핵에는 핵으로 대응해야 한다. NPT을 탈퇴하고 북한의 핵 포기를 조건으로 하는 조건부 핵무장으로 갈 것을 선언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대통령과 정부는 이를 전 세계를 상대로 천명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이 시점에서의 핵무장론은 대한민국의 생존을 위한 처절한 투쟁의 일환”이라는 선동 역시 빠지지 않는다.


이어 김 고문은 NPT 탈퇴가 기술적으로나 당위적으로 가능한 것임을 설득하려 한다. “가입국이 자국의 생존을 위해서는 탈퇴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고 있”는데 “북한이 핵무기를 소형화, 규격화, 표준화해서 이미 보유한 5종의 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게끔 된 것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비상사태’”니 “우리는 NPT 조약의 규정에 의거해 NPT를 탈퇴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 5차핵실험 이후 안보리의 추가 제재안 도출조차 이견으로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NPT를 탈퇴할 당위를 얻었다는 주장은 망상일 뿐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NPT를 탈퇴할 수 있는지 여부가 아니라 탈퇴한 이후 벌어질 일련의 재제를 감당할 수 있을지 여부다. 따라서 원전 설비용량과 설비기술을 들먹이며 “6개월만 전력투구하면 핵폭탄을 제조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일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김 고문은 핵무장으로 우리가 얻게 될 것과 잃게 될 것을 냉정하게 따지는 대신, 그저 막무가내로 핵무장에 걸림돌이 되는 이들을 비난할 뿐이다. 심지어 동맹국인 미국에 대해서도 “북한이 ICBM 개발에 성공하면 그때 가서야 북핵을 자국에 대한 실질적 위협으로 간주할 것이고 그때까지는 핵 확산을 막는다는 허울로 한국 등 약소국의 핵 개발이나 틀어쥐고 있을 것이 뻔하”기에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을 펼친다. “적어도 주변국 또는 이해 당사국들이 나서서 북핵을 제어해주리라는 것은 허망한 기대임이 입증되고 있는 것”이며 “속된 말로 핵에 관한 한 '믿을 ×' 하나 없는 세상”이라는 식이다. 핵무장론의 비현실성을 지적하며 반대하는 이들 역시 김 고문이 보기엔 “우리가 핵무장을 거론하면 우리 내부에서는 으레 그것은 이래서 안 되고 저것은 저래서 안 되고 하는 식으로 딴죽 거는 사람들”일 뿐이다.


반면 ‘핵무장 후폭풍’에 대해서는 “우리가 핵을 가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많은 것을 내놓거나 내려놔야 할지도 모”르고 “무력적 견제나 위협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몇 줄짜리 추상적 언급이 등장할 뿐이다. 그마저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면 그럴 수밖에 없다. 가만히 있으면 우리는 북핵의 노예로 살아야 한다. '많은 것'을 내려놓는 한이 있어도 우리의 목숨까지 내려놓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말폭탄은 그만두자. 패배 의식에서 벗어나자”는 구호를 위한 수식일 뿐이다.


북한의 핵실험이 이어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우선적으로 나와야 하는 것은, 지금까지 정부가 펼친 대북정책의 실패를 되짚어보고, 새로운 대북정책을 설정하는 ‘진단’이다. 그러나 핵무장론류의 무식한 선동이 등장하면, 지금까지 정부의 실책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핵무장이 가능한가 가능하지 않은가’의 공방으로 시간을 소모하게 될 수밖에 없다. 즉, 이는 명백히 안보정국을 조성해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는 행위일 수밖에 없다. 언론인이 정권의 이익을 위해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무책임한 선동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에 민언련은 조선일보 김대중 고문의 <NPT 탈퇴하고 조건부 핵무장으로>를 2016년 9월의 ‘나쁜 신문 보도’로 선정한다.

 

<끝>
문의 신문모니터 배나은 활동가(02-392-0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