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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가 거짓말을 하는 새로운 방식
등록 2018.09.03 16:43
조회 22066

중앙일보는 31일 <엄마들 반발에도…은수미 성남시장 ‘아동수당 체크카드’ 내달 강행>(8/31 이에스더 기자 https://bitly.kr/Zvxk) 기사를 내놨습니다. 제목을 보면 은수미 성남시장이 지역 주민의 의견을 무시하고 아동수당 정책을 강행한 듯 보입니다. 하지만 기사 내용을 아무리 읽어봐도 ‘엄마들의 반발’은 단 한 줄도 없습니다. 반발은커녕 ‘엄마들’조차 등장하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제목에 비판적 취지로 명시된 ‘강행’ 역시 기사 본문에서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대체 어찌된 영문일까요?

 

제목과 본문이 따로 노는 중앙일보의 ‘황당 보도’

중앙일보 <엄마들 반발에도…은수미 성남시장 ‘아동수당 체크카드’ 내달 강행>(8/31)는 제목을 배제하고 기사 본문만 읽으면 성남시의 ‘아동수당 체크카드’ 제도 시행을 친절하게 설명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중앙일보는 “성남시가 다음달부터 0~5세 모든 아동에게 월 11만원의 아동수당을 지급한다”면서 “0~5세 아동에게 월 10만원의 아동수당을 지급”하는 정부의 아동수당 정책과 달리 “성남시의 아동수당플러스 사업은 상위 10% 가정을 포함해 0~5세의 모든 아동(4만3000명)에게 지급한다”, “현금이 아니라 성남시에서만 쓸 수 있는 ‘지역 전용 체크카드’로 지급한다. 대신 모두에게 1만원을 얹어 11만원을 지급한다”고 전했습니다.

여기다 “아동 양육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것이어서 사업의 타당성이 있고 기존 제도와 중복되지 않아 문제가 없다”는 보건복지부의 심의 결과까지 덧붙였고 “성남시 아동수당 체크카드는 시내 어린이집과 유치원ㆍ학원, 동네 병ㆍ의원, 약국, 키즈카페, 산후조리원, 중소형 상점, 전통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다”, “지역상품권의 가맹점은 7400여개이고, 체크카드는 4만6000개에 달한다”는 구체적인 정보까지 빼놓지 않았습니다.

바로 여기서 ‘시민들의 반발’이 딱 한 마디 등장하기는 합니다. “성남시는 당초 지역상품권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다 시민 반발에 부딪히자 지급 방식을 바꿨다”는 겁니다. 제목과 그나마 어울리는 ‘반발’은 이 한 문장에서만 등장합니다. 지면에는 없으나 인터넷판 기사에는 “엄마들의 비빌 언덕, 성남마더센터 추진모임은 지난 6월 29일 성남시청 앞에서 ‘아동수당 지역화폐 지급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는 캡션과 함께 “성남시는 아동수당 지급을 양육자 의견 반영하여 시행하라!”고 요구한 기자회견 사진도 있습니다. 8월 31일 보도에서 어째서 무려 2개월 전인 6월 29일 사진을 넣었는지 궁금한데요. 바로 여기서 중앙일보가 기사와 어울리지 않게 ‘엄마들 반발에도 강행’이라는 제목을 뽑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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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 인터넷판에만 게재된 ‘엄마들의 반발’ 사진. 6/29 기자회견을 8/31 보도에 사용했다.

 

중앙일보는 왜 이상한 제목을 뽑았나

사실관계는 이렇습니다. 성남시는 ‘아동수당 지역화폐 지급’ 정책을 펼치는 과정에서 일부 주민의 반발이 나오자 TF를 구성하고 의견을 수렴해 정책을 개선했습니다. 이게 바로 중앙일보가 인터넷 판에만 게재한 ‘6월 29일 반발 기자회견’이 있었던 그 시기입니다. 즉 중앙일보는 2개월 전 정책 추진 과정에서 있었던 일부 여론의 반발을 정책이 개선되어 시행까지 이른 지금도 이어지는 것처럼 제목에 명시한 겁니다. 그런데 정작 기사 내용에서는 ‘엄마들의 반발’이 있었는지는 언급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성남시의 정책을 소상히 소개만 했습니다. 심지어 ‘반발이 있어 정책을 변경했다’는 친절한 설명도 더했죠. 정책 개선 전의 ‘엄마들의 반발’을 정책 개선 후 상황에 덧붙여버린 ‘악의적 제목 뽑기’라 할 수 있습니다. 제목과 기사 본문이 분리된 ‘불협화음 보도’이기도 합니다.

 

‘엄마들의 반발’? 무려 2개월 전 반발 ‘우려먹기’

더 구체적으로 상황을 따져보겠습니다. 오는 9월부터 정부는 0~5세 아동에게 월 10만원의 아동수당을 지급합니다. 다만, 소득인정액이 상위 10%(4인 가구 기준 월 1436만원)인 가구는 받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은수미 성남시장은 이번 6.13 지방 선거에 출마하며, 성남시 예산을 활용해 상위 10% 가구에도 아동수당을 주고, 정부 수당에 1만원을 보태 액수를 11만원으로 늘리되 지역 화폐로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내놨습니다. 아이들이 차별 없이 아동수당을 받아야 하며, 지역 경제 활성화를 끌어내겠다는 의도였습니다. 취임 초기에는 골목상권에 도움을 주기 위해 재래시장 등에서만 쓸 수 있는 ‘성남사랑 상품권’으로 지급하기로 했지만, 일각에서 사용 지역과 용도가 제한돼 불편하다며 반발했습니다. 지난 6월 29일 ‘엄마들의 비빌언덕 성남마더센터 추진모임’ 회원은 성남 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동수당 지급을 양육자의 의견을 반영하여 시행하라”고 요구했고, 지역 화폐 지급 반대 청와대 청원까지 등장했습니다. 이게 바로 중앙일보가 제목에서 거론한 ‘엄마들의 반발’입니다.

 

정책 변경 후 여론은 취재도 안 하고서 제목에만 ‘강행’

반발이 나오자 은 시장은 TF를 구성하며 의견 수렴에 나섰습니다. 이후 7월 26일 열린 아동수당 토크토크토크 공론화 토론회에서 “아동수당 지급 방식과 관련해 단계적으로 접근하겠다”, “체크카드 방식으로 아동수당을 지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성남사랑 상품권’ 가맹점은 7천 여 곳에 불과했으나 ‘체크카드’ 가맹점은 4만 5천 곳으로 사용처가 6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또, 직접 주민센터에 방문해 발급받아야 했던 상품권과는 다르게 ‘체크카드’는 은행에서 카드를 발급받으면 계좌로 아동수당이 입금되는 방식이라 훨씬 더 편리해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은 시장은 8월 28일 ‘체크카드 지급’ 공식화 기자회견에서 “동별 방문 인사와 토론회 등을 통해 시민 여러분들의 의견을 수렴”했다며 “아동과 부모, 지역 공동체 모두 함께 살자는 기존의 취지를 살리면서 부모님들께서 보다 편리한 방법으로 아동수당을 지급받을 방법을 마련”했다고 밝혔습니다.

절차상 문제도 없었습니다. 8월 27일 성남시의회는 임시회 본회의를 열어 재적 의원 35명 중 찬성 22명, 반대 13명으로 ‘아동수당 상품권 지급 및 아동수당 플러스 지원 조례’를 통과시켰고, 보건복지부 동의도 받아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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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들의 반발? 하지만 해당 기사 내용에서 ‘반발’은 찾아볼 수 없다(8/31)

 

‘자유한국당’은 반발했지만, ‘엄마’들의 반발은 찾아볼 수 없어

이러한 소통 노력을 무시한 채 중앙일보는 기사 제목에 ‘반발’ ‘강행’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정작 기사 본문에는 ‘엄마들의 반발’이 없었고 인터넷 판에서만 2개월 전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던 ‘성남마더센터 추진모임’의 사진만 게재했습니다. ‘성남마더센터 추진모임’이 정책 개선 후에는 어떤 입장인지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외 다른 성남 시민들의 여론 역시 단 한 줄도 없습니다. 실제로도 성남시에서 변경된 아동수당 정책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특별한 움직임은 없습니다. 다만, 성남시 자유한국당협의회는 보도자료를 내어 “주민의견을 묵살하고 시민혈세 매년 114억을 낭비시키는 아동수당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것이라며” 반발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지역 주민의 의견이라고 보기 힘듭니다.

오히려 바뀐 정책에 지역주민의 만족도가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은수미 의원의 페이스북 글에 따르면, 체크카드 발급 첫날에만 아동수당 지급 대상자의 30퍼센트인 9,700명이 발급을 신청했다고 합니다. 주민들이 호응하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에도 ‘전과’ 있는 중앙일보의 ‘악의적 제목 뽑기’

결과적으로 중앙일보는 악의적 제목을 뽑는 동시에 기사는 그 제목을 전혀 반영하지 않는 질 낮은 보도를 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중앙일보 스스로의 신뢰를 떨어뜨리면서 독자를 우롱하는 행태입니다.

이 같은 사례가 최근 중앙일보에서 또 있었습니다. 바로 인터넷 판 단독 기사 <단독/김경수 PC ‘완전 삭제’…드루킹 연루 핵심 증거 ‘증발’>(8/2 정진우․박태인 기자 https://bitly.kr/5A6L)입니다. 이 기사에서 중앙일보는 제목으로는 김경수 경남지사가 증거를 증발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PC를 완전 삭제한 것처럼 묘사했으나 정작 보도 본문에서는 “전 의원과 보좌진이 사용했던 컴퓨터는 개인 정보 유출을 우려해 데이터를 완전 삭제하는 로(low) 포맷을 적용한다”며 국회 절차에 따른 것임을 밝혔습니다. 이때도 사실관계를 다 알면서도 제목에만 김경수 지사에게 책임이 있는 것처럼 악의적 표현을 쓴 겁니다. 이런 행태가 반복되는 이유는 최근 뉴스 소비가 모바일 환경에서 주로 이뤄지면서 제목의 노출 빈도가 훨씬 높아지자, 제목을 통해 여론몰이를 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이는 제목으로 사실관계를 심각하게 왜곡하고 스스로 작성한 기사마저 배신하는, 오히려 더 저열한 ‘오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8월 31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서울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지면에 한함. 이번 보고서의 경우 중앙일보 인터넷판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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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엄재희 활동가(02-392-0181)